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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전 종식된 베트남전을 둘러싼 미 대선후보들의 빗나간 논쟁' - 2004-09-09


1960년 중반 미군이 베트남 전쟁에서 전투를 벌이던 당시에 린든 존슨 당시 미국 대통령은 담낭 수술을 받았습니다. 이 수술로 존슨 대통령의 복부에 오랜 상처가 남게 됐는데, 한 정치 풍자 만화가는 이 상처가 베트남 지도의 형상과 같다고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서 패함으로 해서 존슨 대통령은 결국 1968년 재선 출마를 포기했습니다. 지난 달 베트남 전쟁을 둘러싸고 조지 부쉬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의 존 케리 대선 후보 사이에 벌어졌던 격렬한 선거전이 입증하는 것처럼, 베트남 전쟁은 미국인들의 뇌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이 시간에는 베트남 전쟁을 둘러싼 부쉬 대통령과 케리 후보의 논쟁에 관해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베트남 전쟁을 둘러싼 두 대선 후보들의 논쟁은 케리 후보가 자신을 베트남 참전 영웅이라고 주장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몇주 후에 일단의 베트남 참전 용사들이 케리 후보가 밝힌 자신의 영웅적인 행동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면서 케리 후보를 공격했습니다. 공화당 역시 베트남 전쟁에서 돌아온 후, 반전 평화 시위를 주도했던 케리 후보를 공격하는 정치 광고를 방송하기 시작했습니다.

딕 체이니 부통령은 지난주 뉴욕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 대회에서 부통령 후보 지명 수락연설을 하는 가운데 케리 후보가 대통령 직을 수행하는데 부적절하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케리 후보를 강력히 옹호하는 또 다른 참전 용사 단체들이 케리 후보를 지지하고 나서면서, 그에 대한 비난의 대부분은 일축됐습니다.

이라크 전쟁을 비롯해 경제와 고용, 의료 보험, 막대한 예산 적자 문제 등, 두 후보들이 논쟁을 벌여야 할 수많은 문제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통령 선거전이 베트남 전쟁을 둘러싼 논란에 촛점을 맞추고 있는 현 상황은 상당히 이례적입니다. 다른 모든 선거 쟁점들은 이미 24년 전에 종식된 베트남 전쟁에 관한 논쟁으로 인해 옆으로 제쳐져 있습니다. 베트남 전쟁은 미국 역사상 가장 길고도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 전쟁이였습니다. 1975년에 전쟁이 끝날때 까지, 약 5만 8천명의 미군과 3백 만명으로 추산되는 베트남인이 사망했습니다.

전쟁이 종료된 후, 미국인들은 미국이 어째서 전쟁에서 패배했는지를 놓고 논쟁을 벌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베트남 전쟁이 결코 일어나지 않았어야 했다고 느꼈습니다. 이들은 베트남인들이 미국 정부의 오판과 잘못된 정책의 희생자라고 믿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베트남 전쟁이 적극적으로 충분히 추진되지 못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미국인들이 미군을 보다 지지하고 미국방부가 미군 작전에 대한 모든 제한을 풀어주었었다면 미군이 승리했었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25년 동안 베트남 전쟁에 관해서 참전 용사들과 전쟁에 참가하지 않은 사람들, 또한 전쟁이 정당했다고 믿는 사람들과 잘못 인도된 불가능한 임무였다고 믿는 사람들 사이에 상당한 논쟁이 계속돼 왔습니다.

많은 참전 용사들은 참전 당시의 경험들로 인해 현재까지도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들은 전쟁에서 입은 부상 뿐만 아니라 고엽제 노출로 인해 각종 질병을 앓고 있습니다. 대부분 베트남 참전 용사들인 약 24만명의 재향군인들은 집이 없는 무숙자들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베트남에서도 전쟁의 잔재로 인한 상흔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베트남 중부의 농지 가운데 35퍼센트는 폭발되지 않은 포탄들 때문에 버려진 상태입니다. 베트남 전역에서 고엽제 살포로 인해 2백 5십만 에이커의 농지와 삼림이 황무지로 남아 있고, 고엽제에 노출됐던 많은 베트남인들은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미국은 그동안 ‘종이 호랑이’라고 불려 왔습니다. 미국이 전쟁을 극도로 혐오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같은 별명은 종종 ‘베트남 신드롬’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베트남 전쟁을 둘러싸고 일고 있는 부쉬 대통령과 케리 후보 간의 논쟁은, 미국이 자국의 젊은이들을 마지못해 전쟁에 파병시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사실 아닙니다.

케리 후보는 이라크 전쟁에 찬성표를 던졌고 부쉬 대통령은 이라크 침공을 시작했습니다. AP통신 기자는 최근 존 케리 후보에게 훈장을 안겨준 전투가 발생했던 베트남 지역을 방문했습니다. AP통신 기자는 케리 후보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는 예전의 베트콩 전사를 만나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 베트남인은 1975년 이래 베트남에는 보다 폭넓은 운하와 새우 농장, 카페, 상점, 해상 청과물 상점들이 들어서는 등 대단한 경제 성장이 이루어 졌다고 강조하면서, 베트남에 평화가 찾아온 지 오랜 시간이 흐른 현재, 미국 대선 선거 전에서 베트남 전쟁에 관한 논쟁이 일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겠다면서 미국의 정치판이기 때문에 그런 일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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