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이발사가 변호사보다 잘살아 - 거꾸로 가는 우즈베키스탄 경제 - 2004-07-13


이발소와 주유소 점원들이 의사나 변호사 교사들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경제를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바로 지금 우즈베케스탄이 그런 상황입니다. 독립한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우즈베키스탄은 아직도 모든 전 소련공화국 중에서 가장 낙후되고 가장 개혁이 덜 된 나라로 남아 있습니다.

비단길, [실크 로드]로 알려진 오래된 길을 따라가다가 가장 많이 보게 되는 장면은 휘발류 장사를 하는 소년들입니다. 대개 7살에서 18살 미만으로 보이는 이 소년들은 살풍경하고 먼지가 이는 도로 위에서 지나가는 자동차와 트럭을 따라다니며 휘발유를 팔고 있습니다.

기름을 찾는 손님이 있으면 이 소년 장사꾼들은 형이나 아버지한테서 석유나 휘발유를 가져오기 위해 부근의 오두막으로 달려갑니다. 이 소년들은 기름을 갖고 와서는 1불 정도의 돈을 받고 자동차에 휘발유를 넣어줍니다. 이 소년들은 보통 서너 너덧명이 한 무리가 되어 함께 장사를 하고 그 이익을 나눠 가집니다.

한 소년은 보통 휘발유를 팔아 한달에 100불 정도의 돈을 번다고 말합니다. 이 소년은 어려운 문제는 하루 24시간 길거리에서 먹고 자며 보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소년과 그 또래의 아이들은 전 소련공화국 가운데 가장 경제성장이 느리고 또 생활수준이 가장 낮은 우즈베키스탄에서 그 나름대로의 생존의 길을 찾으려고 발버둥치고 있습니다.

전문가와 경제학자들은 우즈베키스탄의 이같은 열악한 경제상황이 주로 정부의 더디고 오락가락하는 개혁정책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최근의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은 세계에서 145개 개발도상국 가운데 113번째 나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세계은행은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외환시장을 자유화하고, 관세장벽을 철폐하며, 중앙계획경제를 폐지하고 기업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세계은행은 또한 대외부채와 외환보유고 등 경제부분의 비밀문화에 대해 비판하고 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의 거꾸로 된 경제하에서는 이발사가 가장 수입이 좋은 직업입니다. 부크하라 시의 구시가지에서 이발로 먹고 사는 한 사람은 자기 이발관을 갖고 있습니다. 이 이발관에는 의자가 두개 밖에 없는데도 요즘은 늘 손님들로 붐빕니다.

이 이발사는 날씨가 더워지면 사람들이 머리를 깎고 면도를 하기 위해 몰려든다면서 그래서 장사가 아주 잘 된다고 말합니다. 그래도 이 남자는 아직도 공부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교수가 되고 싶다고 말합니다.

"요즘 돈을 잘 벌고 있지만, 앞으로 언젠가 경제가 현대화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그런 날이 오게 되면 의사나 변호사, 교사들은 상위권으로 올라가는데 반해 저는 밑바닥으로 곤두밖질 치게 될 것입니다."

현재 우주베키스탄의 의사들은 한달에 겨우 15달러 미만의 돈을 벌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크하라 시에 사는 한 치과대학 2학년생은 의학 공부를 계속하는데 흔들림이 없습니다. 올해 22세의 사야라 양은 지금 큰 돈을 버는 사람들은 일시적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지금 우즈베키스탄은 시장경제로 넘어가는 과도기입니다. 이 과도기가 끝나면 의사와 치과의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며, 그들의 급료도 올라갈 것입니다."

한편 일부 사람들은 급료를 더 많이 받기 위해 전문직종에서 수입이 좋은 직종으로 하향 이동하고 있습니다. 한 젊은이는 수입이 형편없는 국립은행을 그만두고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 젊은이는 요즘 사람들은 잘 사는 게 아니라, 다만 생존하고 있을 뿐이라면서 최근 우즈베케스탄의 경제상황에 대해 심한 좌절감을 표시했습니다.

“여기서는 돈도 없고 연줄도 없으면 살아갈 수가 없는데도 사람들은 생존하고 있는데, 저는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습니다. 한 예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서 보통 봉급으로 한달에 30달러 정도를 받는데, 어떤 사람들은 고기를 먹지 못하고 빵과 설탕만 먹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경비원은 시골 시장에서 1리터 짜리 생수는 50센트 정도 하고, 빵과 설탕은 좀 더 비싸다고 말합니다. 이같은 수치는 보통 사람들이 하루에 한번밖에 빵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거리에서 만난 개업중인 변호사는 별로 비판적이지 않았습니다. 이 변호사는 과도기적인 경제상황에서는 어려움은 예상할 수 있는 것이며, 또 사정이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정부가 경제운용방법을 잘 모르고 또 우리 역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많은 문제에 부닥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정부는 터키식 모델을 따르려고 하다가 독일식으로 바꾸고, 이제는 자주적인 방식으로 오락가락하다 보니 많은 문제가 파생되는 것이므로 시간이 좀 걸릴 것입니다."

부크하라시의 햇볕에 구은 벽돌거리에는 한 전통적인 장인이 가위와 칼과 가끔 검을 만들어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데, 이런 것들은 대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팔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3월에 회교 극단주의자들의 소행으로 보이는 테러공격이 일어나면서 그나마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남자는 그의 장사에 대해 불평을 하지도 않고 생계를 걱정하지도 않습니다.

" 자물쇠나 대장장이 일을 해가지고는 큰 부자가 될 수 없지만, 또 가난하게 살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는 특별한 시대에 살아가는 하나의 보통 사람일 뿐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