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미국은 지금] 미국 대법원 ‘온라인 아동 보호법’ 위헌판결 - 2004-06-30


앵커: 최근 미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들을 소개해 드리는 ‘미국은 지금’시간입니다. 오늘은 김영권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온라인 아동 보호법 (Child Online Protection Act)에 관한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구요?

김: 그렇습니다. 미국 대법원은 29일 5대 4로 ‘온라인 아동 보호법’이 미 헌법에 기초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위헌판결을 내렸습니다. ‘온라인 아동 보호법’은 지난 98년 클린턴 행정부 시절 의회를 통과해 대통령이 서명한 법으로 어린이들에게 해를 주는 무분별한 성인 웹사이트들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입니다.

앵커: ‘온라인 아동보호법’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김: 이 법은 음란물을 어린이들이 쉽게 접촉할 수 있는 온라인에 올려놓는 업체나 제작자들에게 5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또 성인물 이용자는 접속전에 미리 등록절차를 의무적으로 밟아야 하는 등 업체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담긴 법입니다. 하지만, 제정이후 80여건에 달하는 소송에 걸리면서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었습니다.

이날 판결이 내려지자, 이 소송을 주도했던 미국 시민 자유 연합측은 ‘표현의 자유’란 헌법정신을 대법원이 존중했다며 환영을 나타냈습니다. 그러나 온라인 아동보호법을 강력히 지지했던 죤 에슈크로프트 법무장관 등 보수층과 가정연구단체, 학부모단체들은 이를 반박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고 미 언론들이 일제히 전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럼, 이제 법의 제한 없이 성인물들이 온라인에서 자유롭게 게재되는 겁니까?

김: 아닙니다. 비록 대법원이 위헌 판결을 내렸지만 최종 판결을 내린것이 아니고, 이 소송을 다시 하급법원으로 내려보냈습니다. 위헌쪽에 손을 들어준 앤토니 케네디 대법관은 법이 너무 광범위해서 기준을 정하기가 모호하고, 지난 5년간 음란물을 차단할 수 있는 기술들이 많이 발달한 만큼, 법의 효용범위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샌드라 데이 오코너 대법관 등 보호법을 지지했던 4명의 대법관들은 ‘온라인 아동 보호법’이 헌법정신에 위배되지 않으며, 이를 계속 유지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제..하급법원에서 시작될 새로운 재판의 쟁점은 기술과 규제의 범위에 모이질 전망입니다. 성인물 차단 장치가 아무리 고차원의 장치라 할지라도 완벽할 수 없고, 별다른 규제 없이 어린이가 음란물을 접했을 경우….이를 어떻게 판결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팽팽히 맞설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화제를 돌려서 미국의 대 테러 방지 연구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미 정부가 테러방지를 위해 흥미로운 방법을 쓰고 있다구요?

김: 미 정부가 철학자, 미래학자, 컴퓨터 프로그래머, 소설가, 음악인 등 12명의 다양한 전문인들을 선정해 주기적으로 비밀리에 만나 테러 대비책을 함께 세우고 있습니다.

앵커: 흥미로운 소식이네요. 국토 안보부가 이들과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겁니까?

김: 한마디로 말씀드리자면…이들의 기발한 상상력을 테러 방어에 적용하는 것입니다. 보통사람들이라면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생각들을 이들의 재능을 통해 끌어내서. 가상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직접적으로 테러를 방어하는데 접목시킨다는 구상입니다. 예를 들자면, 이 회의에 참여중인 작가 브레드 멜쪄씨는 범죄자들이나 테러분자들이 정부의 주요 건물을 폭파시키는 가상소설을 매우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작가로 유명합니다. 특히 멜쪄의 소설 ‘the Zero Game’에서는 미국 국회 의사당으로 연결되는 비밀 지하 통로를 자신이 직접 연구하며 발견해 이를 소설의 중심내용에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국토 안보부에서는 이런 멜쪄씨의 무한한 상상력을 높이 산 것입니다. 사실 9.11 테러 발생 당시 미 정부 관리들은 테러리스트들이 일반 여객기를 탈취해 무기로 사용할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고백한 적이 있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일수도 있겠습니다만…….늦게나마. 정보요원들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잠재적인 테러방법들을 멜쳐씨 같은 사람들을 통해 터득한다는 것이 국토안보부의 전략입니다.

앵커: 그럼 어떤 식으로 정부와 이들 전문인들간에 토론이 벌어지나요?

김: 이들 전문인들이 테러리스트라는 가정하에 정보요원들의 질문을 받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한 건물을 정해놓고, 조건을 여러가지 제시한 후에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라든가…. 방어망들을 설명한 후에…헛점이 어디있고, 뚫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겠는가? 하는 질문에 최선의 방법들을 생각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정부에서는 이런 질의응답방식을 오랫동안 사용해왔습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그 대상이 관련전문가들에 제한된 반면, 이제 그 대상과 생각의 폭이 일반 작가나 예술인들로 더 넓어졌다는 것입니다.

앵커: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궁금한데요. 전문가들은 이런 방법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요?

김: 우선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조지 워싱턴 대학에서 안보정책을 가르치고 있는 프랭크 실루포 교수는 ‘누구나 서로 다른 생각과 기술들을 또 다른 차원으로 바라 보길 원한다면서 이같은 방법은 테러리스트들의 마음을 읽는데 매우 효과적일수 있다고 성명합니다.

확실한 방어 방법들을 연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적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미리 엿볼 수 있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9.11 테러에 대해 정부관계자들은 상상을 할 수 없었다고 했지만. 이미 그 전에 비행기를 납치해 테러를 감행하는 유사한 형태의 소설들이 시중에 나와있었다고 실루포 교수는 설명합니다.

뛰어난 상상력의 재능이 작품을 통해 시민들에게 기쁨을 주기도 합니다만….이제 이 차원을 넘어서 테러리스트로부터 시민들의 생명까지 미리 보호해 주는 새로운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