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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내 중남미 이민자들의 본국 송금액 연간 3백억 달러  - 2004-06-13


올해 미국으로부터 중남미 지역에 보내지는 송금액이 300 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 막대한 돈은 미국 정부로부터 보내지는 것이 아니라 중남미 출신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접시닦기와 청소, 공사장 막노동 등으로 땀흘려 벌어서 고국에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보내는 돈입니다. 중남미 출신 미국 이민자들의 본국 송금은 가족들이 생계를 유지하는데 중요할 뿐만 아니라 국제 경제면에서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기업인들과 정책 입안자들이 뒤늦게 깨닫고 있습니다. 중남미 출신 미국 이민자들의 본국 송금이 국가경제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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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내 웨스트 231가의 작고 비좁은 어느 가게의 텔레비전 화면에서는 스페인어 드라마가 음악과 함께 펼쳐지고 있습니다. 가게 안에 있는 모든 포스터들과 안내 광고는 전부 스페인어로 돼 있습니다. 포스터들에는 이 작은 가게에서 중남미 출신 미국 이민자들의 송금을 받고 기뻐하는 어린이들과 여인네, 노부모들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이 가게의 점원, 알렉산드라 크레스포는 데이빗이라는 이름의 고객이 국제송금 신청서 작성하는 것을 스페인 말로 도와주고 있습니다. 데이빗은 전에 이 가게에서 송금한 적이 있지만 그 때의 신청서와는 양식이 좀 바뀌었기 때문에 점원인 알렉산드라가 스페인 말로 전화번호는 여기에 적고 어쩌고 하며 신청서 기재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데이빗은 공사장의 막일꾼입니다. 중미 카리브해 국가, 도미니크 공화국 출신인 데이빗은 고국에 있는 애인에게 두 달이나 석 달에 한 번, 몇 백 달러씩 보냅니다. 데이빗은 자기가 보내는 돈으로 애인이 아들을 키우고 있다고 말합니다.

데이빗은 아들의 먹거리며 약품, 옷가지 등을 살수 있도록 돈을 보낸다면서 꼭 그래야만 하느냐는 질문에 누군가 도와줘야 하는데 그렇게 할수 있는 사람은, 자기뿐이라고 말합니다.

미국에서 데이빗처럼 고국의 가족에게 정기적으로 송금하는 중남미 출신이민자수는 약 1천만 명에 달합니다. 미국의 중남미 출신 이민자 인구는 약 1천7백만 명에 달하는데 이들이 미국에서 버는 연간 소득총액은 4천5백억 달러로 추산됩니다.

미주 개발은행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중남미 출신 이민자들이 버는 소득액의 거의 대부분이 미국에서 지출되고 고국에 보내는 송금액은 연간 3백억 달러로 이들 이민자 총소득액의 7퍼센트도 채안됩니다. 그러나 중남미 국가들 가운데 어떤 나라의 경우에는 미국에 있는 이민자들이 가족에게 보내는 송금액이 그 나라 전체경제에서 회전되는 돈의 약 20퍼센트를 차지합니다. 이곳 워싱턴에 있는 조지타운 대학 국제이민연구소, 마누엘 오로스코 연구원의 말입니다.

“ 미국 이민자들의 연간 본국 송금액은 엘살바도르의 경우 22억 달러, 과테말라의 경우 23억 달러에 달합니다. 중남미 국가들 가운데서도 가장 가난한 니카라과의 전체 경제규모가 30억 달러에 불과한데 그중 이민자들의 송금액은 8억 달러로 전체 경제규모의 26퍼센트를 넘습니다. 이 나라들의 수출규모와 비교하면 이민자들의 고국 송금액은 참으로 대단한 규모라고 할수 있습니다. 실제로 니카라과의 경우 이민자들의 본국 송금액이 총수출액 보다 많았었던 때도 있습니다.”

이처럼 중남미 출신 미국 이민자들의 본국 송금이 출신국 경제에 중요한 기여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멕시코를 제외한 대부분의 중남미 국가 정책 결정자들이 이민자 송금을 국가의 경제적 수단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됩니다. 중남미 지역 이민자 가족들은 미국에서 보내온 돈의 일부를 은행에 예금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집안에 있는 단지속이나 책상서랍 속에 묻어놓고 있습니다. 다시 오로스코 연구원의 말입니다.

“ 이같은 현상은 개발도상 지역에 있어서 개발의 기본에 관한 문제입니다. 중남미 지역에서 은행에 계좌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전체 인구의 20 퍼센트도 채 안됩니다. 일반인들의 금융체제 이용이 대단히 제한돼 있기 때문에 개발에 필요한 자금이 근본적으로 부족하게 되고 이는 개발을 구조적으로 억제하는 요인입니다.”

미국내 중남미 출신 이민자들의 본국 송금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뒤늦게 깨닫기는 미국 정부도 마찬가지라고 오로스코 연구원은 지적합니다. 미국 연방의회 상,하 양원은 최근에야 국제송금에 관련된 수수료 내역을 모두 명백히 신고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의 제정을 검토중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미 행정부의 국제개발처는 중남미 지역의 금융기관들이 송금역할을 담당해주도록 교섭중입니다. 그러나 송금분야에서 금융기관들의 경쟁이 늘어남으로써 송금 수수료가 계속 내려가는 것이 문제라고 마누엘 오로스코 연구원은 지적합니다. 5년전만 해도 국제 송금 수수료가 대체로 송금액의 15퍼센트였는데 지금은 7퍼센트로 내렸고 앞으로 계속 내릴 것으로 보입니다.

“ 그러나 미국과 중남미 지역의 금융업계는 다같이 미국내 이민자들의 본국 송금을 위한 서비스를 통해 많은 돈을 벌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

한편, 미국내 중남미 출신 이민자들의 본국 송금액이 300 억 달러에 달하는 것은 큰 규모이긴 하지만 그 규모가 큰 것만을 충분하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오로스코 연구원은 지적합니다. 만약에 중남미 지역의 금융부문 하부구조가 좀더 개발됐더라면 미국 이민자들의 송금액이 보다 더 잘 활용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미국내 이민자들의 연간 본국 송금액 300 억 달러는 이민자들이 가족과 헤어져 미국으로 돈을 벌러가도록 만든 가난과 불평등을 해소하는데는 턱도 없이 모자라는 것이라고 마누엘 오로스코 연구원은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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