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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초점]환경재해,911테러 다룬 영화들 개봉전부터 논란 가열  - 2004-05-25


앵커=지금 미국에서는 [더 데이 애프터 투마로우]라는 블록버스터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정치적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먼저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이= 네, 이 영화는 가공할 자연 재해를 다룬 영화로, 그같은 자연재해의 주범은 바로 지구 온난화인데요, 온실가스 축적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로 전 세계에 제2의 빙하기가 찾아 온다는 설정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급격한 기후 변화로 인해서 미국 뉴욕시가 해일에 파괴된 후 얼음에 뒤덮이고, 로스엔젤레스는 초강력 토네이도에 의해 초토화됩니다. 그리고 인도 뉴델리에는 갑자기 폭설이 내리는가 하면, 일본 도쿄에는 대형 우박이 쏟아지는 등 기상 이변으로 결국 북반구 대부분이 빙하에 뒤덮인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미국의 폭스 영화사가 1억2천만 달러, 한화로 약 1400억원을 투입해 만든 이 영화는 미국에서 이번 주말에 개봉될 예정인데요, 실감나는 화면을 위해 컴퓨터 그래픽에 무려 제작비의 40퍼센트를 쏟아 부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단지 허구에 불과한 영화 한 편이 정치적 논란의 한 가운데 놓이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 지구상 기상 위협의 문제는 전 세계 국가들이 전쟁을 멈추고 다 함께 지구를 구하기 위해 노력할 정도로 큰 문제다… 이 영화를 만든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영화 공식 홈페이지에서 이렇게 지적하고 있습니다만, 그동안 미국에서는 9.11테러공격과 뒤이은 테러와의 전쟁, 그리고 이라크 전쟁 등으로 인해 환경 문제는 완전히 뒷전으로 밀려 있었던 것이 사실인데요, 이 영화를 계기로 지구 온난화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현 부쉬 대통령에게 근소한 표차로 패했던 알 고어 전 부통령은 미국 역사상 환경 문제에 가장 관심이 많았던 대통령 후보였는데요, 이 영화 더 데이 아프터 투마로우를 가리켜, 지구 온난화에 대해 온 국민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영화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고어 전 부통령은 부쉬 행정부는 지구 온난화 때문에 실질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에 기반을 둔 환경 옹호단체 [무브온]이라는 단체는 영화 개봉일에 맞춰 부쉬 행정부가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해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으면서 오히려 자신들의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는 대국민 홍보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가 단지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의 미래다.. 이 단체는 이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3월에 100년만에 폭설이 내리는 등 환경 파괴에 따른 자연재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실정인데요… 과학계에서는 영화 속 장면들이 실제로 현실화 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까?

이= 미국의 국립 과학원은 지난 2002년에 예기치 않은 기후 변화가 예상된다고 경고했고, 그 이후에 같은 결론을 내린 논문들이 수 없이 많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것과 같은 , 하루 아침 사이의 갑작스러운 기상 이변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는 것이 과학계의 중론인데요…. 지구 온난화가 빙하 시대로 이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고, 더구나 그같은 일이 며칠 사이에 벌어질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단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환경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를 삼는다면 그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많은 과학자들은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구 온난화의 결과가 영화처럼 극적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남부의 가뭄이 더욱 심화될 수도 있고, 지난 여름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을 강타했던 폭염이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앵커= 그런가 하면, 이번에 칸느 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을 받은 다큐멘터리 영화 [화씨 9/11]이 개봉될 경우, 크게 히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면서요…

이= 그렇습니다. 마이클 무어 감독이 만든 화씨 9/11은 이라크 전쟁 및 테러와의 전쟁과 관련해 부쉬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영화로, 부쉬 대통령 가문과 오사마 빈 라덴 가문 사이의 관계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지난 주 백악관은 이 영화에 대해 터무니없는 오류로 가득차 논평할 가치조차 없는 영화라고 혹평했지만, 칸느 영화제 수상으로 흥행에서도 성공할 것이라는게 업계 전문가들의 전망입니다.

앵커 = 그런데, 당초 부쉬 행정부가 이 영화에 대한 배급 중단 압력을 넣고 있다는 논란도 있지 않았습니까?

이= 네, 그렇습니다. 미라맥스에 의해 제작된 이 영화는 7월에 북미지역에서 상영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회사의 모기업인 월트 디즈니는 미라맥스에 대해 이 영화의 배급을 중단시켰었습니다. 디즈니 측은 10년 전 미라맥스를 매입할 때 지나치게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미라맥스 작품의 배급을 중단시킬 수 있도록 한 계약 규정을 이유로 들었습니다만, 무어 감독은 백악관이 배급 중단 압력의 배후에 있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미라맥스 영화사는 디즈니로부터 화씨 911의 판권을 재매입해 제3자를 통해 배급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지금 준비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 무어 감독은 맹렬한 반 부쉬 주의자로 알려져 있는데, 이 영화가 일반에 개봉될 경우 올해 말 미국 대선에서 부쉬 대통령이 큰 타격을 입지 않겠습니까?

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많은 전문가들의 생각입니다. 어차피 이 영화를 볼 사람들은 무어 감독의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들이고, 그런 사람들은 이미 부쉬 대통령에게 표를 던지지 않을 사람들인데다가, 무어 감독의 주장에 동감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결국 부쉬 대통령이 큰 타격을 받는 일은 별로 없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이번에 이 영화가 큰 상을 받았기 때문에 조금은 도움이 되겠지만, 그 영향은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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