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미국, 이라크와 아프간 선거 여건 각각 달리 평가  - 2004-02-20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두 나라는 모두 최근에 전쟁을 치룬 나라들입니다. 따라서 두 나라는 여건상 많은 유사점들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이라크에서는 조기 선거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고, 이와 관련 국제적 지지까지 얻어 낸 반면에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앞으로 4개월 후에 선거를 실시하려고 추진하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당국자들은 이라크에는 선거를 실시하기 위해 필요한 하부 구조가 아직 갖추어지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조기 선거 실시 압력에 저항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라크와 마찬가지로 아프가니스탄 역시 정치적 하부구조가 부족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아프간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당초 예정대로 오는 6월에 실시 되도록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적어도 국회의원 선거는 연기될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아프간 유권자 천 50만명 가운데 유권자 등록을 마친 사람은 단지 백 만명에 불과합니다. 이라크와 마찬가지로 치안 문제가 가장 큰 우려 사항으로 남아 있습니다.

아프간의 대부분 시골 지역은 아직도 군벌들과 그들이 개인적으로 보유한 민병대원들의 통제하에 놓여 있습니다. 또한 이라크와 마찬가지로 직접적인 자유 선거를 치룬 일이 없는 나라로서 아프간에는 이렇다할 정당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간의 하미드 카르자이 과도정부 대통령은 적어도 대통령 선거만이라도 6월에 실시되기를 원하고 있고 미국은 그의 소망을 이뤄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라크의 조기 선거 요구를 거부한 미국이 아프간에서는 선거 실시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유는 아프간의 정치적 판도가 이라크의 정치적 판도보다 단순하기 때문이라고 , 미국 중앙정보국 (CIA)의 중동 담당관 출신으로 현재 [미국 기업 연구소 (American Enterprise Institute / AEI)] 객원 연구원인 루엘 마크 게레트 씨는 해석합니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선거를 실시하는 데에는 두려움을 느끼면서, 아프간 선거에 관해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적어도 같은 식의 두려움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라크에 비해 민주주의를 위한 기본적 여건들이 훨씬 덜 발전했기 때문에 많은 면에서 아프간은 훨씬 더 초보적인 체제입니다. 이라크인들은 단순히 그들의 행동 특히 회교 시아파와 쿠르드 족의 행동만으로도 민주적 과정에 참여할 충분한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강력히 주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파키스탄 언론인으로 오랫동안 아프간 문제를 관측해 온 아흐마드 라쉬드 씨는 아프간은 또한 파쉬툰 족과 다른 부족들 특히 타지크 족 사이에 종족간 분열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새로운 헌법 비준을 위해 소집됐던 부족 대표 회의 로야 지르가가 진행되는 동안 그같은 분열이 노출됐습니다. 라쉬드 씨는 지금 선거를 서둘러 실시하거나 국회의원 선거에 앞서 대통령 선거를 실시할 경우 카르자이 대통령의 입지에 도움이 되기 보다는 해가 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그같은 정치적 과정들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 그리고 지난 해 12월 로야 지르가 당시에 분출된 종족간 긴장이 해소되지 않은 채 앞으로 4개월 후에 선거를 실시 할 경우, 서로 자기 종족에게 투표하는 극단적인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그렇게 될 경우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없으며 카르자이 대통령에게 정통성을 부여하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라쉬드 씨는 선거를 위해 북대서양 조약기구 나토 군 병력을 추가로 배치하는 것만으로는 치안이 개선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치안의 핵심은 나토 군을 불러 들이는 것이 아니라, 현재 범죄자와 약탈자, 강간범 등으로 변하고 있는 10만명의 민병대원들을 무장 해제하는 것입니다. 그들을 무장 해제시킨 후 주류 사회 속으로 편입시키는 것이 진정으로 장기적인 치안을 확보하는 동시에 선거를 위한 치안도 확보하는 길입니다.”

미국 기업 연구소 AEI의 게레트 씨는 이라크와 아프간이 민주화를 이룩할 전망이 어느 정도 되는지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이라크는 50퍼센트의 기회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아프간은 간신히 합격점을 받았습니다.

“이라크의 전망은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반의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중동 문제를 다룰 때 가능성이 50대 50 이라면 상당히 좋은 것입니다. 아프간은 어렵겠지만 일단 목적을 달성 할 기회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이 결코 보기 좋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미국의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할 것입니다.”

다음 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아프간 선거 일정이 재조정될 필요가 있는지에 관한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