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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 지역을 무대로 펼쳐진 연애 소설을 집필하면서 느꼈던 한 소설가의 체험담  - 2003-11-23


분쟁지역을 연애소설의 무대로 설정할 경우 그 소설을 써나가는 작가 자신의 삶 자체가 완전히 바뀌게 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목격되고 있습니다. 캐나다 국적의 이스라엘 인 여성작가 에디트 라벨 여사도 그같은 개인적 탈바꿈을 체험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분쟁지역을 무대로 한 사랑을 소재로 한 소설을 집필하면서, 라벨 여사가 어떤 체험을 했는지, 좀더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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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에디트 라벨 여사는 처음 사랑을 소재로 한 연애소설을 구상 했을 때만 해도 정치 문제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언젠가, 자동차를 운전하던 때였습니다. 문득, 제가 쓰고 싶은 소설의 첫 구절이 머리속을 스쳤습니다. 그러니까, ‘오래 전 일이다. 내 나이 꼭 스무살이었을 때, 나는 나를 심문하던 조사관에 사랑을 느끼게 되었다.’ 이런 첫 문장에 제 머리 속에 갑작스레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그 문장이 떠오르면서 곧 뒤이어, 주인공들과, 주인공들의 이름이며 이들 각자에게 일어난 사건들, 또는 삶의 노정이 선명히 자리를 잡아갔습니다.”

그러나 곧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분쟁이 소설과 주인공들에게 어떤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되었다고 라벨 여사는 말합니다. 감동적인 문체로 이 소설은 한 여자 영문학도와 이스라엘 영화배우 출신으로 팔레스타인인 포로들을 심문하는 이스라엘 군 조사관 사이의 애틋한 사랑의 이야기를 줄거리로 합니다.

이스라엘 군 조사관은 이스라엘 정부의 공식 정책에는 반대하지만, 어떻든 국가 기관원으로써의 본분에 충실합니다. 그리고 이 때문에 연인 관계에 암운이 드리우게 됩니다. 이 남자 주인공은 나중에 팔레스타인 친구의 아들이 개입된 위기상황을 해소하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그를 팔레스타인 인으로 오인한 이스라엘 군 저격수에 의해 피살당합니다.

라벨 여사는 이 소설은 인간이면 누구가 피하기 어려운, 인간 관계상의 모순점,즉, 사람들 사이의 신뢰, 얽히고 섞인, 매우 복잡한 감정과 불필요한, 의심, 잘못된 의혹의 문제를 다룬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요, 저는 사람 사이의 신뢰와 의심, 이것이 인간의 본질적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을 문제성을 파헤치는 어떤 전문적인 내용의 소설로 쓰지는 않았습니다. 더구나 어떤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그저 통찰력에 의존해 이 소설을 아주 직관적으로 써 내려갔을 뿐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분쟁의 핵심은 바로 사람들 사이의 신뢰에 있다고 믿습니다. ”

라벨 여사는 또한 이 소설에서, 정치문제에 언어가 미치는 영향력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군에 의해 세워진 보안장벽만 해도, 이스라엘측은, 안보 울타리로 부르고 있고, 팔레스타인측은, 장벽으로 부른다는 점을 라벨 여사는 지적합니다.

“어떤 현실을 해석하고 또 때로는 조성하기 위해 사람들은 언어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물론, 언어는, 상상 가능한 모든 측면에서 정치적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작가들이야말로 늘, 단어와 표현상의 문제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제가 깊이 관심을 기울인 것은,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 각자가 어떤 방식으로 삶을 영위하는가 하는 국면이었습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사람들은 언어를 통해 세계를 바라봅니다. 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특이한 분쟁을 우리는 언어를 통해 어떻게 이해하려는가 그런 노력에 저는 깊은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1만명의 연인들] 영어원제, [Ten Thousand Lovers]란 제목의 이 소설은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라벨 여사는 당시 시대적 배경을 묘사하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고 말합니다. 라벨여사는, 소설을 쓰기전, 이미 2년 6개월 앞서,어린 시절의 고향의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그곳의 달라진 모습을 직접 보기 위해 카나다에서 이스라엘까지 여행했습니다. 라벨여사는 그 이스라엘 여행을 통해 비로소 소설의 영역 밖의 실제 삶에 눈을 뜨게 되었다고 토로합니다.

“이스라엘 여행을 마치고, 저는 이 소설을 썼습니다. 저는 전에, 어떤 종류이건 정치활동에 개입한 일이 없었습니다. 저는 논픽션은 별로 읽지 못했습니다. 제 삶의 대부분은, 문학수업과 가르치는 일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 많은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점점 정치성을 띄기 시작했습니다. 제 자신 상상 못했던 변화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때부터, 문학작품에만 전념하기 보다, 그밖의 좀 더 많은 일, 또 보람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직접 가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소설 작업이 저를 그런 상황으로 몰아갔습니다. 이 책이 저를 정치계로 이끌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라벨 여사는 현재 이스라엘에 머물면서 이른바 검문 소에서 년중 몇개월간 일합니다. 이 검문소는, 예루살렘과 요단강 서안 주변에 세워진 검문초소와 또 보안 장벽주변의 팔레스타인 인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처우 상황을 감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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