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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체조선수권대회 북한 선수단 밀착 취재 경험담 - 이연철기자 - 2003-08-22


기자들이 취재하기 가장 어려운 대상 가운데 하나는 각종 국제 대회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단입니다. 대회 주최측 마다 만일의 불상사를 우려해 북한 선수단에 대한 특별 경호를 실시해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데다, 어쩌다 마주치는 북한 선수나 임원들도 대부분 대화를 꺼리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미국에서 열린 세계 체조선수권 대회도 처음에는 별로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며칠째 북한 선수단을 밀착 취재하던 기자와 얼굴을 익힌 일부 북한 임원들이 조금씩 말문을 열기 시작했고, 특히 북한 여자팀이 비교적 만족할 만한 경기를 펼친 날에는 적극적으로 인터뷰에 응하면서 기사를 잘 써 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 애나하임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 북한 선수단을 취재하고 돌아온 이연철 기자가 좀 더 자세한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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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열린 제37회 세계 체조선수권 대회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의 윤성범 단장이 말문을 여는데는 꼬박 사흘이 걸렸습니다. 당초 윤 단장은 남자 단체전 예선 경기가 열렸던 지난 16일, 경기 후에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약속했다가 북한 선수들이 부진한 경기를 펼치자 할 말이 없다며 인터뷰를 거부했고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 속에는 긴 침묵만이 흘렀습니다. 다른 선수나 임원들도 거듭되는 질문에 예,아니오, 잘 모르겠다, 혹은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라는 짧은 대답만을 되풀이할 뿐이었습니다.

게다가 북한 선수단이 묵고 있는 숙소에는 특별히 경비원이 배치돼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됐기 때문에 더 이상의 접근도 불가능했습니다. 그러다가 북한 여자 체조 대표팀이 단체전 예선 경기에서 남한 여자팀 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몇몇 선수들의 종목별 결선 진출 가능성이 높아진 지난 18일, 모처럼만에 북한 선수단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경기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 속에서 북한 임원들은 여자 선수들의 경기 내용을 화제로 삼아 웃음 꽃을 터뜨렸고, 나이 어린 여자 선수들도 자기들끼리 재잘거리기에 바빴습니다. 이같은 표정은 그보다 이틀 전에 남자 대표 선수들의 경기가 끝났을 때와는 극적으로 대비되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북한 여자 팀의 단장 겸 통역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전혜영 씨는북한 선수단 버스에 동승한 기자의 질문에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대답했습니다.

전혜영 단장은 북한 선수들이나 임원들이 왜 인터뷰에 응하기를 꺼리느냐고 묻자 그럴 리가 없을것이라면 반문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윤성범 단장이나 전혜영 단장, 그리고 김춘필 국제심판 같은 고위급 임원들은 비교적 아무런 꺼리낌없이 대화에 응한 반면, 다른 임원이나 선수들은 여전히 대답하기를 꺼리는 눈치였습니다. 북한 여자 팀에서 도마 개인전 결선에 진출한 강윤미 선수도 대답하라는 전혜영 단장의 말이 떨어진 후에야 간신히 대답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 선수단의 이같은 폐쇄성에 대해 지난 해 부산 아시아 경기대회 당시 북한 팀과 같이 훈련을 한 적이 있는 남한 여자팀의 이기호 코치는 북한 선수나 임원들이 낯을 가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북한 임원들은 앞으로 북한선수들이 자주 국제대회에 참가해 많은 경험을 쌓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와 함께 북한 선수단이 다른 나라 선수 및 임원들과의 인간적 교류에 나서고 기자들의 취재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임하면서 주저없이 자신들의 생각을 표출하는 적극적인 자세도 필요하지 않을까 본기자는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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