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이라크 전으로 멕시코에서 반미 감정 고조 (영문 서비스) - 2003-04-04


머나먼 이라크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접경을 이루고 있는 나라 멕시코에서는 반미 감정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전쟁을 둘러싼 양국간 이견이 긴장을 고조시키는 가운데 미국에 대한 오랜 적개심이 되살아 나고 있다고 멕시코 시티에서 미국의 소리 기자가 전해 왔습니다.

*****************

멕시코 시티 주재 미국 대사관 밖에 보안상 둘러쳐진 울타리에는 “오늘은 이라크, 내일은 멕시코” 라는 사인이 붙어 있습니다. 이 사인이 일반 미국인들에게는 터무니없는 내용으로 보일지 몰라도 멕시코에서 그같은 감정은 계속 널리 확산되고 있습니다.

멕시코는 1847년 미군 침공으로 그 나라 영토 절반 가량을 빼앗겼습니다. 멕시코 인들은 북부 이웃나라인 막강한 미국에 대해 오랫동안 적개심과 의구심을 품어 왔으며 이라크 전쟁으로 이같은 감정들은 더욱 표면화되고 있습니다.

전선에서 전투나 군대 병력 이동 등에 관한 뉴스가 전해진 뒤를 이어 미국인들은 전략적인 측면에서 이라크 전쟁을 보고 있는 반면에 멕시코에서의 뉴스 보도들은 이라크에서 숨진 아기들과 심하게 다친 민간인들을 포함해 민간인 희생자들에 관한 소름끼치는 장면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반전 음악이 담긴 비데오 하나가 몇일 전부터 TV Azteca 에서 방영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수많은 뉴스들은 반전에 관한 소식을 다루고 있으며 멕시코의 다른 텔레비젼 방송사인 Televisa 에서는 이라크 전쟁을 우려하는 내용을 방영하고 있습니다. 민간인 희생자들에 관한 보도 외에도 멕시코의 뉴스 담당자들은 멕시코에 인척을 둔, 전투에서 숨진 미군 병사들 가족들에 관한 보도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멕시코계 미군 병사 적어도 4명이 이라크 전쟁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멕시코발 언론들은 때때로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받는 교환 조건으로 군에 입대할 수 있다며, 미국이 젊은 멕시코계 청년들을 유혹한다는 허위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현지 주재 미국 대사관은 이같은 보도들을 거듭 일축하고 오로지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을 이미 취득한 사람들에 한해 군에 입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젊은 멕시코인들이 매일 미군 입대와 관련한 정보를 찾기 위해 미국 대사관에 접촉하고 있다고 美 대사관 대변인은 말했습니다.

멕시코 시티 주재 미국 대사관은 현재 경찰 바리케이트와 울타리 등이 둘러쳐져 교통이 차단된 상태지만 그 주변에서는 대부분 소규모의 평화적인 시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거리에 뛰쳐나가 반전 시위를 벌일 만큼의 강력한 감정을 느끼는 멕시코인들은 거의 없지만 일반 여론 조사 결과들에서는 멕시코 인들 가운데 80% 이상이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멕시코의 비센테 폭스 대통령은 자신의 반미 감정을 표출함으로써 그리고 유엔 주재 멕시코 대사에게 다자간의 노력에 의한 평화 안을 지지하도록 만듦으로써 인기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멕시코는 유엔 안전 보장 이사회의 비상임 이사국 가운데 하나며 이달에는 유엔 안보리의 회장국 자리도 맡고 있습니다.

멕시코에서 반미 감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폭스 대통령의 반전 입장은 오는 7월에 실시될 중간 선거에서 그의 소속 당인 국민 행동당 (National Action Party)에 도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정치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미국과 멕시코간 관계에 있어 이로 인한 장기적인 부정적 결과가 초래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001년 9월, 미국에서 테러 공격이 발생하기 바로 전에 폭스 대통령과 조지 부쉬 미국 대통령은 미국내 멕시코계 불법 체류자 3백만 내지 4백 만명에게 법적 자격을 부여하게 될, 이민 문제에 관한 합의를 도출해 낼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9-11 테러 공격이 발생한 뒤를 이어 안보상의 우려로 그같은 노력은 더 이상 추진되지 못했습니다. 또한 이라크 전쟁 문제를 둘러싸고 부쉬 대통령과 폭스 대통령간 관계가 냉담해 짐에 따라 이민 문제와 관련해 어떠한 진전이 이뤄질 것이라는 희망도 점차 사라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균열 상태가 여러 조약 및 협정들, 특히 북미 자유 무역 협정으로 대부분 다져진 미국과 멕시코간 기존의 관계에 심각한 결과를 가져다 줄것으로 보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북미 자유 무역 협정이 체결됨에 따라 멕시코는 수출품 90%를 미국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또한 멕시코 인들과 미국에 거주하는 그들 가족들은 떼어낼수 없는 가족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 거주 멕시코인들 가운데 많은 수는 부쉬 대통령과 이라크 전쟁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라크 전쟁이나 다른 문제들을 둘러싸고 양국간 이견이 더욱 깊어진다 할지라도, 이라크 전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상관없이 미국과 멕시코간 관계는 실제로 더 나빠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