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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끄는 뉴욕의 가족 경영 소기업 전시회 - 2002-03-22


모든 기업관련 뉴스가 대부분 수천명 혹은 수백만명의 주주들이 있는 거대기업들에게만 초첨을 맞추는 때에, 가족이 경영하는 작은 기업만을 조명하는 새 전시회가 문을 열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뉴욕역사학회’가 주최한 이번 전시회에 소개되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설립된지 100년이 넘었으며, 또한 이민자들에 의해 세워졌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사람들을 향수에 젖게 만드는 이번 전시회를 미국의 소리 기자가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갈색의 안경이 목제 장식대 위에 놓여져 있습니다. 유명한 이태리 과자로 이름난 카페테리아에서 가져온 테이블과 의자들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벽에는 뉴욕의 도심 건물 옥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물탱크를 만드는 데 쓰였던 녹슨 철제 도구들이 걸려 있습니다.

‘가업(家業)’이라고 명명된 이번 전시회에는 각기 다양한 영역에 진출했으며, 백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한 가족에 의해 주로 운영되어온 기업들의 특별한 이야기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의 큐레이터인 씨는 가족들이 운영하는 수많은 소기업들이 뉴욕이라는 도시의 또다른 성격을 드러내게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 안엔 도시의 역사에 관해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선 지난 19세기 뉴욕으로 이주해온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들은 각자가 지닌 기술을 후손들에게 전수했으며, 그것을 여러가지 방법으로 활용할 의지와 바램까지 전해내렸던 것입니다.”

이번 뉴욕의 전시회에 소개된 기업들의 창업자들은 주로 유럽으로부터 이민온 사람들입니다. ‘메이거-고겔먼 안경회사’의 창업자 씨는 스위스로부터 이주해 왔습니다. 그는 소비자 주문생산방식의 안경을 1851년 처음 도입했습니다. 맹인이자 청각장애인이었던 미국의 유명한 사회운동가 씨가 이 회사의 가장 유명한 고객이었다고 합니다.

과거 뉴욕거리의 작은 벽돌건물 하나를 촬영한 흑백사진 안에는 유명한 스포츠 용품 회사인 ‘모델(Modell)’사의 첫번째 소매점이 보입니다. 오늘날 이 회사는 미국 일곱개 주에 걸쳐 90개의 지점을 보유한 거대회사로 성장했습니다. 이 회사를 창업한 올해 77살의 씨도 다른 창업자들처럼 말하고 싶은 추억거리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어렸을적 가족들을 도와 열심히 일을 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합니다.

“과거 여름철이면 해변에 상점을 열곤 했습니다. 저도 옆에서 거들며 수영모자 등을 팔았습니다. 제 어머니가 그때 돈의 출납을 맡으셨죠. 사업은 날로 번창했습니다. 지금은 회사가 많이 변하긴 했지만, 가족들이 깊숙히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그대롭니다.”

현재 ‘모델’사는1889년부터 경영을 해온 조부로부터 사업을 물려받은 씨의 조카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2차대전 당시 유태인대학살을 피해 러시아로부터 피신해온 유태인으로서 미국에서 남성의복을 판매하는 행상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델’사와는 달리 이번 전시회에 소개된 회사들은 종업원이 100명 미만인 작은 기업들이 대부분이며, 창업자가 현재까지 경영에 깊숙히 개입하고 있습니다. 세월의 부침속에 회사도 많은 변화를 겪었으나 그래도 대부분은 독특한 분야를 개척하며 명성을 날리는 기업들입니다. 그 중 한가지 예가 1826년에 설립되어 테이블보에 쓰이는 펠트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말리(Mali)의류’라는 회삽니다.

또 백여년전 덴마크 이민자가 설립한, 교회장식을 전문으로 하는 ‘램부쉬(Rambusch)장식’ 이라는 기업도 있습니다. 조부로부터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씨는 사업의 지속적인 성장요인으로 세가지 비결을 밝혔습니다.

“첫째로 가족중에 가업을 잇겠다는 후손들이 끊임없이 나왔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두번째로는 정확히 어디서 손실을 입고, 이득을 보는지 파악하게 해주는 정교한 회계작업을 유지해왔다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103년의 역사동안 우리에게 일을 의뢰해 온 충실한 고객이 있었다는 점을 빼 놓을 수 없겠습니다.”

이번 전시회에 참여한 회사들은 자체적으로 ‘뉴욕 백년 연합’이라는 기구를 결성해 놓고 있습니다. 이 단체의 회장인 의 말입니다.

“누군가가 우리단체 소속 회사들은 마치 하나의 사람과도 같다는 말을 했는데, 적절한 표현입니다. 각 회사들은 자기들만의 삶을 영위해 나가고 있으며, 일반 주식회사들은 절대 가질 수 없는 진실된 영혼이 깃들어 있습니다. 독특한 경영문화에서 비롯된 보기힘든 특성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씨는 기업규모를 적정수준이상 늘리지 않고, 회사가 자랑하는 한두가지의 업무영역에만 노력을 집중한 것이 오랜 기간동안 회사를 유지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판단합니다. 이에 덧붙여 회사들의 작은 규모와 가족들의 지속적인 경영참여야말로 이 회사들을 오늘날 특색있는 회사로 보이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씨는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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