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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화폐개혁 이전과 이후 동영상 공개돼


북한 정부가 화폐개혁을 단행하기 이전과 이후의 달라진 장마당 모습을 보여주는 동영상이 공개됐습니다. 같은 장소에서 촬영된 이 동영상에는 매우 활발했던 장마당이 화폐개혁 이후 눈에 띄게 썰렁해진 모습이 생생히 담겨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지난 해 10월 함경북도 온성의 한 장마당.

많은 상인들이 갖가지 물건과 먹거리들을 매대에 올려 놓고 장사를 합니다.

신발 한 켤레에 3만원, 중고 옷 한 벌에 1만 2천원에서 1만 5천원, 담배 1 킬로그램에 5백원이라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또렷이 들립니다.

낙지는 2천 5백원. 물론 화폐개혁 이전의 가격입니다.

장마당에서 아줌마들이 다투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외상값이 문제였습니다.

국수를 외상으로 받아가면서 옥수수로 값을 치르기로 했는데, 서로 계산이 맞지 않아 싸우는 겁니다.

하지만 화폐개혁 이후인 지난 3월의 이 장마당 모습은 5개월 전과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전체 매대의 90% 이상이 사라진 썰렁한 장마당에 콩나물을 파는 모녀 등의 모습만이 간간이 눈에 띕니다. 확성기를 통해 들리는 ‘21세기의 태양 김정일 장군 만세’ 라는 소리는 텅 빈 장마당에 메아리 칩니다.

모처럼 손님이 나타나자 소녀가 반갑게 콩나물 1백원, 강냉이는 1 킬로그램에 3백원이라고 말합니다.

기독교 선교단체인 `갈렙선교회’와 한국의 ‘조선일보’가 함께 입수해 공개한 이 동영상은 화폐개혁 이후 북한 주민들의 삶이 더욱 피폐해졌다는 대북 소식통들의 증언을 생생히 입증하고 있습니다.

갈렙선교회의 김성은 목사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상권을 쥐고 있던 중산층이 화폐개혁으로 몰락하면서 장마당에 의존하던 주민들의 삶도 몰라보게 피폐해졌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물가가 폭등하면서 매매가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오늘 물건을 팔아서 1백원 이익을 남겼다면, 내일 가서 그 것이 3백원이 오르는 거예요. 그러니까 팔아도 손해고, 돈의 가치가 1백 대 1로 축소됐으면 1이 백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 역할을 못하고 돈만 99%가 사라지고 일은 그대로 일이니까 살 여력도 없죠. 또 파는 사람은 기다리면 프리미엄으로 오를 텐데. 그래서 정식 매대나 어느 곳에도 물건이 거의 통용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달라진 것은 장마당 뿐이 아닙니다. 동영상은 많은 물건들이 하역되던 온성 청년역 장거리 버스정류장의 달라진 모습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 10월에는 버스에서 주민들이 바쁘게 물건을 내리는 모습과 옆에서 뿌듯하게 지폐를 세는 남성 등 역동적인 장면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올3월의 모습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황량함 그 자체입니다.

갈렙선교회의 김성은 목사는 장마당이 얼어붙고 당국의 단속은 더욱 심해지자 주민들의 불만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 이젠 못 살겠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데 전쟁이라도 콱 났으면 좋겠다. 뭐 이렇게는 못 살겠다는 불만들이 굉장히 여기 저기서 일어나고 있다고 그럽니다.”

최근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에는 북한의 민심은 변하고 있는데 정부는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는 내용의 전문가 기고문이 실렸습니다. 외부 정보와 장마당을 통해 의식이 깬 북한 주민들이 더 이상 정부의 선전선동을 맹목적으로 믿지 않기 때문에 북한 정부도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중국 소식통은 21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정부의 외화 규제 정책이 국경 무역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 상인들이 과거처럼 북한에서 중국 위안화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고 북한 은행에서 낮은 가치의 북한 돈으로 교환해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국경 무역이 상당히 경직되고 있다는 겁니다.

이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이런 규제를 풀지 않는 물가만 더 높여, 그렇잖아도 힘든 북한 주민들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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