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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하토야마 총리, 후텐마 기지 문제로 퇴진 위기


일본의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 정권이 오키나와 주둔 미군의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로 퇴진 위기에 몰리는 상황에 처했다고 합니다. 도쿄 현지를 연결해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주일미군의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는 오래 전부터 일본에서 논란이 돼 왔는데요, 이 문제가 왜 불거지게 됐는지 부터 소개해주시죠.

답) 미국 해병대가 사용 중인 오키나와 후텐마 비행장을 일본에 돌려준다는 데 미-일 양국이 합의한 것은 1996년 4월12일입니다. 당시 하시모토 류타로 일본 총리와 월터 먼데일 주일 미 대사가 이 같은 내용을 전격 발표했는데요, 문제는 여기에 주둔해 있던 미 해병대를 어디로 옮길 것이냐 입니다. 미국 측은 일부 병력을 미국령 괌으로 옮기는 대신에 헬리콥터 부대만은 오키나와 안에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고, 2006년 자민당 정권과 ‘2014년까지 오키나와 나고시 캠프 슈워브 연안부로 옮긴다’는 데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해 9월 집권한 일본 민주당 정권은 오키나와 주민들의 반발을 의식해서 “국외로 옮기거나 최소한 오키나와 밖으로 이전시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또 3월 말까지 일본 정부의 대안을 마련해 5월 말까지는 결론을 내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최근 검토하는 대안은 미 해병대 헬기 부대를 캠프슈워브 육상부와 가고시마현 도쿠노시마로 분산 이전한다는 방안입니다. 이 중 ‘도쿠노시마행’을 최대한 늘려 ‘오키나와 밖 이전’이라는 모양새를 갖춘다는 복안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 하지만 미군 기지 이전의 논의 당사자 중에서 정부 안에 찬성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요.

답) 그렇습니다. 하토야마 총리는 후텐마 반환 합의 14년째를 맞은 12일 핵 안보 정상회의가 열리는 미국 워싱턴으로 향해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기지 이전 문제에 대해 담판을 지을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어제 (13일) 워싱턴의 만찬장에서 하토야마 총리는 10분 간 오바마 대통령과 마주앉을 기회를 얻긴 했습니다만 후텐마 기지 이전지로 구상하고 있는 도쿠노시마는 이름 조차 꺼내지 못한 채 미국 측의 이란 핵 개발 의혹 설명을 듣기만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오키나와 주민들이 ‘오키나와 밖 이전’ 주장을 굽히지 않는 가운데 이전지로 떠오른 도쿠노시마 주민들은 연일 반대집회를 열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자 히라노 히로후미 관방장관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정권 교체 후 여러 과정을 거친 만큼 다소 늦어질지도 모른다”면서 2014년 이전 약속도 지키기 어려울지 모른다고 시사했습니다.

문) 미군 기지 이전 문제를 놓고 이처럼 우왕좌왕하는 현 정권에 실망한 일본 국민 여론이 ‘하토야마 내각 퇴진’ 쪽으로 기울고 있다구요.

답) 그렇습니다. NHK방송과 요미우리신문 등 각종 매체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하토야마 정권이 5월 말까지 후텐마 문제를 결론 내지 못하면 퇴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30∼40%에 이르고 있습니다. 특히 “하토야마 총리가 후텐마 문제를 깊이 생각해 보지도 않은 채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미-일 갈등만 심화시키고 주민들도 들쑤셔 놓았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주일미군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꼬여가자 ‘총리 교체’ 문제를 본격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경제신문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오늘 아침자에서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 차기 총리 후보의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는데요, 지금까지는 “후텐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정권교체를 할 수밖에 없다”는 민주당 원로 의원의 발언을 소개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이제는 구체적으로 ‘포스트 하토야마’ 후보가 거론되고 있는 것입니다.

문) 그렇다면 현재 거론되고 있는 차기 총리 후보는 어떤 인물들인가요.

답) 일본 언론에서 차기 총리 후보로 하마평이 오르내리는 인물은 간 나오토(菅直人) 재무상과 하라구치 가즈히로(原口一博) 총무상,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국가전략상,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 부대신 등입니다. 그런데 차기 총리 구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내 최대 세력인 ‘오자와파’의 움직임입니다. 오자와 이치로 간사장이 중의원과 참의원을 합쳐서 모두 1백80여명의 여당 의원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거명되는 후보들 중에서는 간 재무상이나 하라구치 총무상이 오자와 간사장과 사이가 원만하다는 점에서 유력시되고 있습니다. 센고쿠 국가전략상이나 노다 부대신은 거꾸로 오자와파와 거리가 멀다는 점 때문에 ‘반(反)오자와표’를 긁어 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도 합니다. 오카다 가쓰야 외무상이나 마에하라 세이지 국토교통상은 대중적인 인기는 높지만 하토야마 내각의 최대 약점인 후텐마 문제에 직접 관련돼 있다는 점 때문에 이름이 빠졌다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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