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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폴란드 대통령 사망, 러시아와 관계 반전될 수도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 부부와 정부 고위각료등 96명이 지난 10일 러시아에서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현재 폴란드와 러시아에는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습니다. 러시아 국민은 이번 사고로 폴란드와 러시아의 관계가 오히려 개선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조은정 기자와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폴란드 대통령이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해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는데요. 어떻게 된 일입니까?

답)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96명이 탑승한 비행기가 지난 10일 러시아 서부 스몰렌스크 공항에 접근하던 중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습니다. 이 비행기에는 특히 폴란드 중앙은행 총재, 육군 참모총장, 외무차관 등 고위 정부 인사들이 대거 탑승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문) 어떤 일로 카친스키 대통령이 대규모 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러시아로 향했습니까?

답) 카친스키 대통령은 ‘카틴 숲 학살 사건’ 추모 행사에 참석하려고 러시아를 찾았는데요. 이 사건은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0년 3월 5일 당시 소련 비밀경찰이 서부 스몰렌스크 근처의 카틴 숲에서 폴란드의 사회지도층 인사 2만2천여 명을 살해하고 암매장한 사건입니다. 지금까지도 폴란드와 러시아 사이에 분쟁의 씨앗으로 남아있는 사건인데요. 러시아는 완전한 자료 공개를 꺼리고 있고, 폴란드는 자료 공개와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 카친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에서 사고사를 당한 것 만으로도 러시아 정부에는 부담이 될 텐데, 방문 동기 또한 양국간의 오랜 갈등의 역사에서부터 비롯됐군요.

답) 에. 따라서 러시아 당국은 사고 수습에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사고 발생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를 조사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하고 현지로 급파했습니다. 푸틴 총리의 말을 들어보시죠.

푸틴 총리는 “조사위원회의 권한 안에서 모든 노력을 기울여 사고 원인을 최대한 빨리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푸틴 총리는 아울러 “신원 확인을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할 희생자 유가족들이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 정부는 12일 하루를 국가 애도의 날로 정해 폴란드 정부 대표단의 사망을 애도했습니다.

문) 각국 정상들 가운데 제일 먼저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나타낸 것도 러시아 대통령이었죠. 애도의 날에 참여한 러시아 국민들은 어떤 반응을 냈습니까?

답) 모스크바 시민들은 애도의 표시로 폴란드 대사관 앞에 꽃과 촛불을 놓으며, 이번 사고로 양국 관계가 손상되지 않기를 희망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방송과 인터뷰한 타티아나 씨의 말을 들어보시죠.

타티아나 씨는 “러시아 국민들도 비극을 겪어봤고 이번 사고를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타티아나 씨는 “ ‘운이 없다면 불운이 돕도록 하자’는 속담처럼 이번 사고를 계기로 양국이 오히려 가까워 질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 러시아 측의 따뜻한 위로 덕분에 양국 사이에 화해 분위기가 조성될 수도 있겠군요.

답) 예. 폴란드 외무부는 성명을 발표했는데요. 러시아 정부가 적극적으로 사고를 수습하고,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비자 발급 면제, 숙박 과 정신치료 상담을 제공하는 등 편의를 제공한 데 대해 감사를 표했습니다.

문) 폴란드 국민은 물론 이번 사고를 굉장히 슬퍼하고 있겠군요.

답) 예. 폴란드 정부는 희생자들을 기려 사고 후 일주일간을 애도 주간으로 선포했습니다. 주중인 월요일 이른 아침에도 직장이나 학교에 가기 앞서 카친스키 대통령의 시신이 보관된 대통령 궁을 찾는 시민들도 많았습니다. 친미 보수주의자였던 카친스키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엇갈렸었지만, 1980년대 폴란드 민주화를 이끌었고, ‘카틴 숲 학살사건’에 특별한 관심을 쏟는 등 민족주의자였던 카친스키 대통령의 서거에 폴란드 국민들은 모두 슬퍼하고 있습니다. 11일 바르샤바에서 열린 추모식에 참석한 한 폴란드 국민의 말을 들어보시죠.

이 청년은 “모두가 카친스키 대통령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고 소식을 듣고 모두가 가슴이 허망함을 느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갑자기 서거했는데, 현재 폴란드 정국은 어떻습니까?

답) 폴란드는 내각제이기 때문에 총리가 국정 전반을 책임지고 있어 권력 공백은 크지 않습니다. 현재 보르니슬라브 코모로브스키 하원 의장이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고 있고요. 폴란드 정부 대변인은 “헌법에 의거해 조기 총선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대통령 선거는 당초 오는 10월 열릴 예정이었습니다. 이번 사고로 카친스키 대통령이 소속됐던 법과 정의당이 상당한 동정표를 얻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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