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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북한 반인도 범죄 조사 가능하지만 쉽지 않을 것’


유럽의회 인권소위원회가 지난 7일 개최한 북한인권 청문회에서는 북한 정부의 반인도 범죄를 유엔 당국이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라 제기됐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수단처럼 북한 내 인권 탄압 가해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는데요. 김영권 기자와 함께 이런 제안들의 실현 여부와 절차 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김영권 기자. 먼저 유럽의회 청문회에서 제기된 관련 내용들을 요약해주시죠?

답) 유엔의 조사와 ICC 제소를 강력히 촉구한 참석자는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세계기독교연대(CSW)의 티나 램버트 인권옹호 담당 국장이었습니다.

램버트 국장은 북한 당국의 반인도 범죄에 대해 유엔 당국이 개입할 때가 됐다며, 수단 등 여러 나라의 전례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많은 유럽의회 의원들 역시 유엔의 책임과 개입에 공감을 표시했습니다. 의원들은 특히 유럽의회가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종합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문) 비팃 문타폰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도 최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유엔 당국의 개입을 촉구하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문타폰 보고관은 북한 정부의 지독한 인권 유린으로부터 주민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 유엔 안보리와 국제형사재판소 등 유엔 기구들이 책임감을 갖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습니다.

문) 북한 당국의 인권 유린에 대해 반인도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요. 어떤 의미인가요?

답) 국제형사재판소의 로마규약에 따르면 반인도 범죄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심각한 공격 등을 말합니다. 정부의 잔혹한 정책과 행위, 묵인 등이 여기에 해당되는데요. 살해, 몰살, 고문, 강간, 인종에 대한 정치적 차별과 종교적 박해 등 비인간적 행위들이 조직적으로 만연토록 한 데 대한 범죄도 포함됩니다.

문) 북한에 이런 인권 유린 행위들이 조직적으로 만연해 있기 때문에 유엔 당국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가능성이 있는 얘기인지요?

답) 전문가들은 일단 절차상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합니다. 세계적인 법률회사인 DLA 파이퍼의 공동 주주인 제레드 겐서 변호사의 말을 들어보시죠?

유엔총회와 유엔 안보리, 그리고 유엔 인권이사회가 각각 조사단 구성을 결의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고 전례도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안보리는 수단 다르푸르 대학살과 유고, 우간다 등에 대해 조사단 구성을 결의했었습니다.

문)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데, 아직 유엔 당국의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뭔가요?

답) 여러 회원국들이 조사단 구성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겐서 변호사의 말을 들어보시죠

유엔 인권이사회는 이사국의 절반 이상이 자국 내 인권 유린과 관련해 비난을 받는 나라들이고, 유엔총회 역시 제 3세계 국가들로 구성된 G-77 회원국들이 자신들에게 불똥이 튀길 것을 염려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유엔 안보리는 중국과 러시아 같은 나라가 반대할 가능성이 높고,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행동을 취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채택이 어렵다는 것이죠.

문) 절차는 가능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없다는 얘기인가요?

답) 아닙니다. 유엔 안보리는 당장 힘들겠지만 유엔총회와 유엔 인권이사회는 북한인권 결의안을 채택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꾸준히 로비 활동을 펼치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고 변호사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북한 반인도범죄조사위원회를 돕고 있는 이지혜 변호사의 말을 들어보시죠

“ 우리가 좀 더 유엔에 더 많은 피해사례들을 제출하고 유엔 내에 북한 반인도범죄조사단이 설치되도록 여론을 조성한다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변호사는 최근 한국의 한 인터넷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지도자를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기 위한 절차로 유엔이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습니다.

문) 유엔 총회나 유엔 인권이사회가 반인도범죄조사단 구성을 결의할 경우 어떤 절차를 밟게 되는 겁니까?

답) 우선 유엔 당국이 승인한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사단이 만들어지고요. 조사단이 국제법에 근거해 북한 내 반인도 범죄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한 뒤 최종 보고서를 유엔 기구에 제출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했습니다. 겐서 변호사는 조사가 이뤄질 경우 2가지 결과를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정부가 주민 보호에 실패한 데 대해 유엔 당국이 책임보호 관련 원칙을 선포하고, 이에 근거해 북한 주민을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조처를 취하도록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반인도적 범죄 행위에 따라 인권을 탄압한 가해자들을 처벌하도록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할 가능성이 있다고 겐서 변호사는 말했습니다.

문) 하지만 북한은 ICC에 회부가 가능한 로마협약 가입국이 아니지 않습니까?

답) 맞습니다. 하지만 로마협약 15조에 근거해 반인도 범죄가 국제 안보와 평화에 위협이 될 경우 유엔 안보리의 결의를 통해 회부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따라서 유엔총회나 유엔 인권이사회가 조사를 통해 북한 당국자들을 ICC에 회부하길 원한다면 유엔 안보리에 협조를 구해 안보리가 승인하는 상황을 예상해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습니다.

문) 일부에서는 ICC가 로마협약 가입국 국민에 대한 납치와 살해 등을 근거로 유엔 안보리의 승인 없이 북한에 대해 예비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는 주장도 펴는 것으로 아는데요. 가능한가요?

답) 예비조사는 절차상 가능하다고 ICC 당국은 말하고 있습니다. 납북자 상황이 이에 해당될 수 있는데요. 하이디 하우탈라 유럽의회 인권소위원회 위원장도 ICC 소장으로부터 이 얘기를 직접 들었다고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재판에 북한 당국자들을 회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했습니다. 납북자 문제가 조직적으로 만연해 있는지 여부를 입증해야 하고 누가 납북에 관여했는지를 밝혀야 하는데 입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유럽의회의 한 소식통은 북한 당국에 대한 압박과 유엔 기구들의 조사단 결의를 촉구하기 위한 상징적 차원에서 ICC에 예비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럽의회가 추진중인 종합보고서 작성은 그런 과정의 일환이라는 것이죠.

진행자: 유럽의회가 종합보고서 작성을 언제 승인할지, 또 올 가을에 열릴 유엔총회에 다시 제출될 것으로 보이는 북한인권 결의안에 반인도범죄조사단 결의 조항이 포함될지가 관심사가 될 것 같군요. 김영권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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