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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내 탈북자들 정신건강 지원 필요


미국에 정착한 탈북 난민이 최근 자살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탈북자들의 정신 건강과 적응 문제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은 다양한 탈북자 지원 프로그램이 있는 한국과는 달리 탈북자 스스로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 만큼 어려움도 적지 않다고 하는데요. 김영권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미국 내 탈북 난민 1호 가운데 한 명이었죠. 신요셉 씨가 자살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는데요. 탈북자 사회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답) 매우 안타깝다는 반응입니다. 우선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진짜 같이 오고, 그래도 마음에 다 같은 동료잖아요. 어떤 나쁜 행동을 했던 말았던 너무 가슴이 아파요.”

“거기서 같이 고생하며 여기까지 왔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나는 너무 가슴이 아픈 거예요.”

문) 신 씨의 자살에는 이국생활에서 겪는 외로움과 스트레스가 상당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던데요. 어떤가요?

답) 네, 신 씨는 지난 해 10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런 속내를 잠시 비추기도 했는데요. 애창곡으로 ‘이름없는 새’ 란 노래를 좋아한다고 말했었습니다. 신 씨가 직접 이 노래를 부르는 소리를 들어보시죠.

“이름없는 새. 새가 되어 날고 싶어라. 아무도 살지 않는 곳 그 곳에서 살고 싶어라…”

문) 가수 김란영 씨의 ‘이름없는 새’ 인데…가사가 좀 우울하네요.

답) 그렇죠. 아무도 살지 않는 곳 그곳에서 살고 싶고, 또 날 부르지 않는 그 곳에서 한 마리 이름없는 새가 되어 살고 싶다는 그런 내용입니다.

문) 미국 내 다른 탈북 난민들도 살면서 자살 충돌을 느끼는지 궁금하군요.

답) 탈북자들이 속내를 투명하게 얘기하는 경향이 적기 때문에 파악하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탈북자들을 돕는 단체 관계자들은 정서적으로 매우 힘들어 자살을 생각하는 탈북자도 일부 있다고 말합니다. 한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탈북자 분들이 되게 힘들어하세요. 그래서 진짜 자살을 하려는 분도 실제로 있어요. 실제로. 그래서 신 씨 사건이 하나의 샘플인 것 같아요. 정말로 그 분들이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다고 정신적으로 도와달라는 분들께서도 계세요.”

문)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들이 있는 거죠?

답) 이유는 다양했습니다. 예를 들어 인신매매에 희생됐던 여성 탈북자들은 과거 원치 않는 관계 속에 임신을 하고 이 곳 저 곳에서 아기를 출산해야 했던 아픔 때문에 괴로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합니다. 불안정한 삶 속에서 자신을 뒤돌아보지 못하다가 자유세계에 와서야 그 아픔들을 돌아보면서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어한다는 것이죠. 또 남녀 구분 없이 가장 많이 힘들어하는 것이 외로움에 따른 우울 증세였습니다. 신요셉 씨와 함께 미국에 입국했던 탈북자 데보라 씨의 말을 들어보시죠.

“외로운 것과 친구 없고 사람도 없고 그런 사이에서 친해지지 못하는 것 때문에 그럴 수 있는데, 자꾸 초심을 잃는 것 같아요. 북한에 있었던 생각 안 하고 제 경험도 그렇고 여기 사람들과 비교하다 보면 자격지심도 생기고 그런데 그게 사람 마음 먹기에 달여있는 것 같아요.”

문) 데보라 씨의 경우는 과거에도 소개해 드렸듯이 잘 극복한 상황 같은데, 그럼 한국 내 탈북자들의 상황은 어떤지 궁금하군요.

답) 한국 내 탈북자들의 자살과 관련한 정확한 통계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난 1~2년 사이 자살하는 탈북자들이 늘고 있다고 탈북자 지원단체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한국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이영석 교육훈련팀장은 인생의 구체적인 목표가 없는 탈북자들이 뭔가에 실패했을 때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합니다.

“외롭다, 돈 벌기 힘들다는 것을 떠나서 희망을 찾지 못하시는 것 같아요. 이런 상황에서 많이 좌절을 겪고, 한국에서 살아온 분들보다는 회복 능력이 많이 부족하신 것 같아요. 그래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시는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 무엇 보다 정신 건강이 매우 중요하다는 얘기로 들리는군요.

답) 그렇습니다. 한국 대구대학교의 김연희 교수는 지난 해 탈북자 5백 명을 조사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정신건강과 자립 능력 사이에 긴밀한 관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교수는 사회정착 교육기관인 하나원에서는 우울위험군에 속하는 응답자가 3.4%에 불과했는데, 정착 1년 뒤에는 10.6%로 증가했고 2~3년이 지나면 우울 증세가 더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습니다.

문) 한국의 경우는 정부 차원에서 이렇게 조사도 하고, 지원 프로그램도 다양하지만 미국은 탈북자들의 정신 건강에 대해 마땅한 지원제도가 없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탈북자 지원단체 관계자들은 미국 정부가 다른 난민들과 구분해 탈북 난민에게만 특별한 배려를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역 교회와 한인들이 탈북자들의 정착을 지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워싱턴의 미주 두리하나선교회가 탈북자 40여명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정착을 돕고 있고, 서부에서는 북한인권단체인LiNK가 탈북 난민들에게 정신건강, 구직, 언어, 의료, 교육 등 다양한 지원을 하는 ‘자유의 집’을 건립하기 위해 모금운동을 펼치고 있는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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