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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군 유해 유실돼도 상관 안 해’


Toni Tennille cries as she listens to Arizona Governor Jan Brewer speak during a news conference at Prescott High School, July 1, 2013.
Toni Tennille cries as she listens to Arizona Governor Jan Brewer speak during a news conference at Prescott High School, July 1, 2013.

북한은 오늘(5일) 한국전쟁 중 전사한 미군들의 유해 발굴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재촉하면서 미국이 유해 발굴작업에 응하지 않을 경우 유해들이 유실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는 유해 발굴 대가를 염두에 둔 조치인 동시에 미-북 간 접촉이 뜻대로 진전되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은 5일 북한 지역에 매장된 미군 유해들이 유실되더라도 그 책임은 인도적 문제를 정치화한 미국이 져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북한은 인민군 판문점대표부 대표 명의의 담화를 통해 “최근 미군 유해가 북한의 토지정리 공사 과정에서 출토돼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울 것을 지난 1월과 2월 두 차례에 걸쳐 미국 측에 통보했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담화는 이어 “자신들은 미군 유해를 발굴해 돌려줘야 할 어떤 책임도 없다”며 “미국이 공동 발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유해들이 마구 파헤쳐져 나뒹굴어도 상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전임 부시 행정부 시절 유해 발굴을 중단하면서 제기했던 신변안전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 당국이 불순한 정치적 목적을 가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낸 헛소리라고 비난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1월 미군 유해 발굴 문제를 논의할 실무회담을 유엔군사령부 측에 제안해 판문점에서 회담을 가졌으나 별 진전을 보지 못했습니다. 북한은 당시 회담에서 미군 유해 발굴 작업을 재개할 것을 적극적으로 제안했다고 유엔군사령부 관계자는 밝혔습니다.

“북한이 당시 유엔사와의 접촉에서 ‘(미군 유해 발굴 작업을) 적극적으로 하자’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유엔사에 미국 정부에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해달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북한이 북 핵 6자회담에 복귀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북한의 제의를 사실상 거부했습니다.

미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1월28일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때까지 유해 발굴 작업을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떠한 양자 협상도 6자회담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게 미국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 당국자는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북한은 어떤 식으로든 미국과 접촉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려 할 것”이라며 “유해 발굴을 위한 실무회담 제안도 그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유해 발굴 작업 재개를 거듭 촉구하고 나선 것은 유해 발굴 보상비와도 무관치 않다”며 “경제난을 겪는 북한 입장에선 상당히 큰 액수”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지난 1996년부터 2005년까지 북한 내 유해 공동 발굴작업으로 2백20 여구의 시신을 발굴하고, 2천8백만 달러를 북한에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군 합동 전쟁포로ㆍ실종자 확인사령부에 따르면 한국전쟁 중 실종된 미군은 8천 여명에 달하며 이 중 5천 여명은 북한 내에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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