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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형사소추 이민자들에 추방 위험 경고 의무화


미국 연방대법원은 범법자로 재판을 기다리는 이민자들이 형량을 줄이기 위한 조건으로 유죄를 인정할 경우 미국에서 추방될 수도 있다는 점을 담당 변호사가 반드시 알려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이민자들의 권리 옹호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 연방대법원은 미국의 최고 사법기관 아닙니까. 이번에 이민자 권리와 관련해 매우 중요한 판결을 내렸군요.

답) 그렇습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달 31일, 형사소추된 이민자들이 재판에 앞서 유죄 인정 협상 절차를 택할 경우 외국으로 추방될 수 있다는 점을 담당 변호사가 알려줘야 할 헌법상의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찬성 7 대 반대 2로 이같이 결정됐습니다.

) 우선, 유죄 인정 협상제도에 대해 먼저 알아보죠.

답) 유죄 인증절차는 영어로 Guilty Plea 라고 하는데요, 범죄 용의자의 자백을 조건으로 검사와 변호사, 판사가 재판을 진행하지 않고 바로 형을 선고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용의자가 형량이 적은 범죄 혐의 죄목을 시인해서, 실제로 재판을 받을 때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 받게 됩니다. 이 제도는 현재 미국 형사재판의 90% 이상을 점할 정도로 비중이 매우 큽니다.

) 그런데 재판에 앞서 유죄 인정을 할 경우 이민자가 추방 될 수 있다구요?

답) 네, 이민국이 관여하기 때문입니다. 원칙적으로 외국인이 유죄 인증 절차를 택할 경우 이민국으로 사건이 이관되는데요, 어떠한 성격의 범죄였는가에 따라 추방 여부가 결정됩니다. 따라서 외국인 범죄 용의자의 경우 낮은 형량만 기대하고 유죄를 인정했다가 생각지도 않게 추방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죠.

) 연방대법원이 외국인 용의자에게 추방될 위험을 사전에 반드시 알리도록 의무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답) 대법원은 미국 수정헌법 6조를 근거로 이 같은 판결을 내렸는데요. 바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입니다. 모든 형사 소추에서 피고인은 자신의 변호를 위해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습니다. 대법원은 "어떠한 범죄 용의자도 무능한 변호를 받지 않도록, 변호사들은 특히 이민자 고객에게 유죄 인증 절차에는 추방의 위험이 따른다는 점을 반드시 알려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 두 명의 반대 의견도 있었죠?

답) 예. 변호사의 헌법상의 의무는 용의자에 가해진 형사상의 혐의와 관련이 있는 것이지, 이민법이나 추방 가능성 등 부수적인 문제로까지 확대되지 말아야 한다고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이 소수 의견을 냈습니다. 스칼리아 대법관은 이 문제를 헌법상의 의무조항으로 만들 것이 아니라, 의회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정교한 법안을 입안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이번 판결이 내려진 구체적인 사건은 무엇입니까?

답) 예. 미국에서 40년 이상 거주하고 베트남전쟁에 참전까지 한 온두라스 출신의 영주권자 호세 파디야 씨를 둘러싼 사건입니다. 파디야 씨는 지난 2001년 켄터키 주에서 경찰의 수색을 받았는데요. 그의 트럭에 실린 23개의 스티로폼 박스에서 마약의 일종인 마리화나 500 kg이 발견됐습니다. 파디야 씨는 재판 전날까지도 유죄 인증 절차를 거부했는데요, 그의 변호사가 자신의 영주권 신분이 영향 받지 않을 것이라고 확언해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이 변호사가 틀렸던 것이죠. 5년 형을 살고 추방될 위험에 놓인 파디야 씨는 적절한 변호를 받지 못했다며 상고를 했습니다.

) 이에 대해 켄터키 고등법원은 어떻게 판결했습니까?

답) 예. 헌법상의 변호 권리는 직접적인 범죄 사실에 국한된다며 파디야 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는데요. 이 판결을 연방대법원이 뒤집고 외국인 용의자에 대한 추방 가능성 고지를 의무화한 것입니다.

) 이 같은 사례가 빈번한가요?

답) 예. 연방대법원은 "미 의회가 지난 20년 간 매우 다양한 범죄에 대해 추방을 의무화 했기 때문에 유죄 인증 절차를 택하는 외국인 피고들이 추방될 위험이 커졌다"고 밝혔습니다. 알려진 사례도 무수히 많은데요. 아픈 아이를 위해 약 한 병을 훔친 외국인 여성, 호주머니에 있던 돈에 마약이 묻어 있던 남성 등 경미한 범죄로 유죄 인증 절차를 택했던 많은 외국인들이 추방 당했습니다.

) 이번 판결에 대해 이민자 권리 운동가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답) 역사적이며 매우 중요한 판결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연방대법원에서 파디야 씨를 변호했던 스티븐 키네어드 변호사는 현재 미국에 1천3백만 명의 합법적인 이민자들이 있는 상황에서 매년 수 만 명의 외국인들이 법적인 문제에 걸려드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키네어드 변호사는 미국 시민들에게는 경미한 처벌로 끝날 일이 외국출신 이민자들에게는 추방이라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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