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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학업평가 ‘수학은 향상, 읽기는 제자리’


최근 미국에서는 전국 초등학교와 중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평가한 결과가 발표됐는데요. 수학 성적은 꾸준히 향상되고 있지만, 읽기는 몇 년 째 제자리 걸음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여학생들은 남학생에 비해 읽기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김근삼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우선 조사 방법을 좀 설명해주시죠?

답) 네. 미국에서는 전국 공립학교와 사립학교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생 중 일부를 대상으로 국가교육향상평가(NAEP)를 실시하는 데요. 수학과 읽기 등 주요 과목에서 표준화된 측정 방법을 통해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조사합니다. 매년 실시하는 조사이기 때문에, 해마다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판단하는 지표로 활용되는데요. 올해도 지난 24일 4학년과 8학년 학생들에 대한 조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미국의 8학년은 한국 학제로 치면, 중학교 2학년에 해당되죠.

문) 올해 결과에서 어떤 내용들이 눈에 띱니까?

답) 우선 과목별 학업 성취도 변화에 가장 관심이 가는데요. 수학의 경우 지난 1992년 처음으로 조사가 실시된 이후 지난해까지 전 학년에 걸쳐 학생들의 성취도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읽기 과목은 2007년 이후 3년째 제자리 걸음을 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특히 초등학생인 4학년의 경우 이 기간 동안 읽기 성취도에 변화가 거의 없었습니다.

문) 읽기 실력이 제자리 걸음인 이유가 뭘까요?

답) 미국의 일선 교사들과 교육 전문가들이 다 같이 고민하는 질문일 텐데요. 일부 전문가들은 읽기 교과 과정의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 동안 읽기 능력이 뒤쳐지는 학생들의 성적은 좋아졌는데,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의 성적은 더 이상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죠. 따라서 이제는 교과 과정의 눈높이를 전체적으로 높이고, 좀더 도전적인 과제들을 제시함으로써 전체적인 학업 성취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 그렇군요.

답) 또 한 가지 측면은 학생들이 처해있는 환경의 변화인데요. 학생들이 비디오 게임과 컴퓨터, 인터넷을 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읽기에 투자하는 시간은 줄어들고 있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런 분석은 남학생과 여학생의 학업 성취도 차이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읽기 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고, 남녀간 격차는 지난해에도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남학생들이 비디오 게임 등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고, 이는 읽기 성적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문) 남녀간 격차를 말씀하셨는데, 인종간 학업성취도 차이는 어떤지 궁금하군요?

답) 인종간 격차도, 조사가 처음 실시된 1992년에 비하면 줄었지만, 지난 몇 년간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백인과 아시아계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흑인과 중남미계 학생들에 비해 우수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지역적으로는 한국계인 미셸 리 교육감이 개혁적인 교육 정책을 편 워싱턴 DC에서 흑인 초등학생들의 학업성취도 향상이 두드러지게 향상된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미셸 리 교육감이 교사들을 해고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면서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가장 중요한 학업성취도 면에서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셈 입니다.

문) 마지막으로 이번 조사 결과에서 그 밖에 흥미로운 내용들이 있으면 말씀해주시죠?

답) 교육향상평가에서는 학생들의 인종과 가계 수입 등을 함께 조사하기 때문에 관련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지표가 되기도 하는데요. 미 인구조사국의 조사와 마찬 가지로 백인 학생의 비율이 줄고, 소수계 학생들의 비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992년 처음 조사를 실시했을 때는 백인 학생들의 비율이 73%였던데 비해 중남미계 학생의 비율은 7%에 불과했는데요. 지난해 조사에서는 백인 학생들이 56%로 줄었고, 중남미계는 20%로 늘었습니다.

문) 17년이라는 길지 않은 기간 동안 큰 변화가 있었네요?

답) 그렇습니다. 또 최근 침체에 빠진 미국 경제를 반영하는 조사 결과도 포함돼 있는데요.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의 경우, 무료 급식 대상자가 2003년의 32%에서 지난해에는 38%로 6%나 늘었다고 합니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미국 가정들이 어려운 경제 상황에 처해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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