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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역사연구위, 최종 보고서 발표


한국과 일본의 역사학자들이 주축이 된 ‘제 2기 한-일 역사공동연구위원회’가 어제 (23일)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에서는 일본의 한반도 침략을 정당화하는 역할을 해온 ’임나 일본부설’이 폐기됐다고 합니다. 도쿄 현지를 연결해 자세한 소식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문) 먼저, 한-일 역사공동연구위원회가 어떤 성격이고, 이번 최종 보고서에서 어떤 성과들이 있었는지 설명해주시죠.

답) 한-일 역사공동연구위원회는 지난 2001년 4월 일본 후소샤의 역사교과서 왜곡 파문을 계기로 한-일 두 나라 정부가 합의해 출범시킨 민간 연구회의체입니다. 당시 한국에서는 일본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고, 이에 따라 한국 정부가 일본의 역사 왜곡을 바로잡자는 취지에서 일본을 압박해 탄생시킨 것이 한-일 역사공동연구위원회인데요, 제 1기 공동위원회는 2005년 6월 최종 보고서를 내놓았지만 양측의 현저한 시각 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었습니다. 이후 2007년 6월에 34명의 한-일 역사학자들로 구성된 2기 공동연구위가 출범했는데요, 그동안 24개 주제에 걸쳐 67차례 회의를 열어온 결과를 어제 보고서로 발표한 것입니다.

문) 이번에 최종 보고서에 담긴 합의 내용들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

답) 이번 최종 보고서는 그동안 양측이 시각 차를 보였던 몇 가지 쟁점에 대해 합의가 이뤄졌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한-일 역사공동연구위원회가 그동안 식민사관의 상징처럼 여겨졌고, 일본의 한반도 침략을 정당화하는 역할을 해온 ‘임나일본부설’을 폐기했다는 점입니다. 일본의 왜구가 지난 4~6세기에 한반도 남부의 가야 지역을 정벌해 ‘임나일본부’라는 통치기관을 설치했다는 일본 측의 주장이 허구였음을 일본 학계가 스스로 인정한 것입니다.

한-일 역사공동위원회는 또 왜구의 주체는 일본의 섬지방 어민들이었으며 일본의 벼농사와 금속문화가 한국에서 전래한 것이 맞다고 합의했습니다. 이와 함께 일본은 1592년의 임진왜란이 일본의 내부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일으킨 전쟁이었으며, 일제 강점기에 조선인에 대한 차별이 있었음을 일부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문) 그렇게 몇 가지 의미 있는 합의가 있었지만, 근현대사 부분에선 여전히 큰 시각 차만 확인했다지요.

답) 그렇습니다. 양국 역사학자들은 고대사 부분에서는 일부 유익한 결과들을 도출했지만 근.현대사의 민감한 쟁점들에 대해선 커다란 시각 차를 드러냈습니다. 일본 학자들은 조선시대 말기 고종이 한일병합의 계기가 된 을사조약을 오히려 찬성했다고 주장하기도 했구요, 일제 강점기가 조선의 근대화에 도움이 됐다는 주장을 되풀이 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독도의 영유권과 군대위안부, 한-일 강제병합 등의 주제는 이번 공동위의 주요 논의에서 아예 제외됐는데요, 일본 역사학자들의 개선 의지가 부족했고, 일본이 부끄러웠던 과거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평가입니다.

문) 한-일 역사공동연구위원회의 이번 보고서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요.

답) 제2기 한-일 역사 공동연구 결과와 관련해서, 일본 언론들은 양국 간 역사 인식의 차이가 크다는 데 새삼 놀라면서도 앞으로 이해를 심화시키기 위한 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비교적 차분하게 보도했습니다. 보수 유력지인 `요미우리신문’은 오늘 (24일)자 1면 기사에서 “한-일 양국 연구자들이 상대국의 교과서를 비판했다”면서 “역사 인식의 차가 교과서에도 반영돼 있다는 점이 선명하게 부각됐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일본 주요 언론들은 역사 공동연구를 중단하기보다는 차이가 클수록 더욱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보지로 분류되는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대립을 넘어서는 노력을’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 논쟁을 지켜보노라면 안타깝기는 하지만 서로 솔직하게 의견을 맞댔다는 의미도 부정할 수 없다”면서 “특히 교과서 문제를 논의해 보고서에 정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 않느냐”며 “앞으로 논의를 긍정적으로 진행할 방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요미우리신문’도 사설에서 “역사를 둘러싸고 한-일 양국이 공통의 인식을 갖기는 쉽지 않다”면서 “하지만 입장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역사 문제를 깊이 파고 드는 장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문) 한국과 일본이 굴곡진 역사에 대해 공동연구를 벌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진전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앞으로 과제라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답) 이번 최종 보고서에 양국의 역사교과서 집필에 대한 권고문을 만들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따라서 일본이 이 보고서 결과를 역사교과서에 반영할 것 같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예상입니다. 따라서 이번 한-일 역사공동연구위 보고서는 미완성의 작품이자 한-일 역사 바로잡기의 시작일 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앞으로 제3기 공동연구위원회가 출범한다면 양측 간에 합의를 이룬 부분에 대해선 서로의 역사교과서에 반영하고, 궁극적으로는 공통의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방안 등도 검토해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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