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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가톨릭 성추행 파문 확산…교황청 ‘매우 우려’


최근 유럽에서는 가톨릭 사제가 연루된 아동 성추행 사건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는데요. 아일랜드에서는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추기경이 직접 사과한 데 이어, 독일에서도 교황이 이에 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요구가 늘고 있습니다. 김근삼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신앙의 모범이 돼야 할 성직자가 아동 성추행 같은 추악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인데요. 어떤 사건입니까?

답) 네. 최근 유럽 내 로마 가톨릭 소속 사제들의 성추행 사건이 문제가 됐는데요. 로마 가톨릭교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믿는 기독교 중에서도 최대 교파입니다. 개신교 목사들이 결혼을 하고 가정을 갖는 것과 달리, 가톨릭 사제들은 평생을 독신으로 살면서, 금욕적인 생활을 하는데요. 아일랜드와 독일에서 사제가 아동을 성추행 한 사건이 발생했고, 특히 문제의 사제가 속했던 교회에서도 오랫동안 사건을 은폐하려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더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문) 그러니까 교구에서 성추행 사건을 진작에 알고 있었음에도 숨기는 데 급급했고, 그래서 피해자가 계속나왔다는 겁니까?

답) 그렇습니다. 지난 1990년대 중반 아일랜드에서는 브랜던 스미스라는 사제가 아동 성추행과 강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됐다가, 3년 만에 숨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스미스 사제가 몸담았던 교회 관계자의 증언을 통해, 교회가1970년대 중반 이미 스미스 사제의 성추행을 파악했음에도, 경찰에 신고를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피해자의 입을 막고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입니다.

피해 가족은 물론이고 가톨릭 신자들 사이에서도 비난이 거세지면서, 급기야 아일랜드 가톨릭을 대표하는 션 브레이디 추기경이 지난 17일 직접 사과 입장을 밝혔습니다. 들어보시죠.

브레이디 추기경은 아일랜드 수호성인을 기념하는 미사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과거 성추행 사건으로 고통 받은 사람들, 특히 자신의 불찰로 고통을 당한 사람들에게 사과한다고 말했습니다.

문) 아일랜드 외에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고향이 있는 독일 에서도 가톨릭 사제의 성추행 사건이 불거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독일에서는 새롭게 알려진 사건과 과거에 이미 공개됐던 사건들을 포함해서, 가톨릭 사제의 성추행 문제가 사회적 중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우선 독일 남부 레겐스부르크의 소년 성가대에서 성직자에 의한 성추행 의혹이 제기됐는데요. 특히 현 교황의 형인 게오르그 라칭어 신부가1960년대 중반부터 30여 년간 이 성가대를 이끌었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라칭어 신부는 성추행이 발생한 것은 1950년대의 일이라 자신의 임기 이전이고, 또 알지도 못했다는 입장인데요. 하지만 일부 교회 관계자들은 성가대 내의 성추행이 공공연한 비밀이었으며, 라칭어 신부가 이를 몰랐을 리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문) 역시 교회가 성추행을 알고도 이를 적극적으로 시정하지 않고, 오히려 은폐했다는 것이군요?

답) 교회가 성추행 전력이 있는 사제를 해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 발령해 계속 활동하도록 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특히 문제가 된 바바리아 교구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과거 교구장을 지낸 곳입니다. 이에 따라 독일에서는 교황이 이 문제에 대해 보다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습니다.

문) 교황청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답)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자신이 교구장을 맡고 있었지만, 문제가 된 사제의 성추행 전력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는 입장입니다.

또 앞서 아일랜드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서는, 아일랜드 천주교에 직접 교서를 내렸는데요. 교황은 이번 사태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는 입장과 함께, 모든 신자들이 열린 마음과 신앙 안에서 회개하고, 상처를 치유하고, 거듭 나는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교황청은 오는 20일 좀 더 분명한 입장일 밝힐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 몇 년 전 미국에서도 오랫동안 침묵했던 성추행 피해자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가톨릭 사제의 성추행 사건이 전국적 주목을 끌지 않았습니까?

답) 당시 미국에서는 한 두 사건이 주목을 받으면서, 여기저기서 과거 성추행 피해자들이 교회에 피해배상을 요구하는 등 사태가 확산됐었는데요. 현재 독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가톨릭 교회가 직접 독일 내 교구들에 대해 성추행 관련 조사에 돌입하면서, 그 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사례들이 더욱 많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 등 일부에서는 사제도 개신교 목사처럼 결혼을 하고 가정을 갖도록 허용하는 것이, 오히려 신앙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마저 제기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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