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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국 대법원, 전직 소말리아 국방장관 관련 소송 심리


미국 연방대법원이 아프리카 국가 소말리아의 전직 국방장관이 관련된 심리를 벌이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심리 과정에서 서로 상충되는 두 가지 미국 법률이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인데요, 이연철 기자와 자세한 소식 알아 보겠습니다.

문) 먼저 미국 대법원에서 심리가 진행되고 있는 이번 소송 사건의 배경을 소개해 주시죠?

답) 지난 1980년대에 소말리아에서 고문을 당한 뒤 미국에 망명해 살고 있던 바쉬 유스프 등 5명이 자신들이 고문을 당했던 당시에 소말리아 국방장관을 지낸 모하메드 알리 사만타르가 미국에 살고 있는 것을 발견한 뒤, 그를 상대로 고문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그 때가 2004년이었습니다.

문) 고문 피해자들이 이처럼 외국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던 근거는 무엇인가요?

답) 네, 1991년 제정된 고문피해자 보호법입니다. 이 법은 미국 밖에서 자행된 고문에 대해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문) 이 같은 소송에 대해 법원에서는 어떻게 판결했습니까?

답) 1심에서는 소송이 기각됐습니다. ‘외국주권면책법’에 따라 사만타르 전 장관이 소송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판결이었습니다. 이 면책법은 주권국 정부가 다른 나라 법원에서 기소당하는 것을 막기 위한 국제 관습법의 규정을 명문화한 미 연방 법률로 1976년에 제정됐습니다. 하지만, 항소법원에서는 다른 판결이 나왔는데요, 외국주권면책법이 국가와 정부 기관만 보호할 뿐 정부 관리 개인까지 보호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였습니다.

이에 사만타르 전 장관의 변호인들이 연방 대법원에 상소했고, 대법원은 지난 가을 심리에 동의했습니다.

문) 그렇군요. 설명을 들어보니까 대법원 심리가 고문 행위 자체에 대한 심리는 아닌 것 같군요?

답) 그렇습니다. 외국주권면책법의 적용 범위에 대한 심리라고 할 수 있는데요, 쉽게 설명하자면, 외국에서 고문을 당한 피해자와 고문을 가한 나라의 정부 관리가 모두 미국에 살고 있을 때 피해자가 그 정부 관리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를 가리는 재판입니다.

문) 이와 관련해, 미국 내 여론은 어떻습니까?

답) 일부에서는 외국주권면책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데요,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의 법률 전문가 안드레아 파소 씨에 의하면, 외국주권면책법은 전직 외국 정부 관리들이 재임 중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공식적인 면책특권 아래 은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으로 잘못 해석될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고문 피해자들이 피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을 막는 것으로 잘못 해석될 위험도 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인권 운동가들은 어떤 이유에서든 미국이 고문 가해자들의 은신처가 돼서는 절대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대법원의 이번 심리 결과를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문) 반면에 이 문제에 대해 보다 신중한 접근을 주장하는 법률 전문가들도 있지요?

답) 그렇습니다. 이들은 이번 대법원 심리에 외국주권면책법이 적용되지 않을 경우, 이스라엘 등으로부터 유사한 소송들이 줄을 이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법원이 다른 나라에서 발생한 일들에 대해 판결을 내리도록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문) 그런데 이번 대법원 심리와 관련해 오바마 행정부가 편치 않은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무슨 이유 때문인가요?

답) 만일 미국 법원에서 외국 정부의 전직 관리에 대한 소송이 허용될 경우, 외국 법원도 미국 전직 관리들에 대한 재판을 허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퍼스트’의 가보 로나 국제법률국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로나 국장은 테러와의 전쟁 과정에서 쿠바 관타나모의 미 해군 포로수용소나 다른 수용소에서 미국 당국자들이 고문을 자행했다는 믿을 만한 주장들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주장들이 미국 당국자들에 대한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나 국방부의 고위 관리들이 퇴임 후에 파키스탄이나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미군기 오폭 사건으로 숨진 무고한 피해자 유가족들로부터 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일부 법률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문) 대법원의 심리 결과는 언제쯤 나오나요?

답) 네, 오는 6월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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