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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안에 붙잡힌 탈북자, 구명 호소


중국 선양 주재 한국영사관에 진입하려던 탈북자들이 중국 공안에 붙잡혀 강제북송 될 상황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이들을 처리해줄 것을 중국 당국에 요청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중국 선양에서 공안에 체포된 탈북자가 국제전화를 통해 구명을 호소해왔다고 한국의 대북 라디오 방송인 ‘자유북한방송’이 5일 밝혔습니다.

탈북자들이 운영하는 이 방송은 지난 1월28일 선양 주재 한국영사관에 진입하려다 중국 공안에 붙잡힌 30대 탈북 남성 이모 씨가 구류소 내 공중전화로 3일과 4일 두 차례 전화를 걸어 “강제북송 될 위기에 놓였으니 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해 9월에 탈북한 이 씨는 또 “지난 1월26일 선양 주재 한국영사관에 들어가려다 붙잡힌 다른 남성 탈북자 2명과 탈북 뒤 베이징으로 이동하다 검거된 여성 7 명도 함께 구류소에 억류돼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들은 생활고와 북한 체제에 대한 불만 등의 이유로 탈북했으며 모두 한국행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5일 ‘미국의 소리’ 방송이 입수한 또 다른 탈북자 김모 씨 전언에 따르면 이들은 현재 남성과 여성이 격리된 채 조사를 받고 있으며 오는 9일쯤 북한 신의주 보위부로 이송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국 외사과에서 조사를 합니다. 이름과 중국에 언제 왔으며 그동안 어디 갔는지 물어봤습니다. 작성한 문건은 변방대로 벌써 넘겼다고 들었습니다. “

김 씨는 또 “정식 감옥이 아닌 구류소에 있었기 때문에 2백 위안을 주고 구류소 내 공중전화를 사용할 수 있었다”며 “폭행 등 가혹 행위는 없었고 쌀밥과 배추국을 먹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송될 경우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갈 가능성이 큰 만큼 미리 준비해 온 약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을 각오도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송 되면)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자들은 모르겠지만 저희 남자들은 다음 주 화요일까지 여기서 나가는 방법이 없으면 오늘이 5일이니깐 오는 9일 아니면 10일까지 (한국 정부로부터) 소식이 없으면 자살할 각오가 돼 있습니다.”

한국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외교적 절차를 통해 인도적 차원에서 이들을 처리해 줄 것을 중국 당국에 요청했으나 중국 정부로부터 이들의 체포 사실 여부에 대해 확인 받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 소식통은 “국제법상 탈북자를 북한 주민으로 보는 중국 정부로선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북송할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 국민인 국군포로나 납북자와 달리 한국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크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언론에 보도가 됐기 때문에 중국 정부로선 더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2001년 탈북하던 중 강제북송 된 경험이 있는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는 “이들 모두 한국행을 감행했기 때문에 북한으로 돌아가면 중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 북한 당국이 탈북자 단속을 강화하고 있어 시범적으로라도 처벌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한국행은 엄격하게 처벌 받습니다. 정치범수용소의 경우 2-3년 들어가면 거의 살아날 확률이 적습니다. 가혹 행위도 받고 사람을 죽여도 책임을 묻는 경우도 없다 보니 처벌도 상당히 가혹합니다.”

한국 내 대북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북한은 단순 도강자들에 대해선 노동단련대에 몇 달 간 수감하는 등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행을 시도하거나 종교인 등 한국인을 접촉한 사람들의 경우 ‘조국반역죄’와 ‘비법국경출입죄’ 등을 적용해 노동교화형을 선고하거나 심한 경우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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