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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 불황의 끝 아직 안보여


미국 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조심스런 낙관론이 점차 수그러 들고 있습니다. 국내총생산 회복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의 침체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특히 최근 공개된 몇 가지 경기 지표가 비관론을 더욱 부추기고 있습니다. 불안정한 경기를 반영하는 이들 지표를 하나 하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경기가 차갑게 얼어붙긴 했지만 조금씩 풀리고 있다, 이게 미국 경제에 대한 일반적 인식 아니었습니까?

답) 예. 경기가 이제 바닥을 쳤다, 더디지만 서서히 깨어날 것이다, 그런 분석들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일부 수치는 개선 조짐을 보이기도 해서 그런 기대를 해볼 만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거군요) 예. 너무 성급한 희망이었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흔히들 3박자가 맞아 떨어진다, 그런 얘기 많이들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난 주 공개된 경제 지표들이 경기를 암울하게 전망할 수 밖에 없는 3박자를 고루 갖췄다는 사실입니다. 실망스럽게도 말이죠.

) 보통 3박자를 갖췄다는 건 뭔가 긍정적인 현상을 설명할 때 쓰는 표현인데 이번엔 그렇지가 않네요.

답) 아쉽지만 이번엔 그 반대의 경우입니다. 지난 27일자 `워싱턴포스트' 신문을 보면, 경기 회복이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라는 점, 또 이런 전망과 관련해 소위 3박자가 어떻게 맞아 떨어지는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요. 주택거래 실적, 소비자 신뢰지수,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 이렇게 세 가지 지표를 바로 그 3박자로 꼽고 있습니다.

) 성적이 별로 좋지 않은가 보군요?

답) 눈으로 보이는 수치가 좋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만, 더 문제인 건 예측과 영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입니다. 우선 주택거래 실적부터 보겠습니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자료인데요. 지난 달 신축 주택 판매 실적이 30만9천 채로 나와 있습니다. 전달에 비해 11.2%나 감소한 셈입니다. 지난 1963년에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됐는데요. 47년 만에 최저치라고 합니다. 석 달 연속 감소 추세이기도 하구요.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만 하죠.

) 정부가 관련 정책도 내놓았던 것으로 아는데 좀 의외네요.

답) 말씀하신 대롭니다.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 대해 최고 8천 달러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주택시장 부양프로그램을 정부가 내놓았었구요. 더구나 올해 4월 말까지 연장 시행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신축 주택에 대한 수요가 부쩍 줄어든 겁니다. 앞서 경제 분석가들은 정부 지원 때문에 주택판매가 너무 갑자기 늘어나면 어떻게 하나, 오히려 그 부작용을 우려했었거든요.

) 전문가들의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네요. 집 값이 아직 바닥을 친 게 아니라는 얘기로도 들리고요. 자, 두 번째 지표는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라고 했죠? 역시 안 좋은가요?

답) 아주 안 좋습니다. 2주 전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가 그 전주보다 2만2천 명이나 늘어났으니까요. 총 49만6천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 50만 명에 육박하네요. (예) 이 수치도 역시 예상 밖이라는 겁니까?

답) 역시 그렇습니다. 원래는 신규 실업자 수가 줄어들 것이다, 그렇게 내다봤습니다. 한 2만 명 줄어서 45만 5천 명 수준으로 내려갈 것으로 예측했었던 거죠.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까 2주 사이에 12%나 증가해 버린 겁니다.

) 갑자기 이렇게 늘어날 수도 있나요? 몇 주 동안 폭설 때문에 집 안에 갖혀 있는 사람들이 많았잖아요. 혹시 그런 이유와 관계가 있지는 않을까요?

답) 계절적인 요인이 아니냐, 그런 질문을 하시는 것 같은데요. 그런 낙관적인 분석도 없진 않습니다. 특히 정부가 그 쪽에 기대를 걸고 있는데요. 동부지역 폭설 때문에 그동안 실업수당 신청을 미뤄 왔던 실업자들이 최근 신청서를 대거 제출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믿고 싶어하는 겁니다.

) 정부가 다 문을 닫았었으니까요. 언뜻 듣기엔 일리가 있는 것 같은데… 아닌가요?

답) 글쎄요. 겨울이라는 계절적 요인을 핑계되려면 겨울 내내 고용지표가 좋지 않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2월 첫째 주에는 실업률이 개선됐었거든요. 따라서 단순히 계절적인 이유에서 원인을 찾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물론 1년 전에 비춰보면 고용 상황이 개선되긴 했지만 현재 민간 부문 새 일자리 창출 가능성은 아예 없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 자칫 고용없는 회복으로 가는 게 아닌가, 그런 우려로도 연결될 수 있는 대목인데요. 자, 3박자 중 하나로 제시된 마지막 지표, 바로 소비자 신뢰지수라고 하셨죠? 이건 또 얼마나 악화됐나요?

답) 소비자 신뢰지수, 쉽게 얘기해 현재와 미래 경기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뜻하는데요. 기준선인 50을 기준으로 50 아래면 비관적인 소비자들이 낙관적인 소비자들보다 많다는 걸 의미합니다. 2월 미국 소비자 신뢰지수는 46으로 집계됐습니다. (기준선 아래네요) 예. 전달 지수는 56.5였으니까 거의 11포인트 하락한 겁니다. 특히 현재 상황에 대한 지수는 지난 1983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하니까요, 소비자들이 상황을 얼마나 비관적으로 보는지 알 만하죠?

) 그렇네요. 지금까지 소개해 주신 세 가지 지표요, 듣고 보니까 독립된 항목이라기 보다는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여요.

답) 잘 보셨습니다. 일자리를 잃었으니 당연히 내 집 마련이 힘들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이런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경기에 대한 비관적인 인식을 갖는 건 당연하구요. 따라서 세 지표 모두 서로 얽혀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악순환을 소비자들만 체감하진 않겠죠? 기업주들은 더 우려스럽게 바라본다는 겁니다. (추가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군요) 안타깝게도 충분히 현실화될 수 있어 보입니다.

진행자) 예. 바닥을 친 줄 알았던 미국 경기, 아직도 내려갈 길이 더 남았다는 분석 정리해 드렸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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