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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희천속도’ 강조는 조급증에서 비롯된 것


북한의 관영매체들은 최근 잇따라 희천발전소 건설 현장 보도를 내보내면서 이른바 ‘희천속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새로운 속도전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 드립니다.

일본 내 친북단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맹,’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22일, ‘희천발전소 건설장을 찾아서’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자강도 희천시 일대에서 진행 중인 희천발전소 건설에 모든 북한 주민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 당국의 입장을 비공식적으로 대변하고 있는 이 신문은 희천발전소 건설 목적은 평양의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이라면서, 현장에서는 일분과 일초가 그대로 비약과 혁신이라고 일컬어지는 ‘희천속도’의 현실을 목격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앞서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도 최근 ‘총공격전으로 들끓는 전투장’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희천발전소 건설 현장 소식을 자세히 전했습니다.

"여기는 새로운 혁명적 대고조의 열풍으로 총공세의 불바람을 세차게 일으켜 나가는 희천발전소 건설 미르벌 물길공사 중앙지휘부 평양시여단 돌격대원들의 물길 뚫기 전투장입니다.”

방송은 희천속도를 가리켜 새로운 천리마 속도, 선군조선의 대진군 속도, 대비약 속도라면서, 현장의 공사자들은 희천속도의 창조자들답게 이미 기존의 목표를 달성하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총진군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탈북자 출신인 미국북한인권위원회의 김광진 방문연구원은 지난 해 1백50일 전투와 1백일 전투 등 잇따라 속도전을 펼친 데 이어 올해 또 다시 희천속도를 강조하는 북한 당국의 의도를 이렇게 풀이합니다.

“그런 것들로 해서 사실은 국가적인 중요 대상, 그러니까 공사나 그런 것들을 빨리 완성하는 효과가 있구요, 둘째는 경제적으로 대단히 어렵잖아요, 생활형편도 곤란하고…. 그런 이목을 계속 다른 데로 집중시켜서 딴 생각을 못하게 하는 거죠.”

김 연구원은 또 희천속도를 통해 2012년 이전에 발전소를 완공하려는 북한의 움직임은 후계 구도와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며, 후계 문제가 다급해진 북한으로서는 김일성 주석 탄생 1백 주년이 되는 2012년이 후계 문제 확정에 중요한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2012년 이전에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증이 희천속도를 강조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점은 올해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과 김 위원장의 최근 공개 활동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북한은 한 해의 정책방향을 담은 신년 공동사설에서 경제 위기 해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혔습니다. 또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보도된 김정일 위원장 관련 보도를 분석해 보면, 올들어 2월22일 현재 군 시찰은 3회에 불과한 반면 경제 지도는 13회로, 김 위원장이 경제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희천속도 역시 북한의 다른 속도전들과 마찬가지로 북한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보다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김광진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속도전으로는 생산을 회복시키고 생산이 다시 재생산를 위한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이룰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국책연구소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조명철 연구위원도 북한은 특정 분야에서의 속도전 보다 모든 부문에서 산업 생산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산업 생산력을 높이는데 필요한 투자와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가장 핵심적이고, 투자와 협력을 증대시키기 위한 인프라가 같이 가는 것이고, 그런 쪽으로 가야 될 것이다…”

조 연구위원은 북한은 현 시점에서 경제의 자생력을 높이는데 필요한 새로운 산업 창출이나 경제개혁, 개방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희천속도’라는 말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희천발전소 건설 현장을 시찰하는 과정에서 비롯됐습니다.

지난 해 3월 처음 발전소 건설 현장을 찾은 김 위원장은 공사 기간이 10년 정도라고 말하는 현장 책임자들에게 2~3년 안에 공사를 모두 끝내도록 지시했습니다.

이후 지난 해 9월 다시 현장을 찾은 김 위원장은 통상 몇 년 걸리는 준비 공사들이 5개월 만에 끝난 것에 큰 만족을 표시하면서, 현장 건설자들의 공사 속도를 가리켜 ‘희천속도’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올해 첫 공개 활동으로 희천발전소 건설 현장을 방문해, 2012년 전에 발전소 건설을 끝내기 위해서는 전당, 전군, 전민이 총동원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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