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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대북 우회적 경제 지원 논의’


북한이 중국 등지에서 미화 1백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외자를 유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중국과 북한은 최근 6자회담 재개와 중국의 대북 투자를 통한 우회적 경제 지원에 대한 협의를 병행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베이징 현지를 연결해서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먼저, 중국과 북한이 대북 경제 지원을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 알아보죠. 중국 현지에서는 이를 어떻게 보고 있나요?

답) 중국에서는 최대 명절인 ‘춘지에’ 연휴를 맞아 이번 주 내내 관공서가 문을 닫아 외교부도 아직까지 북한의 1백억 달러 외자 유치설에 대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회담 조기 재개의 필요성을 갖고 있고, 북한은 화폐개혁 이후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며 중국으로부터의 원조와 물자조달이 필요한 상황인 점을 놓고 볼 때, 중국과 북한은 최근 들어 6자회담 재개와 대북 경제 지원 협의를 같이 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이곳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왕자루이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지난 주 북한 방문 때 당초 북한 쪽과 6자회담 재개 등을 논의하러 간 것으로 관측됐지만, 북한 방문 기간에 중국 자본의 대북 투자 문제가 논의됐고, 이어 중국의 대형 은행들 외에 다국적 기업들이 북한의 외자 유치 창구로 지정된 조선대풍투자그룹과 대북 투자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는 관측이 이 곳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투자액의 상당수가 중국 자본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만약 중국 정부가 투자의 형태로 북한에 우회적으로 경제 지원을 하게 된다면, 북한이 6자회담 재개의 선결조건으로 줄곧 주장해온 대북 제재 해제는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문) 중국의 대북 투자와 관련해, 북한에서는 김계관 외무성 부상 외에 고위급 인사가 중국을 방문해 투자 유치 활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지요?

답) 네, 가장 최근에는 북한의 외자 유치 창구로 지정된 조선대풍투자그룹의 이사로 알려진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 겸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부위원장이 열흘 전인 지난 6일 베이징을 방문해 일주일 동안 중국 내 경제계 인사들과 접촉하면서 투자 유치 활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원동연 부부장은 조선대풍투자그룹의 이사장을 맡은 김양건 아태평화위 위원장 겸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보좌하면서 대북 투자 유치의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왕자루이 부장을 만나 중국의 대북 투자 의지를 확인하고 난 뒤 김계관 6자회담 수석대표를 곧바로 중국에 보내 6자회담 재개 의지를 보였고, 이에 동시에 북한과 중국 두 나라 사이에 경제 지원 논의가 본격화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김계관 부상은 중국 쪽에 지난 해 10월 원자바오 총리 방북 때 약속한 대북 경제 원조를 빨리 집행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문) 중국 정부는 과거 북한이 신의주특구 개발을 위해 중국인 기업가를 행정장관으로 임명했을 때 그 기업가를 체포해 실질적으로 북한의 신의주특구 조치를 무산시킨 바 있지 않습니까. 이번에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자본을 유치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나요?

답) 중국 정부가 북한의 1백억 달러 외자 유치설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서 중국이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파악이 안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최근 분위기를 보면, 북한이 지난 2002년 당시 추진한 신의주특구 조성이 중국의 반발로 불발됐던 때와는 크게 다르다는 게 이 곳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2002년 9월 당시 북한이 7.1경제관리 개선 조치에 이어 양빈 중국 어우야그룹 회장을 신의주특구 행정장관으로 임명하자 중국 당국은 곧바로 탈세와 농업용지 불법 전용 등의 혐의로 양빈 회장을 체포해 18년 형을 선고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 달 20일 국방위원회 결정으로 국가정책에 따르는 중요 대상들에 대한 투자업무를 수행할 '국가개발은행' 설립 방침을 밝힌 데 이어 대북 투자의 창구 역할을 하는 조선대풍투자그룹이 중국에서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는데도, 중국 당국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문) 중국 당국이 조선대풍투자그룹의 중국 내 투자 유치 활동에 대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배경이 궁금한데요, 중국의 이익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인가요?

답)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의 외자 유치 창구인 조선대풍투자그룹 쪽이 밝힌대로, 이르면 다음 달 발표될 북한 내 외자 유치 사업은 평양-신의주 철도 건설을 비롯해 중국 투먼-북한 라선특별시 간 철도 구축, 평양 시내 10만 세대 주택건설, 항만 건설 등을 담고 있는데요, 이 같은 사업이 본격화할 경우 중국은 자국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동북3성 지역의 경제발전 등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중국은 최근 몇 년 동안 북한의 지하자원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 온 데 이어 최근에는 동북3성에서 동해와 태평양으로 뻗어갈 경제전략의 거점인 북한의 라진항에 주목하면서 대북 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의 대규모 대북 투자가 이뤄질 경우, 이는 북한이 6자회담 복귀와 비핵화 등 중국의 요구에 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가능해, 중국으로서는 경제 지원을 매개로 북한을 6자회담 테이블로 끌어들이면서 외교적 위상을 다시 과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 북한과 중국 관련 소식을 좀 더 들어보죠. 최근 문을 닫았던 중국과 북한 쪽 세관이 오늘 다시 문을 열었다면서요?

답) 네. 중국의 최대 명절인 ‘춘지에’ 연휴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이 겹쳐 문을 닫았던 중국 단동 세관과 북한 신의주 세관이 오늘(18일)부터 다시 문을 열고 업무를 재개했습니다. 하지만 신의주와 단동을 잇는 압록강대교를 오가는 차량은 매우 적었고, 북한에서 건너오는 차량도 10 대를 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해마다 연말부터 이듬해 1월 초까지 세관 업무를 중단했다 재개한 뒤 2월 초부터 다시 문을 닫았다가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 이후 업무를 재개해 왔습니다.

문) 명절 연휴를 감안하더라도, 북한의 화폐개혁 조치 이후 북-중 간 교역이 아직 정상화 되지 않은 건가요?

답) 네. 중국과 북한 쪽 세관 업무가 재개됐다고는 하지만, 북-중 간 교역은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북한이 지난해 말 화폐개혁 조치 이후 통제했던 ‘장마당’을 비롯해 중국과의 무역도 다시 허용했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중국의 ‘춘지에’ 공식 연휴가 이번 주말 끝나고 중국의 기관과 기업들이 정상업무를 시작하는 다음 주나 돼야 북-중 간 교역이 회복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북한의 새해 사업계획이 확정되는 다음 달 (3월)이 돼야 북-중 간 교역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 한 가지 소식 더 알아보죠. 북한이 차관급 이상의 고위직을 주중 대사로 파견해 오던 60년 간의 관행을 깨고 신임 대사에 국장급 인사를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답) 그렇습니다. 최진수 중국주재 북한대사가 10년 만에 교체되고 후임에 최병렬 북한 외무성 영사국장이 부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이달 (2월) 초 중국에 최병렬 외무성 영사국장에 대한 주재국 동의(아그레망)를 신청했는데요, 이달 말 또는 3월쯤 최병렬 국장이 부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과 중국은 1949년 수교 이래 상대국에 차관급 이상의 고위직을 대사로 파견해 왔는데요, 하지만 최병렬 국장이 주중 신임 북한대사로 부임하게 되면 그런 관행이 깨지게 됩니다. 북한은 또한 이번에 이례적으로 주중 대사와 함께 공사도 한꺼번에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김성기 주중 북한대사관 공사는 외무성 부상으로 승진해 귀국했고, 후임에는 ‘중국통’으로 알려진 박명호 외무상 중국 담당 부국장이 임명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문) 북한이 관행을 깨고 국장급 인사를 주중 대사로 내정한 배경이 궁금한데요, 이유가 뭡니까?

답) 북한이 처음으로 국장급 인사를 주중 대사로 내정한 것과 관련해, 북한이나 중국에서 모두 공식적인 설명이나 반응은 아직 없는데요, 외교가의 관측을 보면, 앞으로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를 새롭게 이끌기 위한 세대교체 차원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북한이 화폐개혁 이후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중국의 기대에 못 미치는 지원에 대한 불만이 담겨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편, 중국은 이와 무관하게 류샤오밍 현 북한주재 중국대사 후임으로 차관급인 류홍차이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부장을 내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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