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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단체들 ‘화폐개혁 이후 북한 주민 고통 심화’


지난 해 말 화폐개혁 이후 북한 주민들의 생활이 더욱 열악해졌다고 유엔과 국제 비정부기구들이 밝혔습니다. 화폐 가치가 떨어져 식량 등 생필품을 구하기가 쉽지 않고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조은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 FAO는 최근 발표한 ‘국가보고서: 북한편’에서 “북한 당국이 평가절하된 통화를 새로운 법정 화폐로 대체해 모든 거래에서 사용토록 한 이후 대부분의 북한 가정들이 재정적,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습니다.

식량농업기구의 경제 전문가인 키산 군잘 박사는 17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화폐개혁 이후 생필품 가격이 올라 주민들의 구매력이 떨어졌고, 쌀과 다른 식품도 가격 인상에서 예외가 아니기 때문에 식량 상황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을 직접 방문하고 주민들의 생활상을 파악할 수 있는 비정부기구들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평양과 황해북도 사리원시에서 의료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구호단체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은 2월 소식지에서, “수 백만 북한 주민들의 생필품 조달 문제를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화폐개혁 이후 물가가 급등해 그렇잖아도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던 북한 주민들이 더욱 큰 고통을 받게 됐다는 것입니다.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은 북한 내 식량 부족 상황이 계속되고 있으며 추운 겨울 날씨가 주민들의 고통을 더욱 심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영양이 결핍된 주민들이 감염에 취약해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리고 있다고 이 단체는 전했습니다.

한편, 미국의 기독교 선교단체 `오픈 도어스’는 16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68번째 생일을 화려하게 경축했지만 화폐개혁 이후 북한에서는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오픈 도어스는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전역에서 아사자가 늘고 있고 특히 황해도에서는 먹을 것을 찾아 길거리를 헤매는 이른바 `꽃제비’들과 아사자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 북한 기독교인은 이 단체에 “황해도의 길거리에서는 어린 꽃제비의 시체를 보는 것이 일상이 됐다”고 전했습니다.

오픈 도어스는 함경도의 경우 상황이 너무 심각해 당국자들이 주민들에게 중국의 친척들로부터 지원을 받을 것을 독려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오픈도어스의 폴 에스타브룩스 목사는 16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화폐개혁은 물가 상승과 식량 부족을 일으켰을 뿐 아니라 주민들의 동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오픈 도어스는 그러면서 현재 북한이 ‘무질서 상태 (state of disorder)’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에스타브룩스 목사는 오픈 도어스에 협력하고 있는 중국 국적의 조선족들이 북한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북한의 일부 기독교인들이 중국으로 나와 접선하기도 한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북한 내부 정보를 얻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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