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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성조지, ‘한국, 북 정치범 수용소에 무관심’


한국사회가 북한의 악명 높은 정치범 관리소에 대해 무관심하다고 미국 국방부가 발행하는 군사전문 신문인 ‘성조지’가 보도했습니다. ‘성조지’는 이런 무관심 때문에 관리소의 심각성을 알리려는 탈북자들이 어려움과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북한민주화운동본부 사무총장인 북한 요덕관리소 출신 탈북자 정광일 씨는 최근 한국의 젊은 군 장병들을 상대로 북한의 악명 높은 관리소에 대해 증언한 뒤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북한 군 병사들의 휴가 일수나 여자친구의 면회가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만 쇄도했을 뿐, 누구도 북한 내 관리소의 잔혹성에 대해 궁금해 하거나 질문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미 국방부가 발행하는 군사전문 신문인 ‘성조지’는 9일 한국에서 북한 정치범 관리소 해체운동을 펼치는 정 총장 등 여러 탈북자들이 한국사회의 냉대에 부딪혀 힘겨운 투쟁을 벌이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들을 소개했습니다.

대학생들에게 관리소에 대해 증언하면 많은 학생들이 졸고, 언론들은 기자회견장에 거의 나오지 않으며, 다수의 시민들은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건가? 나와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한다는 것입니다.

김태진 북한민주화운동본부 대표는 가난한 나라에서 세계 주요 경제 강국의 하나로 발전한 한국사회에서 국민의 우선순위는 부의 축적이라며, 이런 현실이 북한에 대한 우려를 가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성조지’는 “먹고 살기 바쁜데 왜 북한의 관리소에 대해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느냐”고 말한 20대 한국 여성의 말이 이런 한국의 실태를 증명해 준다고 전했습니다.

서울의 민간단체인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는 `성조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인들이 관리소의 존재를 아예 믿지 않거나 거짓말이라고 말하는 것이 당혹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강 대표는 요덕관리소 혁명화구역에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을 면담한 바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독립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달 북한 정치범 관리소의 실체에 관한 보고서를 처음으로 발표하고 큰 우려를 나타낸 바 있습니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북한 내 6개 관리소에 20만 여명이 집단 수용돼 있으며, 공개처형과 고문, 강제노동이 일반화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성조지’는 그러나 한국 정부는 관리소 문제에 대해 북한 당국에 공개적인 압박을 가하지 않고 있으며, 주한 미국대사관과 미군 당국 역시 언급을 거부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정부기구가 보기 드물게 관리소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미국 국무부 역시 인권 보고서에서 관리소의 잔혹성에 대해 지적한 바 있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꺼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치범 관리소에 대한 보고서와 책을 펴낸 데이비드 호크 미국북한인권위원회 고문은 ‘성조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는 기회가 주어질 경우 관리소보다 이산가족 문제와 납북자 문제 해결을 우선순위로 북한 당국에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많은 북한전문가들은 관리소 문제 제기가 북한 당국을 자극해 남북 간 대화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이산가족 상봉과 납북자, 국군포로 송환 등 인도적 사안부터 제기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탈북자들은 북한에 위기 사태가 발생하거나 개혁개방을 할 때 은폐를 위해 관리소 수감자들을 모두 사살할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가 이 문제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성조지’는 북한의 관리소 실태가 인공위성 사진과 관리소 출신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며, 청진과 개천 관리소를 촬영한 인공위성 사진들을 곁들여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강철환 대표는 정치범 관리소가 제2차 세계대전 시절 옛 독일의 히틀러 정권이 운용했던 나치 강제수용소와 비슷하다며, 수감자들은 굶주림과 강제노동으로 서서히 죽어간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정광일 북한민주화운동본부 사무총장은 관리소에 대한 한국사회의 무관심과 관련해, “한국인은 그런 잔혹함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고통을 자신들의 것으로 여기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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