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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로버트 박 석방 결정'


북한은 오늘(5일) 지난 해 말 불법 입국한 혐의로 억류해 조사 중이던 한국계 미국인 선교사 로버트 박 씨를 석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박 씨가 억류된 지 42일 만에 나온 이번 조치는 미-북 대화와 6자회담 재개 움직임을 염두에 둔 유화 제스처로 풀이됩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이 지난 해 12월 두만강을 건너 무단 입북한 로버트 박 씨를 석방하기로 했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5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해당 기관의 조사 결과 로버트 박 씨가 북한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가지고 불법 입국했지만 이후 자신의 행위를 인정하고 뉘우친 점을 고려해 관대하게 용서하고 석방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통신은 그러나 북한 당국이 박 씨를 언제, 어떤 방법으로 석방할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통신은 또 별도의 보도를 통해 자사 기자와 가진 인터뷰 내용을 상세히 공개했습니다.

통신에 따르면 박 씨는 "북한에서 보고 들은 모든 사실을 통해 북한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었음을 절감했으며 서방에 떠도는 낭설에 현혹돼 범죄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며 "북한 정부에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말했습니다.

박 씨는 또 입북하는 순간부터 군인들은 물론 모든 북한 사람들이 자신을 친절히 대해주고 인권을 보호해 줬다며, 서방의 선전과 달리 북한에서 신앙의 자유가 철저히 보장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박 씨는 특히 성경책을 돌려받은 뒤 봉수교회 예배에 참석하는 과정에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주장했습니다.

박 씨를 석방한다는 보도가 나온 것은 박 씨가 북한 당국에 억류된 지 42일 만입니다.

박 씨는 지난 해 성탄절을 기해 북한 내 정치범 수용소 폐쇄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자진 입북한 뒤 북한 당국에 체포돼 조사를 받아왔습니다.

박 씨가 북한 체제를 정면으로 비판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신속히 석방된 것은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유화 조치로 풀이됩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재판 과정도 거치지 않고, 한달 여 만에 박 씨를 석방한 것은 전례에 비춰 볼 때 상당히 파격적인 조치"라며, "미국과의 협상을 앞둔 상황에서 오래 붙잡고 있어봐야 이득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박 씨 석방 결정을 보도하면서 미-북 관계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개인적인 일'로 규정한 것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의 양무진 교수는 "미-북 간 뉴욕채널이 활발히 가동되고 있다는 뜻으로 미국과의 대화에 앞서 걸림돌을 제거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북 간 뉴욕채널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으로 북한 입장에선 로버트 박 사건이 미-북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미국과의 대화 국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기 위해 대화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조기 석방 결정을 내렸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해 3월 북-중 접경지대에서 취재하다 억류된 미국 여기자 2명에 대해선 중형을 선고하고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이 방북한 뒤에야 1백40일 만에 풀어줬습니다.

1996년 압록강을 건너 불법 입북했던 한국계 미국인 에반 헌지커 씨도 간첩혐의로 억류됐다 빌 리처드슨 당시 미 하원의원의 방북으로 석 달 만에 석방됐었습니다.

로버트 박 씨의 석방을 오래 끌수록 국제사회로부터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한 압박이 커질 것이란 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법 전문가인 한명섭 변호사입니다.

"박 씨를 북한 법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할 경우 로버트 박을 영웅으로 만들어 버리는 결과가 나오게 돼 결국 세계 언론과 인권단체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언급이 계속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이는 북한에게 부담이 되겠죠."

한국 정부 소식통은 "북한 인권 상황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점을 외부에 알림으로써 박 씨 석방을 체제 선전의 좋은 기회로 삼고자 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박 씨가 소속돼 활동했던 자유와 인권 2009의 조성래 대표는 "북한이 박 씨의 존재를 인정하고 신속히 석방을 결정했다는 것은 내부적으로 동요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달 반도 안돼 급하게 석방을 하는 이유는 내부적으로 체제가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사회에서 제기하는 북한 인권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방증이라고 보여집니다. "

조 대표는 그러나 "박 씨가 북한에 인권이 보장된다고 밝힌 대목은 북한 당국에 의해 연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박 씨의 석방 여부와 상관없이 북한 인권 운동은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은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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