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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들, ‘북한주민 고통 새해 들어 더 커질 듯’


북한이 올해 신년사설을 통해 인민생활을 향상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1월 한달 내내 이어지는 주민동원 행사는 오히려 주민들의 생활을 힘겹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해 화폐개혁 이후 가중된 경제난과 맞물리면서 주민들의 고통은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은 올해 신년 공동사설에서 이례적으로 국방공업에 대한 언급 대신 농업과 경공업 발전을 통한 인민생활 향상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연초부터 이어지는 주민동원 행사와 화폐개혁 이후 악화된 경제 사정은 오히려 주민들의 생활을 궁핍하게 하고 있다고 한국 내 탈북자들은 지적합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5일 “일터마다 근로자들의 신년 사설과 관련된 학습토론들이 열띤 분위기 속에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출퇴근길의 전차나 버스, 공공장소에서도 공동사설을 손에 든 근로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함경북도 청진에서 태어나 2002년 탈북한 이혁 씨는 “북한에서 공동사설이 발표되고 나면 1월 내내 총화와 학습이 이어져 사설 전문을 외우다시피 해야 한다”며 “외우지 못하면 노동단련대로 끌려가 처벌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안 외우면 처벌을 받게 됩니다. 노동단련대에 들어가서 처벌을 받는다던가 임금을 받지 못한 채 노동을 하거나 노력 동원에 가기도 하구요. 1월 한달 동안 개인의 일을 하기보다는 신년 사설 관련 행사를 하는 데 바쳐야 한다고 보면 됩니다.”

매서운 추위 속에서 장시간 진행되는 군중대회도 주민들에게는 고역입니다.

2004년 탈북한 김강일 씨는 “공동 사설 이행을 다짐하는 군중대회를 위해 밖에서 길게는 3시간 이상 추위에 떨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평양에서 시작된 군중대회는 각 지방으로 이어져 각급 기관과 기업소 별로도 열린다”고 말했습니다.

화폐개혁으로 물가가 폭등하는 등 갈수록 악화되는 경제난도 주민들의 고통을 더하고 있습니다.

2008년에 탈북한 김은호 `자유북한방송’ 기자는 현지 주민들의 말을 인용해 “화폐개혁 이전보다 쌀 가격이 20배나 뛰는 등 주민들이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회령 무산 양강도 등지 주민들에게 확인한 결과 쌀 가격이 8백원을 넘어섰습니다. 화폐개혁 이전보다 20배나 오른 것이죠. 돈을 다 뺏긴 데다가 시중에 돈이 없으니깐 쌀을 사지 못해서 대부분 주민들이 옥수수 같은 죽을 먹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에 있는 친척과 통화했다는 한 탈북자는 “쌀을 구하지 못해 아사자가 발생하는 등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자 단속반들이 생활총화를 독려하는 등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당국에서 화폐개혁 이후 농민들한테 돈을 많이 풀어서 보통 농민들은 쌀을 팔아서 돈을 받는데 쌀을 안 팔게 된 거에요. 그게 식량 사정을 악화시킨 한 원인이 됐구요. 또 시장을 못 하게 막아버리니 식량 유통이 못되면서 최근엔 아사자가 많이 발생했다고 들었어요.”

노동당 창건 65주년을 맞는 올해도 지난 해에 이어 주민 동원 운동을 강화할 것으로 관측돼 주민들의 희생은 더 커질 전망입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지난 해부터 김 위원장이 과거 ‘천리마 속도’와 비슷한 ‘희천 속도’를 강조하는 등 올해도 속도전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2005년 탈북한 문성휘 데일리NK기자는 “북한은 올해도 예년과 다름없이 세대별로 거름을 모아 당국에 바치는 ‘거름 생산전투’를 펴고 있다”며 “계속된 주민동원 운동으로 주민들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해 4월부터 연말까지 1백50일 전투와 1백일 전투 등 주민 노동력 동원 운동을 잇달아 전개했습니다.

북한의 `노동신문’은 지난 9일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 해 인민들에게 흰 쌀밥에 고깃국을 먹여야 한다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을 관철하지 못했음을 시인하며 주민생활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탈북자 김강일 씨는 “김정일 부자는 해마다 ‘쌀밥에 고깃국을 먹이겠다’는 얘기를 해왔지만 60년이 넘도록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며 “당국에서 아무리 ‘인민 생활을 향상시키겠다’고 선전해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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