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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북한, 외자 유치 하려면 6자회담 복귀해야’


북한이 외자 유치를 위해 `국가개발은행’을 설립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외자를 유치하려면 먼저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최원기 기자가 북한의 국가개발은행 설립 배경과 전망을 취재했습니다.

북한이 외자 유치를 위한 국가개발은행 설립을 발표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0일 국방위원회 결정으로 ‘국가 정책에 따른 투자 업무를 수행할 국가개발은행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통신은 이어 국가개발은행에 대한 투자 유치를 위해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을 설립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은 특히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 이사장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최측근인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임명해 주목됩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주립대학의 스테판 해거드 박사는 북한이 외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국가개발은행을 설립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국가개발은행을 설립해 외자를 유치하려는 북한 정부의 움직임은 김정일 위원장이 추진하는 ‘강성대국’ 목표와 맥을 같이하는 것입니다. 북한은 올해 신년 공동사설을 통해 ‘대외시장을 확대하고 대외 무역활동을 적극 벌이겠다’고 다짐했으며, 함경북도의 경제자유무역지대인 나선시를 ‘특별시’로 지정했습니다.

경제 전문가들은 북한이 외국 자본을 끌어들여 경제를 발전 시키려는 것은 필연적인 수순이라고 말합니다. 한국과 중국이 각각 지난 1960년대와 80년대에 외국 자본을 끌어들여 경제발전의 ‘종자돈’으로 활용했는데, 북한도 경제를 회생시키려면 같은 길을 갈 수밖에 없다고 한국 인천대학교의 중국학연구소 박정동 소장은 말했습니다.

“결국은 돈이 필요하고 개발자금이 필요한데, 국내에 축적된 자본이 없기 때문에 외국에서 끌어들일 수밖에 없는데, 그런 의 미에서 중국의 경제 성장 주춧돌은 외국 자본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똑 같은 맥락에서 최근 북한의 화폐개혁이나 인센티브 같은 약간의 변화가 성공하려면 개발자금이 필요한데 그것은 외국 자본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이 외국 자본을 유치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낡고 노후한 국가기간산업 설비를 교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김책 제철소를 비롯한 대부분의 북한 공장과 기업소는 지난 20년 이상 설비 교체를 못해 이제는 ‘고철더미’가 됐다고 탈북자들은 지적합니다.

과거 평양의 대외보험총국에 근무하다 탈북해 현재 워싱턴의 미국북한인권위원회에 있는 김광진 방문 연구원의 말입니다.

“중공업 같은 경우에는 정말 고철더미가 됐습니다. 강선 제강소는 대규모 기업소인데 기업소를 보수하는 기업소가 내부에 또 있습니다.이제 설비가 너무 낡고 갱신을 못해 가동률이 20~30% 밖에 안됩니다.”

그러나 북한이 국가개발은행과 그 전위기구인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을 통해 국제 금융시장에서 외자를 조달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샌디에이고 주립대학의 해거드 박사는 외자 유치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미국과 유럽, 아시아에서 외자를 유치하려면 무엇보다 정치적 안정이 보장돼야 하는데 현재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에 투자할 금융기구나 기업을 찾기는 힘들 것이란 지적입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1874호가 북한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를 막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북한의 핵 문제가 풀리지 않고 제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서방 기업들이 굳이 북한에 투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해거드 박사는 말했습니다.

북한이 외자 유치 노력을 기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북한은 지난 1991년 함경북도 나진선봉에 자유경제무역지대를 만들어 외국의 기업과 자본을 유치하려 했습니다. 또 2002년에도 같은 목적으로 신의주에 경제특구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신의주 경제특구는 중국과의 마찰로 유야무야 됐고, 나진경제특구는 지난 19년 간 50여개 중소기업을 유치하는 데 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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