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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러 집짓기 센터, 북한에 ‘자연형 건축설계’ 도입


전세계 저소득 계층의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미국의 봉사단체가 오는 봄부터 평양시 순안구역에 50채의 집을 지을 계획입니다. 이번 건설에는 자연환경을 최대한 활용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자연형 건축설계법’이 도입될 예정입니다. 조은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올해 평양 순안구역 오산리에 ‘자연형 건축설계법’을 도입한 주택 50채가 지어질 예정입니다. 전체 예산은 1백만 달러로 주택 한 채당 2만 달러 정도가 소요될 예정입니다.

미국 조지아 주 아메리커스에 본부를 둔 봉사단체 ‘풀러 집짓기 센터(Fuller Center for Housing)’는 북한의 ‘백두산 건축연구소’와 지난 2년 간 협의하고 준비한 끝에 마침내 오는 봄 첫 삽을 뜨게 됐습니다.

주택설계에 직접 참여하고, 지난 해 11월에 오산리에서 열린 건설 착공식에도 참석했던 리로이 트로여 ‘풀러 집짓기 센터’ 이사장은 20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 측이 에너지 절약형 주택 건설을 원했다”고 밝혔습니다. 겨울철에 난방을 위한 연료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트로여 이사장은 건설업계에 ‘패시브 디자인(Passive Design)’으로 알려진 ‘자연형 건축설계법’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주변 자연환경을 최대한 활용해 난방을 하지 않고도 따뜻한 실내온도를 유지하는 이 설계법은 1990년대 초부터 유럽과 미국, 캐나다에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에 약 1만5천 채의 주택이 이 방법으로 지어졌습니다.

트로여 이사장은 태양광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오산리에 건설되는 주택들을 남향으로 배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실내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경사 지붕을 설치하고, 높은 곳에서 빛을 받아 들이는 고측창(clear story window)을 달 것이라고 트로여 이사장은 말했습니다. 경사 지붕의 경우 여름에는 외부 온도보다 낮은 온도를 유지하며, 겨울에는 높은 온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1970년대부터 미국 인디애나 주에서 건설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트로여 이사장은 친환경 건축에 오랜 경험이 있습니다.

트로여 이사장은 주택 단열재를 외부 벽과 지붕 전체에 둘러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때 스티로폼에 콘크리트와 철근을 채운 블록을 사용하며, 현재 스티로폼 블록을 생산하기 위한 공장을 북한에 세우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트로여 이사장은 밝혔습니다.

한편 북한 당국은 평양 순안구역 오산리 주택 건축 사업을 시범모델로 해 북한 내 2백 여개 군 전체에서 마을 한 곳씩을 선정해 집 짓기 사업을 펼치고 싶어한다고 트로여 이사장은 말했습니다.

트로여 이사장은 함께 일하는 북한의 ‘백두산 건축연구소’ 소속 건축가들의 수준에 대해, “그들이 그린 건축도면을 많이 볼 기회가 없어 평가하기는 힘들지만, ‘컴퓨터 지원 설계’ CAD를 활용하고 있었고, 기본적인 건축 설계의 개념을 이해하고 있는 듯 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 건축가들은 무엇이든 열심히 배우려는 열성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트로여 이사장은 북한 현지 가옥의 실태와 관련해, 난방과 요리를 위해 인분과 가축의 변을 태워 나오는 메탄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것이 매우 놀라웠다고 말했습니다. 트로여 이사장은 또 북한에 보급된 방바닥 밑 부분에 관을 설치하는 난방법은 바닥에 균열이 생길 경우 일산화탄소가 누출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풀러 집짓기 센터는 올 봄이나 초여름에 오산리에 자원봉사단을 처음으로 보낼 계획이며, 이때 약 8명에서 12명이 파견될 것이라고 트로여 이사장은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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