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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이라크, 총선 출마 금지 명단 발표로 안개 정국


이라크 선거 위원회가 국회의원 선거 후보 5백여 명의 출마를 금지하면서 정국이 다시 술렁이고 있습니다. 이슬람 종파 간 분쟁 등 내전의 악몽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라크의 정국 상황에 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우선 이라크 정국이 다시 안개 국면을 맞고 있는 이유부터 살펴볼까요?

답) 네, 이라크의 선거를 감독하는 최고국가책임정의 위원회 약칭 선거위원회가 최근 3월에 실시되는 국회의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 가운데 부적격자 5백 11명의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당초 예상됐던 1천명 보다는 적은 규모이지만 출마 금지자 명단에 수니파와 일부 세속 성향의 지도자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소수계인 수니파들을 견제하려는 정치적 배제 의도가 아니냐는 차별 논리가 논란의 중심에 있습니다.

) 선거위원회측은 후보탈락 기준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고 있습니까?

답)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이 이끌던 집권 바트당 출신 후보들과 경력을 허위로 기재한 후보들을 출마하지 못하도록 배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라크인들 가운데 바트당은 더 이상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바트당 출신 가운데 수니파 정당을 이끄는 지도자들이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 선거위원회의 이번 발표에 대해 수니파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답) 총선 승리를 위한 정치적 목적과 수니파 배제 의도가 숨겨져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금지 명단에 포함된 살라 알 무틀락 수니파 지도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Iraq Election ACT # 1: " 아랍어…

바트당 출신들도 이라크인으로 정치 참여의 권리를 갖고 있는데 바트당 출신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주장은 궁극적으로 다른 모든 세력의 숙청을 야기해 결국 국가를 제대로 세울 수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출마가 금지된 또 다른 정치인은 정국이 균형을 잃게 되면 폭력이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 앞서 지적된대로 정치적 의도가 숨겨져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같은데요.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 겁니까?

답) 선거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인물이 바로 시아파 출신으로 친 이란계인 아흐메드 알 찰라비 위원장이고, 부위원장은 미군 2명과 미국 대사관 직원들이 희생된 사드르 시티 시청 건물 폭탄 공격에 연루돼 미국에서 1년 간 투옥됐던 알리 파이잘 알-라미 입니다. 게다가 친 이란계 과격 성직자인 무크타다 사드르의 동료인 파라 샨잘까지 선임위원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 찰라비는사담후세인이 대량 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잘못된 정보를 미국에 제공해 이라크 침공을 야기했던 인물 아닙니까?

답) 그렇습니다. 한 때는 미국과 친근한 사이를 유지했었는데요. 지금은 대부분의 미국 관리들이 그를 이란의 공작원이라고 부를 정도로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선거위원회의 출마 금지자 명단을 이란이 배후에서 조정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 이슬람 시아파가 다수를 차지하는 이란이 이라크에 정치적, 종교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얘기인가요?

답) 그렇습니다. 이라크에서는 사담 후세인 집권 시절 소수계인 수니파가 정권을 유지하며 국가를 지배했었는데요. 이라크 전쟁 이후 이런 구도가 와해되면서 시아파가 전면에 나서고 있고 이들을 배후에서 이란이 지원하고 있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 찰라비 측의 반응은 어떤가요?

답) 선거위원회의 라미 부위원장은 이란 배후설과 선거 승리용 명단 이라는 일부 미국 당국자들과 관측통들의 말을 모두 일축했습니다. 명단에 오른 사람들은 모두 선거 후보가 될 자격에 결함이 있었기 국회의원 출마가 금지됐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유가 제대로 설명돼 있지 않는 등 이유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금지 명단에는 시아파와 수니파가 모두 포함됐지만 균형이 맞지 않을 정도로 수니파와 세속 성향의 지도자들이 많은 수를 점하고 있습니다.

) 미국 정부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답) 저명한 수니파 정치인들을 배제시킨 것은 종파 간 화합과 국가 재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습니다. 조셉 바이든 부통령은 지난 17일 이라크 국회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선거가 실시되기 전에 후보들의 출마 금지 결정을 재고해 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유엔의 이라크 특사와 유럽연합 당국도 이에 합세했지만 사실상 무시됐습니다.

) 그럼 앞으로의 전망은 어떻습니까?

답) 일단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총선 출마 금지 명단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변수가 없는 한 결정이 번복되긴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지 명단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말리키 총리가 이끄는 연합정당과 찰라비와 라미가 소속된 시아파 주도의 연합당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겉으로는 평온하지만 마치 폭풍의 눈처럼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수니파 신도들의 움직임입니다. 지난 2005년 수니파는 미국의 침공에 반발해 선거에 불참했습니다. 그리고 정치적 배제에 격분해 무장 저항 운동을 벌여 종파간 내전으로까지 치달았었습니다. 아직까지 총선 반대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수니파들 사이에 불만의 목소리가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부 수니파 정치인들은 백악관이 뒷짐지고 쳐다 만 볼 게 아니라 신속하게 상황에 개입해야만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라크가 이 안개국면을 어떻게 뚫고 성공적인 총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국제사회는 주목하고 있습니다.

앵커: 선거 위원회의 총선 출마 금지 명단 발표로 다시 위기를 맞고 있는 이라크 정국 상황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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