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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바마 취임 1년, 엇갈리는 평가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오늘로 취임 1년을 맞았습니다. 변화와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백악관에 입성했지만 엄청난 기대에 비해 실질적인 진척은 미미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지난 1년 성적표를 살펴보겠습니다.

) 오바마 대통령의 1년 성적표라고 하니까 왠지 점수부터 좀 봐야 될 것 같네요. 수치화된 게 있죠?

답)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도가 대표적인데요. 최근 갤럽을 비롯한 10개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를 합산한 결과가 있습니다. 지지가 49.1%, 반대가 44.5%로 집계됐습니다. (1년 전에는요?) 그때는 찬성이 무려 70%, 그리고 반대는 14%에 불과했습니다. (우등생이 낙제했다고 봐야 하나요?) 글쎄요. 반대보다는 찬성이 많기 때문에 낙제점까지는 아니지만 퀴니팩대학 여론조사연구소 피터 브라운 부소장의 비유가 재미있습니다. "어머니가 냉장고에 붙여놓을 만한 성적표는 아니다", 이렇게 평가했네요.

) 글쎄요, 꼭 오바마 대통령 때문이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어요.

답) 많아졌습니다. 62%가 그렇게 답했다고 하니까요. 지난 해 4월에는 48%였으니까 계속해서 오른 거죠. 또 다른 지표를 보면 오바마 취임 이후 미국민의 75%가 워싱턴 정가에 새로운 변화가 올 것으로 기대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50%만 그런 기대를 하고 있구요. 변화가 없을 것이란 응답도 1년 사이에 22%에서 49%로 늘어났습니다.

)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1년 만에 왜 이렇게 박해진 건가요?

답) 처음 제시했던 개혁방안들이 상당히 참신했던 데 비해 뭔가 성과라고 꼽을 게 없다는 점, 다시 말해 주요 현안들이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미국인들은 이렇게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경제정책에 대한 실망이 큰데요. 여기에 대해선 민주당 내에서도 볼멘 소리를 내는 인사들이 있습니다. 특히 지역 정치인들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당장 지역 민생이 자꾸 악화되는 상황을 지켜봐야 하니까요. 뉴저지 주 레오니아시의 최용식 민주당 시 의원도 그 중 한 사람인데요. 들어보시죠.

"스티뮬러스 패키지가 아직도 실업률이라든지 특히 소기업들한테는 못 미치고 있어요. 그래서 경제적인 불황이 아직도 심각해요. 시민들도 혼란스럽죠. 이게 정말 돼가는 건지 안 돼가는 건지, 인내들도 한계가 있고"

) 당장 민주당 출신 정치인들의 입지와도 관련이 있는 문제니까 더욱 우려스럽겠네요. 그래도 거시적으로 보면 희망이 보이지 않던 미국 경제가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그런 시각도 있지 않습니까?

답) 물론 취임 1년이 지난 지금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성적표는 수치상으로는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한때 6천 선까지 밀렸던 다우지수가 1만 포인트를 회복했구요. 취임 당시 마이너스 6.5%로 곤두박질쳤던 경제성장률도 2% 이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택시장도 바닥 탈출을 알리는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고 금융시장도 안정되는 양상이니까요.

) 하지만 실업 문제가 좀처럼 안 풀린다는 게 문제죠?

답) 10%를 웃돌고 있는 실업률이 물론 문제이긴 하지만 그 뿐만이 아닙니다. 경기부양은 여전히 필요한데 재정적자 부담이 너무 크다는 사실도 심각합니다. 7천8백7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쏟아 부어 부실기업들을 살려냈지만 재정적자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 버렸다는 겁니다. 1조4천억 달러에 달했으니까요.

) 경제 위기에 대한 중압감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에 대한 평가도 엇갈렸어요.

답) 물론 그렇습니다만 그 추진 동기만큼은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미 브루킹스연구소의 객원연구원인 신성호 박사의 얘길 들어보시겠습니다.

"의료개혁이라는 민주당 측 아니면 진보 측 목표 중 하나를 여태껏 (달성) 못했는데, 이번에 어떤 형태로든 통과시킨 것은 역사적 의미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자, 이런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긴 하지만 문제는 추진 과정입니다. 개혁안이 공화당 거의 전원의 반대 속에 상하원을 통과하지 않았습니까? 보수층의 반발로 국론이 분열됐고, 지난 1년 간 이념적 양극화는 골이 깊어졌다는 겁니다.

) 반대로 아프간 미군 증파는 민주당의 지원을 받지 못했구요.

답) 예. 오히려 야당인 공화당이 반기고 나섰죠.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그렇게 비난했던 부시 전 대통령의 정책과 다를 게 뭐가 있느냐는 지적입니다. 오바마는 취임 직후에 아프간 전략 재검토를 지시했지만 결국 부시의 구상대로 미군 2만 1천 명을 증파했으니까요. 지난해 말에는 3만 여명을 더 보내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이런 아프간의 혼란은 이웃 파키스탄으로 전이돼 중동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가 안 보인다, 이 부분도 오바마 외교정책에 대한 부정적 목소리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오바마의 외교정책에 대해서는 그래도 나름대로 괜찮은 평가도 있지 않습니까?

답) 예. 소위 스마트 외교라고 하죠? '오바마 효과'로 인해 미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가 2조1천억 달러 늘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만, 일방적 외교를 접고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안정적 외교를 펼쳤다는 평가도 적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이 더 강해지고 특히 도덕적 권위를 되살렸다는 겁니다.

) 그런 긍정적 측면 역시 오바마 1년을 정리하면서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답) 사실,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 첫 해에 이룬 일부 성과를 당파적 이유를 들어 외면하는 것은 미국정치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전 국민 건강보험은 사실상 40대의 젊은 대통령 오바마가 아니면 추진하기 힘든 정책이구요, 또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적극적 참여라든지 아랍권과의 화해 제스처, 중동평화 중재를 위한 노력, 이런 부분들은 미국의 이미지 개선에 큰 도움이 됐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진행자) 오바마 대통령의 지난 1년 성적표, 워낙 명암이 엇갈려서요, 특히 단순히 수치화할 수 없는 부분은 보다 시간을 갖고 역사의 평가를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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