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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북한 탱크 10대 중 겨우 1대만 움직여’


북한은 지난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육해공군 합동훈련을 참관한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이번 군사훈련 참관은 한국을 겨냥한 무력 시위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인민군 육해공군 합동훈련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방송’이 지난 17일 보도했습니다.

이 방송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망대에 올라 군 관계자로부터 동계 군사훈련 계획을 보고 받고 병사들의 훈련을 지켜봤습니다.

“훈련 시작 구령이 내리자 비행대들과 함선들, 각종 지상포들의 치밀한 협동으로 적 집단에 무자비한 불 소나기가 들씌워졌으며, 적지는 수 천 조각이 나고 불바다로 화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육해공군 합동훈련을 참관한 사실이 공개된 것은 지난 1991년 인민군 최고사령관에 오른 이후 이번이 처음입니다.

북한 관영매체는 김 위원장의 훈련 참관 사실을 보도하면서 서울을 공격할 수 있는 240mm 방사포가 늘어선 장면도 비쳤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이번 군사훈련 참관은 한국에 대한 무력 시위와 북한 내부 결속 등 두 가지 의미가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탈북자 출신인 한국 서강대학교의 안찬일 교수입니다.

“남한을 위협한 불바다 발언 등, 방사포를 가끔 시위하는 것은 언제든지 당신들을 위협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고…”

앞서 북한의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는 지난 15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남조선 당국이 사회주의제도 전복을 위한 계획을 완성했다”며, “청와대를 비롯한 남조선 당국자의 본거지를 날려보내기 위한 거족적 보복 성전이 개시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군사훈련 참관은 군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시도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동안 북한 국방위원회는 대남 정책을 둘러싸고 당과 내각 등과 엇박자를 내왔는데 김 위원장이 군사훈련을 참관함으로써 군부를 중시한다는 신호를 보내려 하는 것 같다고 서울의 민간단체인 통일연구회 이항구 회장은 말했습니다.

“화폐개혁이라든지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주민들을 김정일 주위에 단결시키고 선군정치를 내부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의 선전매체들은 이날 김정일 위원장이 군 장성들과 함께 훈련을 참관하는 모습과 장거리 방사포가 늘어선 장면을 보도 했지만 실제 훈련 장면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훈련이 ‘허장성세’의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과거 휴전선에 배치된 군 부대에 근무하다가 한국으로 망명한 안찬일 교수는 “북한의 군사력이 지난 70년대에 비해 퇴보했다”며,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한국의 군사력에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우선 현대전에서 합동군사훈련을 하려면 육해공군이 충분한 무기와 장비, 그리고 보급체계를 갖춰야 합니다. 그런데 북한군은 배급이 제대로 안 되는 것은 물론 연료 사정이 나빠 전투기 조종사들의 연간 비행시간이 3시간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안찬일 교수는 말했습니다.

“북한 조종사의 종합적인 훈련이 최악의 경우 3시간을 넘지 못할 정도입니다. 한국 조종사들이 30일 이상과 비교해 볼 때 이 것은 19세기와 20세기의 비유라고 볼 수 있는데…”

육군의 핵심전력인 탱크훈련 사정도 비슷합니다. 한국의 경우 군사훈련이 벌어지면 자체 제작한 최신예 전차가 포를 쏘며 적진을 공격합니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 연료와 부속품 부족으로 탱크 10대 중 한 대가 겨우 움직이는 실정이라고 안찬일 교수는 말했습니다.

“탱크가 한 100대 있다면 10대 중에 한대, 그러니까 겨우 10대가 겨우 움직이는 것이고 나머지는 부속품 파괴라든지 연료 부족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 이것은 최근 탈북한 북한 군 장교가 증언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혀 과장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군사력 실정을 감안할 때 한국을 겨냥한 이번 무력시위가 효과를 거두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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