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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박 억류, 두 기자 때와는 달라’


한국계 미국인 선교사 로버트 박 씨가 북한에 억류된 지 오늘로 보름째가 됩니다. 북한은 미국 정부가 요청한 영사 접견을 어제 현재까지 허용하지 않고 있는데요, 일부에서는 미국 정부가 지난 해 북한에 억류됐던 두 여기자를 석방시키기 위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파견했던 것 같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근삼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문) 먼저, 로버트 박 씨가 현재 어떤 상황에 있습니까?

답) 미국 정부는 평양에서 미국의 이익대표부 역할을 하고 있는 스웨덴 대사관을 통해 박 씨에 대한 영사 접견을 추진 중인데요 어제 (7일)까지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앞서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5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박 씨에 대한 정보를 즉각 제공할 것을 요구했었습니다.

로버트 박 씨가 북한에 입북하기 직전까지 통화했던 북한 인권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로버트 박 씨는 지난 25일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너 자신은 미국인이며 신의 사랑을 선포하기 위해 왔다고 외치면서 북한에 들어갔는데요. 북한은 이후 29일 불법월경한 미국인을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처음으로 발표했습니다. 북한이 밝힌 입북 날짜는 당초 알려졌던 것 보다 하루 빠른 24일이었는데요. 한국의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북한이 로버트 박 씨가 성탄절에 입북한 의미를 퇴색시키기 위해 날자를 바꿨다는 주장입니다.

문) 지난 해에는 미국인 기자 2명이 역시 북-중 접경지역에서 북한에 억류됐다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으로 풀려난 사례가 있지 않습니까? 이번 일은 당시와 어떻게 다른가요?

답) 현재까지 미국과 북한의 공식적인 대응은 여기자 억류 때와 비슷합니다. 북한은 당시 두 여기자가 억류된 지 나흘만에 억류 사실을 공식 확인했었는데요. 이번에도 첫 발표 시점은 닷새 후였습니다. 미국 국무부도 우선 영사 접견을 추진하면서, 사건에 대한 입장은 매우 조심스럽고요.

하지만 사건의 동기나 발생 과정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두 여기자의 경우 접경지역에서 취재를 하다가 자의와 상관 없이 북한 경비원에 체포돼 억류됐었지만, 박 씨는 북한의 인권 개선을 요구하면서 자진 입북했습니다. 또 두 기자는 이후 가족들과의 전화통화와 서신을 통해 자신들에 대한 석방 노력을 기울일 것을 적극적으로 요청했지만, 박 씨는 사전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구출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노력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문) 바로 그런 점들 때문에, 미국 정부의 대응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 는 최근 분석기사에서 구출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을 어떻게 구출할 수 있느냐면서, 이번 사건에 대한 미 국무부의 대응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자 억류 당시 이들의 석방을 위해 북한 당국과 접촉했던 미국 조지아대학교의 북한 전문가인 박한식 교수도, 이번에는 섣불리 관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는데요. 들어보시죠.

< 유미정 기자 새해 인터뷰 박한식 액트 > “그 케이스가 많이 다르지요. 로버트 박은 자기가 어떤 목적으로서 자발적으로 두만강을 건너서 들어갔고 여기자들은 어떤 작업을 하다가 체포된 거고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체포된 사람들은 돌아오고 싶어하지요. 그러나 로버트 박은 어떤 심경인지 제가 모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섣불리 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 없다, 이렇게 얘기를 못하겠습니다.”

문) 박 씨가 뚜렷한 목적을 갖고 북한에 입북했고, 또 미국 정부의 구출 노력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미국 정부 등의 대응이 쉽지 않다는 거군요?

답) 네. 미국 뿐만 아니라 북한 정부의 입장에서도 난처한 문제일 수 있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관측인데요. 북한은 최근 미국과의 대화 분위기가 조성된 상황에서 박 씨 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없고, 또 사건이 장기화 될수록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박 씨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회개하라는 메시지를 갖고 무단 입북한 것은 북한의 입장에서 심각한 사안이기 때문에, 추방 조치 등으로 사건을 신속히 마무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죠. 이와 관련해 미국 뉴욕 소재 민간연구소인 사회과학원의 리언 시걸 박사는, 박 씨의 행동은 북한의 입장에서 매우 심각하며, 박 씨에 대해 무거운 처벌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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