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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화폐개혁 후폭풍 제대로 예상하지 못해’


북한 당국이 화폐개혁의 후폭풍을 제대로 예상하지 못했다는 증거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미국의 북한경제 전문가들이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북한 당국이 화폐개혁을 단행한 이후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임시조치들을 추가했다며 이같이 분석했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북한경제 전문가인 스티븐 해거드 캘리포니아 주립 샌디에이고대학 교수와 마커스 놀랜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북한의 화폐개혁을 압류와 몰수의 개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들은 ‘불만의 겨울: 북한 정부, 시장을 공격하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한 당국이 사전에 충분한 예고 없이 전격적으로 화폐개혁을 단행하고 구권과 신권의 교환 한도도 턱없이 낮게 책정해 결과적으로 주민들이 보유한 현금을 몰수하는 효과를 가져왔다며 이같이 지적했습니다.

북한 당국의 조치는 현금 유통량을 줄여 물가를 잡고 시장 활동 참가자들의 부를 국가와 결탁한 세력에 재분배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화폐개혁의 후폭풍을 제대로 예상하지 못해 전술적인 후퇴로 여겨질 수 있는 조치들을 취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당초 신권과 교환할 수 있는 구권의 한도액을1인당 10만원으로 책정했지만 주민들의 항의가 거세자 한도액을 늘려나갔고, 여기에 더해 국영기업에서 이른바 ‘구제금’을 1인당 5백원씩 지급하기로 했다는 겁니다.

화폐개혁에 따른 임금정책에서도 북한 당국은 혼란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보고서 공동저자인 해거드 교수는 밝혔습니다.

공장 노동자들의 임금을 화폐개혁 이전 수준 그대로 신권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북한 당국이 검토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 방안은 임금이 실질적으로 1백 배 인상되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결국 물가가 크게 오를 것이라고 해거드 교수는 전망했습니다. 물자가 부족한데다 외화 사용마저 금지돼 교역이 위축된 상태에서 임금만 오른다면 너도나도 사재기에 나서 물가를 올려놓을 것이라는 겁니다.

해거든 교수는 이런 부작용 때문에 북한 당국이 화폐개혁의 고삐를 늦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에서 화폐개혁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던 사실이 주목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미 신권을 도입한 상황에서 화폐개혁 자체를 철회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북한경제에 재앙으로 고스란히 남을 수밖에 없다고 해거드 박사는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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