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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신년 공동사설, '대화로 평화체제 비핵화 실현'


북한은 새해 첫 날을 맞아 발표한 주요 관영 신문의 신년 공동사설을 통해, 미국과의 관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또 대화를 통한 평화체제 구축,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 실현의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습니다.

조선중앙TV 입니다.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조선반도의 공고한 평화체제를 마련하고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우리의 입장은 일관하다."

공동사설은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 데서 나서는 근본 문제는 조-미 사이의 적대관계를 종식시키는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습니다. 북한의 이 같은 입장은 지난 해 12월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 특사의 방북으로 이뤄진 미국과의 양자 접촉을 토대로 올해 평화체제와 비핵화 논의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럼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전화로 연결해 신년 공동사설 내용을 보다 자세하게 알아보겠습니다.

문) 이번 신년 공동사설의 특징은 역시 대외관계 개선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게 표현됐다는 점인 것 같은데요?

답) 네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대화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 실현, 그리고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확고한 북한 당국의 입장이 강조됐습니다. 또 이를 위해선 미국과의 적대 관계가 종식돼야 한다면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 필요성을 부각시켰습니다. 이와 함께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메시지를 분명히 담았습니다.

공동사설은 "2010년은 6.15 공동선언 발표 10돌이 되는 해"라며 6.15와 10.4 선언에 기초한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한국 정부에 대결과 긴장을 격화시키는 일을 하지 말라고 촉구했습니다. 조선중앙 TV입니다.

"역사적인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에 기초하여 북-남 관계를 개선하고 조국 통일의 앞길을 열어나가려는 우리의 입장은 확고부동하다."

문) 올해 공동사설에서 주목할 부분은 극심한 경제난에 대한 북한 당국의 인식이 어떻게 나타났는지가 아닌가 싶은데요?

답) 네, 이번 신년 공동사설은 경제 분야 특히 민생 문제를 크게 부각시켰다는 점이 과거와는 다른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공동사설의 제목도 '당 창건 65돌을 맞는 올해에 다시 한번 경공업과 농업에 박차를 가하여 인민생활에서 결정적 전환을 이룩하자'였습니다.

공동사설은 "인민생활 향상에 결정적 전환을 가져오기 위한 일대 공세를 벌이는 것이 올해의 전체적인 투쟁 방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경공업과 농업은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투쟁의 주전선"이라며, "모든 부문과 모든 단위에서 경공업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료자재를 제 때에 보장해야 하고 이를 위해 대외시장을 확대하고 대외무역 활동을 적극 벌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인민생활을 높이는 것은 경제 사업이 아니라 당 위업의 정당성을 과시하는 중요한 정치 사업"이라고 밝혀 경제에 대한 정치의 우월적 지위를 지키려는 북한 당국의 기존 인식이 여전함을 보여줬습니다.

공동사설은 화폐개혁 등 경제 조치와 관련해선 "상품 유통에서 사회주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인민봉사의 질을 결정적으로 높여야 한다"며 원활한 재화 공급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문) 그렇다면 예년엔 공동사설의 맨 윗자리를 차지했던 국방 분야는 이번 사설에서 어떻게 취급됐나요?

답) 네, 이번 공동사설에는 경제 분야가 부각된 반면 국방 분야는 그 비중이 상당히 줄었습니다.

정책 분야별 소제목에서 늘 제일 위에 자리했던 '국방공업'은 아예 빠지고 다만 과학기술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부분에서 간단히 언급됐습니다.

이와 함께 이번 사설에서는 주한미군 철수와 미-한 합동군사훈련 중단 등 이른바 근본 문제에 대한 언급을 지난 해에 이어 일절 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그리고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강조했던 점과 연결해 이해할 수 있는 대목으로 보입니다.

문) 한국 정부는 북한의 이번 공동사설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답) 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통일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해 한국 정부에 대한 비난과 반정부 투쟁 선동에 치중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이런 비난이 없이 남북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며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실제 북한은 지난 해 공동사설에서는 한국 정부를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전면 부정하고 파쑈 독재시대를 되살리며 북-남 대결에 미쳐 날뛰는 남조선 집권세력"이라고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통일부 내에선 북한이 6.15와 10.4 선언을 남북관계의 기초로 거듭 강조한 데 대해 핵 문제를 남북관계와 분리하려는 이전의 기본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점에서 낙관하긴 이르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문) 공동사설에는 지난 해 즉, 2009년에 대한 평가도 포함돼 있지요?

답) 네 그렇습니다. 공동사설은 지난 해 사업평가에서 북측이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는 '광명성 2호' 발사와 2차 핵실험을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습니다.

이는 이번 공동사설에서 국방공업 분야를 아예 빼버린 사실과 배치되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미국과의 협상을 위해 북한으로선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에 대한 강조가 전략적으로 필요했으리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문) 마지막으로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이 무엇이고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설명해주시죠.

답) 네 북한은 해마다 1월1일이면 `노동신문'과 `조선인민군', 그리고 `청년전위' 등 3개 신문에 같은 내용의 사설을 게재하는데요, 이를 '신년 공동사설'이라고 합니다.

신년 공동사설은 지난 1995년 처음 등장했는데요, 북한의 그 해 정책기조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 '공식 신년사'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김일성 주석 생전인 1994년까지는 해마다 김 주석이 방송을 통해 신년사를 발표했었습니다.

공동사설은 맨 앞부분에서 전년도를 결산한 뒤 정치, 경제, 군사, 대남, 대외관계 순으로 정책목표를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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