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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박 입북, 관계자들 엇갈린 반응


한국계 미국인 선교사 로버트 박 씨가 지난 24일 북한에 무단 입국한 것은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로버트 박 씨의 행동에 대해 북한 인권운동 관계자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리고 있는데요, 김근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로버트 박 씨는 입북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지도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휴대하고 있었습니다. 편지 내용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국경을 개방하고, 모든 정치범 수용소를 폐쇄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또 북한 지도자들이 기독교 복음에 따라 회개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움직임은 꾸준히 진행돼 왔지만, 순교할 각오가 돼있다며 단독으로 북한에 들어간 박 씨의 행동은 다소 충격적입니다. 특히 북한 당국이 박 씨를 억류해 조사 중이라고 발표하면서, 이제 관심은 앞으로 북한이 박 씨의 신병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모아지고 있습니다.

30일 박 씨를 위해 뉴욕에서 열린 기도집회에 참석한 북한인권 운동가 스티브 김 씨는, 박 씨의 행동이 북한인권 활동을 활성화 하고 궁극적으로 인권 상황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로버트 박의 행동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시는 분도 있고 부정적으로 생각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심지어 저에게 한 개인이 너무 극단적인 행동을 한 것 같다고도 말합니다. 그런데 로버트 박의 북한 사역에 동조하시는 분들은 앞으로 로버트 박이 원하는 대로 기도하고 외치는 일을 더욱 더 열심히 할 것이기에, 앞으로 북한 인권, 특별히 복음적인 북한 인권 활동은 활성화될 것으로 믿습니다."

중국 내 탈북여성 구출 활동을 해온 '3.18 파트너스'의 대표인 스티브 김 씨에 따르면 로버트 박 씨는 신의 계시를 받고 이를 행동으로 실천하기 위해 북한으로 간다고 지인들에게 밝혔습니다. 또 자신은 순교자의 심정으로 북한에서 기독교 복음을 전파하다 죽을 각오가 돼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로버트 박 씨의 행동은 기독교 복음을 바탕으로 한 북한인권 단체와 운동가들 사이에서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입니다.

로버트 박 씨와 함께 북한인권 활동을 해온 서울의 민간단체인 '팍스코리아나'의 조성래 대표는 박 씨가 지인들 사이에서 '작은 예수'로 불렸다며, 60년 만에 기독교 복음과 사랑을 안고 북한에 들어간 중대한 사건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로버트 박 씨의 행동에 당혹스러워하는 관계자들도 있습니다.

대북 지원단체인 '헬핑 핸즈 코리아'의 팀 피터스 씨는 박 씨의 행동은 충격적이었다며, 박 씨를 지지하는 집회에 참석하기가 주저된다고 말했습니다.

팀 피터스 씨는 박 씨의 행동이 당혹스럽다며, 박 씨가 단독으로 결정한 행동을 자신이나 혹은 자신이 속한 단체가 지지하는 것으로 비쳐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북 지원단체 관계자는 로버트 박 씨의 행동이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북한 인권을 우려하는 박 씨의 열정은 존경스럽지만, 과연 단독으로 입북해서 북한 정부에 억류되는 과정을 통해 북한주민들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는 데 어떤 기여를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워싱턴의 대북 인권단체인 북한자유연합은 로버트 박 씨 사건을 인도적 차원에서 고려해줄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에 보냈습니다.

이 단체는 30일 북한대표부의 신선호 대사에게 보낸 서한에서, 비록 박 씨가 불법적으로 입북했지만 북한주민에 대해 큰 사랑과 연민을 갖고 있었다며, 북한 당국은 그의 행동이 사랑과 기독교적 가르침에 기인했다는 점을 고려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이 단체는 국제적십자사 총재와, 북한주재 스웨덴 대사에게도 서한을 보내고, 로버트 박 사건이 인도적 차원에서 다뤄지도록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북한자유연합의 수전 숄티 의장은 로버트 박 씨가 가장 억압받는 북한주민을 위해 위험을 알면서도 북한에 들어갔다며, 북한인권 문제를 알리기 위한 그의 의지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김근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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