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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류된 북한 무기 수송기, 임대계약자 파악 어려워


지난 11일 북한산 무기를 싣고 가다 태국에서 억류된 화물 수송기는 임대계약에서부터 화물 운송 주체를 숨기려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비행계획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는 것으로 지적됐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 무기밀매 감시단체인 미국의 트랜스암스 (TransArms) 와 벨기에의 국제평화정보 (IPIS) 소속 전문가들이 태국에 억류된 화물 수송기의 비행계획서를 입수해 이번 사건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벨기에 국제평화정보의 피터 단사르트 연구원입니다.

비행계획서에 따르면 수송기는 평양에서 무기를 실은 뒤 태국과 스리랑카, 아랍에미리트, 우크라이나를 거쳐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무기를 내려놓을 예정이었다는 겁니다.

단사르트 연구원은 비행계획서 뿐만 아니라 수송기 임대계약서와 화물 운송계약서, 화물 내역서 등을 매우 믿을만한 정보원으로부터 입수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앞서 미국의 데니스 블레어 국가정보국장은 미국 `워싱턴포스트’신문 기고문에서 태국 당국이 압류한 북한산 무기의 행선지가 중동 지역임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단사르트 연구원은 비행계획서가 기상조건과 평양의 수송기 연료 사정 때문에 세 차례 수정된 뒤 최종 확정됐다며, 수송기의 항속과 항속거리, 이착륙 시간 등과 부합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수송경로에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화물내역서에 적힌 대로 일반 화물일 경우에는 정상적인 경로가 될 수 있지만, 실제 드러난 대로 무기밀매를 위한 항로로는 적당하지 않다는 겁니다.

평양에서 중국을 지나 감시가 허술한 인근 옛 소련방 국가들에서 재급유를 한 뒤 이란으로 향하는 것이 더 안전한데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무기밀매상 빅토르 부트가 수감돼 있는 태국을 굳이 경유지로 삼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단사르트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정보원에 따르면 수송기를 임대한 유나이티드 탑 매니지먼트 사 (United Top Management)측에서 구체적인 설명 없이 상업적 이유를 들어 태국을 경유지로 삼았다는 게 단사르트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단사르트 연구원은 화물의 운송 주체와 관련해서도 누군가 이를 숨기기 위해 애쓴 흔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수송기 임대계약을 보면, 운영 주체인 그루지아의 에어웨스트 사가 뉴질랜드의 SP트레이딩 사에 수송기를 임대해준 뒤, SP트레이딩 사가 다시 홍콩의 유나이티드 탑 매니지먼트 사에 임대해줬다는 겁니다.

유나이티드 탑 매니지먼트 사는 스페인에 사는 간부직원의 이름으로 수송기 임대계약을 맺기는 했지만 실존하는 인물인지 아니면 누군가 가명을 썼는지 알 수 없다고 단사르트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유나이티드 탑 매니지먼트 사의 소유주 역시 제2, 제3의 회사들이 줄줄이 엮여 있어 실제 소유주를 파악하기도 어렵습니다.

화물 내역서 역시 무기밀매 사실을 숨기기 위해 그럴듯하게 조작돼 있었습니다. 내역서에는 석유산업 예비부품 8개의 상자 수와 무게가 항목별로 표시돼 있습니다. 여기에는 지열식, 유압식, 충격식 유정 굴착장비와 광물 탐사장비의 예비부품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한편 이번에 작성된 보고서는 인권단체인 국제사면위원회가 전세계 소형무기와 탄약의 항공 운송에 관해 내년 초 발표할 보고서의 사례연구로 포함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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