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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UPR, 정권에 대한 주민들의 의식에 영향줄 것’


북한에 대한 유엔 인권이사회의 1차 정례 인권검토 (UPR)가 지난 9일 보고서 채택과 함께 일단 종료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 유엔 차원에서 대화가 시작됐다는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크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미국 정부의 목소리가 너무 미약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이번 UPR의 이모저모와 전문가들의 견해를 알아보겠습니다.

문) 유엔 인권이사회가 일단 보고서를 채택했군요.

답) 네, 지난 9일 표결 없이 의장의 선포를 통해 일단 북한에 대한 UPR 결과 보고서가 채택됐습니다.

“ 의장 선포 결과 보고서는 북한에 대한 UPR 과정을 담당하는 3개 간사국, 그러니까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노르웨이가 작성했는데요. 지난 7일 열린 심의 내용과 북한대표단의 답변, 각국의 권고안, 그리고 북한 정부가 검토하겠다고 밝힌 자발적인 이행 약속 등을 담고 있습니다.

문) 권고안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습니까?

답) 간사국인 노르웨이 대표는 보고서에 총 160개의 권고안이 담겨 있다고 말했습니다. 권고안에는 북한 정부가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등 유엔 인권기구들의 북한 방문과 조사를 허용하는 한편 고문방지협약 등 유엔 인권협약들에 추가 가입하고, 인도주의 지원의 투명성을 확보하며, 국내 인권기구를 설립해 인권 피해자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들이 담겨 있습니다. 지난 7일 UPR에서 제기됐던 권고안들을 정리한 것이죠.

문) 그럼 북한 정부가 권고안들을 모두 검토하기로 한 겁니까?

답) 아닙니다. 북한 정부는 수용이나 이행 결의를 뚜렷하게 밝히지 않은 채 50여개 권고안은 지지하지 않고 나머지 1백10여개 권고사항에 대해서는 추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 실무그룹이 채택한 결과 보고서는 북한 정부가 검토하기로 한 권고안들과 거부한다고 밝힌 권고안들을 모두 담고 있는데요. 식량과 이산가족 생사 확인 등 인도적 차원의 권고안들은 검토하겠다고 밝힌 반면 유엔 인권기구 관계자들의 방북과 조사 활동은 거부했습니다. 또 공개 처형과 고문 중단, 표현과 이동의 자유 보장 등의 권고안 역시 이미 헌법으로 보호하고 있다며 거부했습니다. 북한 대표인 이철 스위스주재 대사는 보고서가 채택된 뒤 마무리 발언에서도 인권 문제를 이중잣대로 인권을 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UPR 가 본연의 사명에 맞게 불신과 대결만을 초래하는 선택성과 이중기준을 종식시키는 데 기여할 것을 기대합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는 시종일관 인민들의 참다운 인권을 보호 증진시키기 위하여 적극 노력할 것이며, 성원국들과 대화와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문) 그럼 앞으로 어떤 과정들이 남아있는 겁니까?

답) 9일 채택된 보고서 내용에 대해 2주 동안 북한 정부와 각 나라들이 수정을 신청할 수 있고요. 최종적으로 내년 3월 유엔 인권이사회 본회의에서 권고안이 채택될 예정입니다. 본회의에서는 북한과 관심국들, 그리고 비정부기구 대표들이 각각 20분의 발언권을 행사하며 심의에 대한 견해를 밝힐 예정입니다. 권고안은 구속력이 없습니다. 북한 정부의 자발적인 참여와 이행을 말 그대로 권고하는 것인데요. 유엔 인권이사회는 그러나 추후 심의 과정에서 계속 권고안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이사회 차원에서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문) 유엔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이 북한에 대한 보편적 정례검토 결과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는지 궁금한데요?

답)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심의에 간사국으로 참여한 노르웨이 대표는 결과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북한에 대한 인권 심의 그 자체가 가치 있는 역사적인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화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만큼 진전을 위해 계속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브루킹스연구소의 로버타 코헨 객원 선임연구원도 10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UPR은 공공기록 차원에서 매우 중요했다고 말했습니다.

국제사회와 북한 정부가 쌍방향으로 주고 받은 대화가 고스란히 공적 기록으로 남겨지기 때문에 객관성과 함께 국제사회가 앞으로 조치를 취하는 데도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문) 어제(10일) 가 바로 세계 인권의 날이었는데요. 시기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 같군요.

답) 네, 코헨 연구원도 그런 지적을 했는데요. 특히 최근 북한 정부의 화폐개혁으로 인한 북한주민들의 정서와 이번 UPR 심의가 서로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많은 북한주민들이 김정일 정권의 장마당 단속과 화폐개혁으로 상처를 받고 정책에 의문을 던지는 가운데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독립적인 심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북한주민들이 보다 객관적으로 정권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것입니다. 코헨 연구원은 북한에 대한 외부정보 유입과 입에서 입으로 확산되는 정보 때문에 북한주민들도 UPR에 대한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미국은 이번 심의에 로버트 킹 북한인권 특사가 직접 참가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답) 참가 자체는 매우 긍정적이었다면서도 발언 내용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렸습니다. 뉴욕에 본부가 있는 국제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의 케이 석 북한 담당 연구원은 10일 ‘미국의 소리’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킹 특사의 발언에 개인적으로 실망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에서 강한 의견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하구요. 그렇지 않았다는 점에서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사실은 미국 정부가 다른 나라들에 대해 UPR 과정에서 했던 발언에 비해 수위가 상당히 낮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사실은 저희가 좀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보가 부족하거나 분석할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애매하고 두리뭉실한 권고사항 보다는 분명하고 강한 권고사항이 좋거든요. 그렇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망스럽구요.”

확고하게 문제를 지적하고 구체적인 권고사항을 제시했어야 했는데 오히려 다른 나라들 보다 목소리가 분명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문) 그러면, 킹 특사의 발언을 긍정적으로 보는 배경에는 어떤 이유들이 있습니까?

답) 중장기적 차원에서 유엔의 전략을 세우는 데 유익했다는 것인데요. 브루킹스연구소 코헨 연구원의 말을 다시 들어보시죠.

코헨 연구원은 내년 2월에 국무부가 연례인권보고서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보다 강하게 제기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은 킹 특사가 유엔 차원에서 보다 강력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킹 특사가 3분 30초 분량의 발언에서 유엔 인권기구들의 조사 확대를 촉구한 것은 그런 의미에서 적절했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또 북한 정부가 다시 실망스런 답변을 내놓았지만 공개적으로 검토를 약속한 만큼 결의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국제사회에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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