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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베트남 개혁개방 23년] 2. 계속되는 개혁개방


베트남이 경제성장을 위해 ‘도이모이’로 불리는 개혁 개방에 나선 지 이 달로 23년이 됐습니다. 그동안 빠른 속도의 성장을 이루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아 온 베트남은 이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베트남 현지 취재를 통해 베트남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과 성장의 원동력을 살펴보는 특별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그 두 번째 순서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베트남의 개혁개방 노력을 소개해 드립니다. 이연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베트남의 경제 중심지인 호치민 시의 하이테크 공단. 시 도심에서 사이공 강을 건너 북쪽으로 약 2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1백80만 평 규모의 첨단산업 단지입니다.

섬유와 신발 등 노동집약적 산업 위주였던 호치민 시를 첨단 산업도시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시 정부가 건설한 이 공단에는 세계 최대의 컴퓨터 칩 제조업체인 미국 인텔 사 베트남 공장이 입주해 있습니다.

[주차장 터닦기 공사 현장음] 지난 11월 말 찾은 이 공장에서는 주차장 터 닦기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미국 기업의 베트남 투자로는 최대 규모인 10억 달러가 투입된 이 공장은 약 2년 6개월의 공사 끝에 이달 중 완공돼 내년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갑니다.

인텔 베트남의 리치 호워스 대표는 베트남을 투자대상국으로 선정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지속적인 개혁개방에 대한 베트남 정부의 의지를 무엇보다 높게 평가했다는 것입니다. 호워스 대표는 그러면서 호치민 시 정부는 투자 협상 당시 다짐했던 모든 약속들을 이행한 훌륭한 사업 동반자였다고 말했습니다.

호치민 시 정부 산하 개발연구원의 딘손훙 부원장은 경제성장의 주된 요인 가운데 하나로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 것을 꼽았습니다.

호치민 시를 투자하고 일하기 좋은 곳, 매우 편리한 곳으로 만들어 결국 많은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인텔은 지난 2006년 2월 베트남에 대한 3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해 11월7일 투자 규모를 10억 달러로 상향조정했습니다. 그 날은 공교롭게도 베트남의 세계무역기구 WTO 가입이 최종 확정된 날이었습니다.

경제학자인 레 당 쯔웽 전 기획투자부 차관은 베트남의 WTO가입을 가리켜 ‘새로운 도이모이의 시작’이라고 말했습니다.

WTO가입은 모든 법률체계를 WTO기준에 맞게 개편하고 개혁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경제개혁을 더욱 폭넓게 추진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베트남 정부는 1986년 `도이모이’에 착수한 이래 개혁개방을 위한 제도적 장치들을 정비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법이 여러 차례 개정됐고, 외국인 투자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유인책이 마련됐습니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법과 국내투자촉진법, 국영기업법과 민간기업법 등 성격이 서로 다른 법률들이 공존하는 등 제도가 복잡했고, 정책적 일관성도 부족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베트남은 WTO 가입을 위해 베트남 기업과 외국 기업 간 차별을 없애고 국영기업과 민간기업에 동등한 대우를 보장하는 내용의 ‘통합기업법’을 제정했습니다. 외국인에게 금지됐던 유통업과 무역업을 개방했고,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다르게 적용했던 전력과 수도 등의 이중가격 제도도 폐지했습니다.

인텔 베트남의 호워스 대표는 베트남의 WTO 가입은 인텔의 투자 결정이 올바른 결정이었음을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WTO 가입을 통해 베트남은 국제경제체제의 일원으로서 국제적 원칙과 규정에 따라 공정하게 경쟁할 준비가 돼 있음을 약속했다는 것입니다.

WTO가입을 통해 경제를 완전히 개방하면서 베트남에는 외국인 직접투자가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2006년 78억 달러였던 외국인 투자는 2007년 1백87억 달러로 2 배 이상 급증했고, 2008년에는 6백2억 달러로 다시 3배 넘게 늘어났습니다.

쯔웽 전 기획투자부 차관은 외국인 직접투자가 베트남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고 말합니다.

외국인 직접투자가 국내총생산의 15%, 전체 수출의 42%, 그리고 고용의 5%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입니다. 쯔웽 전 차관은 또 외국인 직접투자를 통해 앞선 기술과 경영 방법을 배움으로써 국제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투자 확대와 더불어 베트남에 대한 외국인 투자의 내용도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초창기 투자는 섬유나 의류, 신발 등 낮은 임금을 이용하려는 기초적인 산업 분야에 집중됐지만, WTO 가입을 전후해서는 미국의 인텔과 일본의 캐논, 한국의 포스코 같은 세계적 첨단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2000년과 2005년에 호치민과 하노이에 ‘자본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증권시장이 각각 설립된 것도 개혁개방의 큰 결실로 꼽힙니다.

호치민 증권거래소의 짜하이레 이사는 주식시장 개장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베트남이 경제적으로 완전히 새롭게 태어났음을 국제 투자자들에게 알렸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베트남으로서는 경제를 전세계에 개방함으로써 세계경제에 통합되기 위해 노력한다는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주식시장이 문을 열었다고 해서 처음부터 기업이나 투자자들이 몰려온 것은 아니었다고, 짜하이레 이사는 설명합니다.

2000년에 호치민 주식시장이 문을 열었지만 처음 5년 동안은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2005년 말에 상장기업에 대한 세금 우대 조치와 외국인 보유 한도를 30%에서 49%로 상향 조정하는 등 여러 가지 우대 조치들을 시행하자

비로소 기업과 투자자들이 몰려오기 시작했고, 이후 3-4년 간 비약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짜하이레 이사는 9년 전에는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이 2개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백80개로 늘었고, 투자자도 78만 명을 넘어섰다고 말했습니다.

호치민과 하노이 주식시장의 중요한 목적 가운데 하나는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산업구조를 합리화하는 동시에 경쟁력 있는 민간 대기업을 육성한다는 것입니다.

세계은행을 비롯한 국제금융기관들은 보다 과감한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베트남의 과제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베트남 최초의 민간기업인 젤렉심코 그룹의 다오 만 캉 이사는 민간기업들이 국영기업 개혁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민간기업이 경쟁을 촉발시킴으로써 국영기업 개혁의 촉매제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지금 현재는 국영기업체 규모가 민간기업체 규모보다 훨씬 크지만, 결국은 국영기업들이 민간 부문에 흡수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호치민 시 정부 산하 경제개발원의 딘손훙 부원장은 개혁개방에 대한 지도부의 결의는 확고하다고 말했습니다.

딘손훙 부원장은 베트남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이 효율적으로 순조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한다는 게 베트남 지도자들의 한결같은 생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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