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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 ‘북한, 매년 12억 달러 받으면 핵개발 중단할 것’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가 최근 ‘게임이론 (Game Theory)’을 토대로 북 핵 해법을 제시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미국 동부에 있는 뉴욕대학교의 브루스 메스키타 교수는 북한에 연간 12억 달러를 제공하면 핵 개발을 중단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유미정 기자가 메스키타 교수를 인터뷰했습니다.

문) 유미정 기자, 먼저‘게임이론’이 무엇인지부터 설명해주시죠?

답) 네, 혹시 지난 2002년 아카데미 영화상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던 영화 ‘뷰티풀 마인드(A Beautiful Mid)’를 보셨는지요?

진행자) 네, 미국의 유명한 배우 러셀 크로우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아닌가요?

답) 맞습니다. 영화 속의 한 장면을 들어보시죠.

영화 `뷰티풀 마인드’는 게임이론을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한 균형이론으로 기존의 경제분석 틀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고 노벨상을 수상한 미국의 천재 수학자 존 내쉬의 일생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 게임이론이 무엇인지 잘 이해할 수 있는 한 실례가 나오는데요, 바로 내쉬와 친구들이 술집에서 일단의 여성들과 합석을 하려 하는 장면입니다. 남자들은 서로가 모두 제일 미인인 한 사람을 놓고 경쟁한다면 이 여성을 차지하는 남자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피해를 입는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자존심이 상한 나머지 여성들이 합석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남자들은 최고의 미인을 선택하기 보다는, ‘충분히 좋은' 수준의 선택을 함으로써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것입니다.

즉 경쟁 주체들은 상대편이 서로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할 것인지를 감안해 자신들의 이익을 효과적으로 달성하려고 하는데, 이런 합리적인 행동양식을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이론이 바로 게임 이론입니다.

문) 그렇군요. 그런데 메스키타 교수가 이 이론을 어떻게 정치적 사건 예측에 활용한다는 것이죠?

답) 네, 개인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정책이나 입장도 처해진 상황 속에서 행위 주체들이 어떤 전략적 입장을 취할 것인지를 고려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전략적 결정에 간여하는 주체와 그 변수가 상당히 복잡하고 무수히 많다는 것이 차이죠. 메스키타 교수의 말을 들어보시죠.

메스키타 교수는 먼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정치적 문제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고,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과 단체를 파악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문제를 보는 입장, 또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의 정도, 자신들의 입장 고수에 얼마나 완강한지, 또 최선이 아닌 차선이라도 합의를 이루려는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를 변수로 사용해서 이를 컴퓨터 게임모델에 투입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컴퓨터 모델은 이 모든 변수들 간의 역동적인 상호작용들을 계산해 언제, 어떻게 해서 게임이 멈춰지는지, 즉 문제의 해법에 도달할 수 있는지를 제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문) 그러면 구체적으로 북한 핵 문제에 관한 분석은 어떻게 이뤄졌습니까?

답) 네, 북 핵 문제의 경우 6자회담 당사국들의 정책결정자 등 1백 여 개인과 단체가 경쟁주체로 사용됐다고 하는데요, 그 결과 북한에 연간 12억 달러를 제공하면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한다는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설명입니다. 메스키타 교수입니다.

메스키타 교수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정치적 생존이며, 핵 개발도 바로 생존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이나 한국의 정권 전복 기도나 정권 약화 시도 등, 외부의 위협을 저지하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북 핵 문제의 해결책은 김정일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는다는 것을 미국 등 외부세계에 확신시키고, 김정일 정권의 생존이 위협 당하지 않는다는 상호 보장 수단을 개발하는 것이라는 결론입니다.

문) 그런 수단이 바로 북한에 1년에 12억 달러를 제공한다는 것이군요?

답) 네, 그렇습니다. 12억 달러면 북한 국내총생산, GDP의 10% 수준인데요, 이는 김정일이 군부 등 추종 세력의 지지를 유지하고, 내부의 위협을 막아 낼 수 있는 금액이라는 것입니다. 메스키타 교수는 그러면서 6자회담이 성공하지 못한 것은 참가국들이 합의한 에너지 등 대북 지원이 아주 적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6자회담 참가국들이 약속한 대북 지원은 김정일이 내부의 위협을 다스리기에 충분하지 않았으며, 참가국들은 약속된 지원마저 모두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문) 북한에 1년에 12억 달러를 제공하는 대신 미국 등 외부세계는 어떤 보장을 받게 됩니까?

답) 북한은 핵 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 IAEA 사찰관의 무조건적인 감시와 통제를 허락하는 것입니다. 다만 합의가 지켜지기 위해서는 북한의 핵 시설을 폐기가 아닌 불능화 한다는 조건이 전제가 돼야 한다고 메스키타 교수는 말했습니다.

북한으로서는 약속된 지원이 중단되거나 지불이 늦춰지면 사찰관들을 추방하고 불능화된 시설을 복구해 핵 개발을 다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합의에 동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문) 메스키타 교수의 분석이 과연 맞을지 궁금한데요, 메스키타 교수가 북 핵 문제 외에 전세계 다른 정치 문제에 대해 예측한 것이 있습니까?

답) 네, 메스키타 교수는 40여 년 간 게임이론에 근거한 모델로 국제정세를 예측하는 일을 해 온 이 분야의 권위자로, 미 중앙정보국 (CIA)과 국방부, 그리고 미국의 대기업 등이 그의 주요 고객들입니다. CIA는 그동안 메스키타 교수의 모델로 전세계 30여개국의 정세를 예측했는데요, 모델의 예측 정확성을 90%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몇 가지 사례를 들면요, 메스키타 교수는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기 12년 전에 이를 정확히 예측했습니다. 또 이란의 아야톨라 호메이니 사후 아야톨라 하메네이와 하세미 라프산자니의 부상, 중국 톈안먼 사태 4개월 전 중국 강경파의 반체제 인사 탄압, 기독교 신ㆍ구교 간 유혈 충돌이 끊임없던 북아일랜드에서 영국과 아일랜드 공화국군, IRA간의 평화협정인 ‘굿 프라이데이 협정’ 체결 등 많은 사건들을 정확히 예측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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