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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문가들 ‘화폐 개혁 북한 뜻대로 안될 것’


북한 당국자가 화폐개혁의 배경과 목표를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물가와 사회주의 경제 질서를 바로 잡기 위한 것이라는데요. 미국 전문가들이 북측 발표를 어떻게 보는지 최원기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문)북한이 화폐개혁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고요?

답)네, 북한 당국자가 화폐개혁의 공식적으로 확인했습니다. 북한 중앙은행의 조성원 책임부원은 4일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를 통해 화폐개혁의 배경과 목적을 조목조목 밝혔습니다. 북한이 화폐개혁을 실시한지 나흘만에 그 사실을 확인한 것입니다.

문)하나씩 짚어봤으면 좋겠는데요. 먼저 북한 당국자는 화폐개혁의 목적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습니까?

답)북한 당국자는 “물가 오름세를 잡고 근로자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해” 화폐개혁을 실시했다고 말했습니다. 중앙은행의 조성현 책임부원은 “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으로 생산이 떨어졌다”며 “결국 통화가 팽창되고 인민 경제 발전에 불균형이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문)쉽게 말해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물가 오름세 즉, 인플레이션이 생겼다는 얘기인데요. 이번에 돈을 1백대 1로 교환하는 것도 돈을 회수해 물가를 잡겠다는 얘기군요.

답)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시중에 1천억 원이라는 돈이 풀려 있다고 한다면 이번에 돈을 1백대1로 교환함으로써 시중의 돈을 10억 원으로 줄여서 물가 오름세를 잡겠다는 것입니다.

문)문제의 핵심은 과연 북한이 이번 화폐 개혁을 통해 물가 오름세를 잡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인데요.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답)전문가들은 물가를 잡겠다는 북한 당국의 의도는 이해 할만 하지만 화폐 개혁으로 물가를 잡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물가 오름세를 잡으려면 공급을 늘려야지 돈의 양을 줄이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장마당 쌀 가격이 킬로그램당 2천원이라고 한다면요, 쌀 가격을 낮추려면 북한 당국이 국영상점을 통해 쌀을 1킬로그램당 1천원에 공급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시중 쌀 가격은 금방 떨어지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방법 대신 돈을 줄여서 쌀 가격을 잡으려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여기서 조지아 주립대학 경제학과의 오승혜 교수의 말을 들어보시죠.

“생산에 아무런 변화가 없고 단순히 화폐개혁만 했을 때는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은 장기적으로 어렵다고 봅니다. 시장에 근로자나, 장마당 물가를 봤을 때 화폐개혁의 의미가 곧 없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북한 당국자는 또 “화폐의 구매력을 높이기 위해 이번 조치를 취했다”고 했는데, 이 것은 환율 얘기인가요?

답)그렇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화폐의 구매력은 한 마디로 ‘돈의 가치’를 의미하는데요. 지난 몇 년간 북한 돈의 가치는 크게 떨어졌습니다. 지난 2002년만 하더라도 북한의 암달러 환율은 1달러에 2백 원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환율은 달러당 3천원 선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7년간 북한 돈의 가치가 15분지1로 떨어졌다는 뜻입니다.

문)그렇다면 이번 조치를 통해 북한 돈의 가치가 올라갈까요?

답)그 점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부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워싱턴 평화연구소의 북한 전문가인 존박 연구원의 말을 들어보시죠.

“존박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한 나라 화폐의 가치는 경제력과 신용도에 의해서 결정된다며 북한이 화폐 개혁을 했다고 해서 북한 돈이 미국 달러나 중국 인민폐에 대해 강세를 보일지는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문)북한이 근로자들을 우대하겠다고 한 점도 눈에 뜨이는 대목인데요.

답)네, 북한 당국자는 이번 조치가 노동자와 사무원 같은 근로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관측통들은 당국자의 이 같은 언급이 장마당 상인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지난 10년간 장마당에서 장사를 하면서 돈을 번 상인들이 꽤 있다고 하는데요. 북한 당국은 이번에 화폐개혁을 통해 상인들이 갖고 있는 돈을 회수하는 것은 물론이고 장마당의 힘을 빼려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문)그렇다면 북한 당국의 뜻대로 과연 장마당이 없어질까요?

답)전문가들은 장마당이 단기적으로는 위축 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없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서강대교수의 말을 들어보시죠.

“일반 주민들은 당분간은 이번 조치가 통쾌하고 자신들의 이익이 되살아 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결국 그들이 장마당 생필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국의 즉흥적인 선전 효과는 될 수 있겠지만, 국가 경제가 살아나기 전까지는 절대 다수의 노동자, 농민의 생활 회복은 안됩니다”

사회)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북한의 이번 화폐개혁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생산을 늘려 시장에 물품 공급을 늘리는 조치가 선행되야 한다는 얘기군요. 지금까지 000기자와 함께 북한 화폐개혁을 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을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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