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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사건 다시 보기]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 (9)


/// Act 1 정성윤 교수 /// “ 양자 간 핵심 쟁점은, 얼핏 보면 수많은, 적지 않았던 협상과정보다는 명료한 편이다. 북한은 미국이 푸에블로호가 첩보행위를 했다는 것을 시인하고 자국의 영해를 침범했음을 사과하는 동시에 향후 재발 방지를 공식적으로 약속한다면 미국의 요구에 응할 수 있음을 협상 초기부터 강력하게 주장했고, 11개월 후에 승무원들을 송환할 때까지 이런 입장은 변함이 없었다.”

(해설) 안녕하십니까, ‘다큐멘터리 – 사건 다시 보기’의 김정우입니다. 고려대학교 일민국제관계연구소 정성윤 교수의 말처럼 북한 측 대표단들은 푸에블로호 석방 협상의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미국의 사과와 이 같은 행위의 재발 방지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협상 초기 북한의 이 같은 요구를 계속 거절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드디어 1968년 3월 4일에 열린 10차 협상부터 벼랑끝 전술을 동원하게 됩니다. 북한 측 대표 박청국 장군은 10차 협상장에서 미국 측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합니다.

(낭독 1: 박청국 장군 – 단호한 어조로) 귀국이 지금과 같은 입장을 지속한다면, 우리는 미국 정부가 푸에블로호 승무원들의 운명에 관심이 없고, 이들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소.

(해설) 다른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 미국 정부는 박청국 장군의 이 같은 발언이 북한이 승무원들을 재판에 회부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워싱턴의 분위기는 급박하게 돌아가며, 워싱턴의 정책결정자들은 점점 북한이 줄기차게 요구했던 ‘사과’의 표현까지 검토하기 시작합니다. 당시 국무부 내 한국 특별 전담 조직을 이끌던 윈드롭 브라운 전 주한 미국 대사가 카첸바흐 국무부 차관에게 보낸 보고서가 바로 당시 워싱턴의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낭독 2 – 윈드롭 보고서) 조건부든 무조건적이든 일단 사과를 해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단 사과표현이 들어가는 문건은 승무원들의 귀환에 관련된 인수서류에만 들어가야할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사과는 승무원들의 송환 후에 철회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1964년, 군사분계선을 넘었다가 격추된 헬기의 조종사를 송환받았을 때의 경우를 참조하면 될 것입니다.

(해설) 푸에블로호 송환 협상에 임하면서 미국 국무부는 승무원들의 석방문제를 유감을 표명하고 이 같은 사건의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선에서 마무리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면서 미국 국무부는 본격적으로 사과한다는 표현을 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해설) 미국은 1964년, 북한에 추락한 헬기의 조종사를 송환받을 때, 영공침범과 간첩행위를 시인하고, 조종사를 넘겨 받은 후, 이를 부인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미국의 이런 조치에 대해 미국 언론과 국민들은 불만이 없었는데요, 그래서 미국은 푸에블로호 송환협상에도 1964년의 방법을 사용하려고 시도합니다. 그렇지만 미국의 이 같은 전략은 실행되기까지 많은 고비를 넘겨야했습니다.

(박청국 장군) 이거 보시오, 스미스 제독! 미국 측이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당신들의 머리통은 곧 박살이 나고야 말 것이요.
(스미스 제독) 박장군! 푸에블로호 승무원들을 처벌하겠다거나 재판에 회부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따름이요.
(박청국 장군) 현재 미국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보이질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다음 회담을 열어야할 지 고민할 수 밖에 없어요. 미국은 우리 공화국의 인내심이 한계에 왔다는 사실을 알아야할 것이요.
(스미스 제독) 미국 정부는 만일 북한이 승무원들을 석방한다면 다음과 같은 조치들을 취할 것이요. 먼저 미국은 북한의 주장대로 푸에블로호가 정보수집함정이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푸에블로호가 북한이 주장하는 영해 12마일 경계보다 더 가까이 접근했을수도 있다는 점에 유감을 표시하겠소. 또 현재 동해에 배치된 해군 함정들을 북한 영해 12해리 밖에 머물도록 조치하겠소.

(해설) 승무원들을 석방하기만 하면 미국이 사과를 할 수도 있다! 미국은 드디어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이 일어난지 근 2달 만에 북한이 그동안 제기해온 ‘세가지 A’ 요구의 핵심사항인 사과를 할 수 있다는 제안을 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협상 과정에서 줄곧 요구했던 ‘세가지 A’ 요구란 무엇일까요? 일민국제관계연구소 정성윤 교수의 설명을 들어 보시죠.

/// Act 2 정성윤 교수 /// “ 당신네들이 진정으로 승무원들의 신속한 귀환을 원하면 북한의 영해를 불법적으로 침입한 첩보행위와 간첩행위 그리고 적대적 행위를 인정하고 사과하고 향후 그러한 범죄행위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겠다는 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게 됩니다. 이것이 ‘세가지 A’요구인데, 즉 범죄행위를 인정한다는 ‘admit’ 하라는 것이구요, 사과하라는 ‘apology’, 다음에 재발하지 않겠다고 하는 보장, 즉 ‘assurance’, 즉 이렇게 세 영어 단어의 첫번째 글자를 따서 세가지 A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해설) 미국은 12차 협상부터 북한의 요구를 대폭 받아들이며 협상에 전기를 마련하지만, 이후의 협상이 미국의 희망대로 쉽게 풀리지는 못하게 됩니다. 이후 미-북 양국은 이 ‘사과’의 세부적인 내용을 둘러싸고 9개월 동안 치열한 협상을 벌이는데요, 이는 미국 정부가 예상하지 못했던 어려운 협상이었습니다.

(해설) 미국 정부가 12차 협상에서 북한 측에 사과할 수도 있다는 유화적인 내용을 담은 제안을 했지만 북한의 입장은 완강했습니다. 13차 협상에 임한 북한 측 대표 박청국 장군은 모두 연설을 통해 미국 측이 애매한 문구를 가지고 말장난을 하고 있다고 미국을 거칠게 비난합니다.

(낭독 3- 박청국 장군) 미국 측 제안을 자세하게 검토해 보면 일어났는지 아닌지 명확하지 않은 일에 유감 표시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귀국은 이런 태도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가?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 공화국의 요구대로 ‘세가지 A’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카첸바흐 국무부 차관) 대통령님, 우리는 할 만큼 했습니다. 현재로서는 북한의 주장을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러스크 국무부 장관) 그렇습니다. 지금은 승무원들을 조기에 송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으로 판단됩니다.
(존슨 미국 대통령) 그렇다면 다른 조치를 마련해야하는 것이 아니겠소?
(카첸바흐) 포터 주한 미국 대사는 군사적 조치의 가능성을 문의해 왔습니다.
(러스크) 그런 유혹이 있기는 하지만 군사조치는 부작용이 너무 큽니다. 어떤 바보가 지금 새로운 전쟁을 벌이는 결정을 내릴 수 있겠습니까? 우린 현재 전쟁을 하나 치루고 있고 그 이외 다른 전쟁은 지금 필요하지 않습니다.

(해설) 17차 협상이 끝난 후 양국은 차기 협상의 일정조차 합의하지 못하고 시간만 보내게 됩니다. 하지만 미-북 양국은 3개월간의 협상을 통해서 양측의 입장을 확인했고, 이어 자신의 위신을 확보하면서 사태를 마무리하기 위한 방법을 찾게 됩니다. 막바지에 다다르는 푸에블로호 송환협상에 대한 이야기는 ‘다큐멘터리 – 사건 다시 보기’, 다음 주 이 시간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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