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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미-북 양자회담까지


미국과 북한이 양자대화를 통해 북 핵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오바마 행정부 출범 10여 개월 만에 처음인데요, 양자회담이 성사되기까지의 과정을 김연호 기자와 살펴보겠습니다.

문) 김연호 기자, 사실 오바마 행정부가 올해 초 출범했을 때만 해도 전임 부시 행정부 때 보다 북한과의 핵 협상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북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부시 전 행정부가 임기 말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 나서면서 지난 해 일정한 진전이 있었죠. 북한이 영변 핵 시설을 불능화하고 냉각탑을 폭파하는 한편 핵 관련자료를 미국에 넘겼습니다. 하지만 핵 검증 문제를 풀지 못한 채 부시 행정부의 임기가 끝나고 말았습니다. 올해 초 출범한 오바마 행정부에 대해서는 지난 90년대 미-북 기본합의를 성사시킨 민주당 정권인 만큼 북한과의 협상이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 이란, 쿠바 등 적대국가들과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에 이런 기대가 높았습니다.

문)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 출범 초기부터 북한이 상당히 공세적으로 나왔죠?

답) 네, 북한은 미국과 관계 정상화가 이뤄진 후에나 비핵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미국이 자국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핵 군축회담도 받아들일 것을 요구했습니다. 반면 오바마 행정부는 비핵화가 우선이고,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는데요, 워싱턴에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뜻이 없는 것 아니냐는 비관론이 힘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문)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대화보다는 제재에 무게가 실리게 됐죠?

답) 그렇습니다. 북한은 지난 4월 미국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이어서 5월에는 2차 핵실험까지 강행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의 로켓 발사 직후에도 대화의 문을 계속 열어뒀지만 북한은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 특사의 방북 요청마저 거절했습니다. 결국 북한의 핵실험에 대응에 미국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 1874호를 주도한 뒤, 북한의 무기거래와 돈줄을 끊는데 적극 나섰습니다.

문) 미국과 북한 관계가 얼어붙고 만 건데요. 북한은 이런 와중에 6자회담 거부를 선언했죠?

답) 그렇습니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비난하는 의장성명을 채택하자 북한은 6자회담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6자회담이 북한의 자주권을 침해하는 자리로 변질됐다는 것입니다. 대신 북한은 미-북 양자회담을 통해 사태를 해결하자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6자회담의 틀 안에서만 양자회담이 가능하다며, 북한의 6자회담 복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문) 이렇게 팽팽히 맞서던 양측의 입장이 미국인 여기자 석방을 계기로 새로운 전기를 맞았죠?

답) 그렇습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지난 8월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하고 북한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 여기자 2명을 데리고 나왔습니다. 그 뒤에도 북한은 개성공단에 억류돼 있던 한국 현대아산 직원을 석방하고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단을 서울에 보냈습니다. 미국과 한국을 상대로 유화공세를 편 건데요, 북한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보즈워스 특사를 평양으로 초청했습니다.

문) 하지만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북한의 태도가 크게 달라진 게 없지 않았습니까?

답) 미국도 그런 시각을 견지하고 6자회담 틀 안에서의 양자회담이라는 원칙을 고수했습니다. 그리고 북한과의 대화 노력과 함께 대북 제재를 병행한다는 입장도 거듭 확인했습니다. 이런 미국의 강경한 입장은 지난 9월 초 보즈워스 특사의 아시아 순방 이후 미묘한 변화를 보였습니다. 보즈워스 특사의 방북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가져온다면 북한과 직접대화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미국 국무부가 밝힌 겁니다. 6자회담이 열리기 전이라도 북한과 만날 수 있다는 뜻인데요, 북한과의 양자회담과 관련해 보즈워스 특사가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과 공감대를 이뤘던 것으로 보입니다.

문) 북한은 이에 대해 어떻게 반응했습니까?

답) 북한도 태도 변화를 보였습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한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에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다자회담과 양자회담에 참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6자회담에 절대 복귀하지 않겠다던 기존입장에서 상당히 물러선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달 초에는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평양을 방문한 원자바오 중국 총리에게 이런 입장을 밝혔는데요, 단, 미국과의 양자회담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이른바 ‘조건부 6자회담 복귀 선언’ 이었습니다.

문) 미국과 북한이 기존 입장에서 상당히 유연해진 모습을 보였군요.

답) 그렇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 국장이 지난달 말 미국을 방문함으로써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리근 국장과 미국의 성 김 6자회담 수석대표가 뉴욕에서 비공식 실무접촉을 가졌는데요, 이 자리에서 양측은 두 차례 양자회담을 갖고 북한이 다자회담에 복귀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보즈워스 대북 특사의 회담 상대로 강석주 외무성 부상이 나선다는 데도 북한이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비핵화 문제에서는 양측이 여전히 입장 차이를 보여서 미-북 양자회담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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