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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한미군 주둔’ 허용 시사


미국을 열 하루 동안 방문했던 리근 북한 외무성 국장 일행이 비공개 토론회에서 했던 발언 내용들이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 시간에는 최원기 기자와 함께 리근 국장 등 북한 대표단이 뉴욕에 소재한 민간단체 관계자들과의 토론회에서 언급한 발언 내용들을 정리해봅니다.

문) 최원기 기자, 리근 북한 외무성 국장의 발언 내용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고요?

답)네, 리근 국장은 지난 달 23일 뉴욕에 도착해 10박11일 간 미국에 머물면서 두 차례 세미나에 참석했는데요. 그동안 리근 국장이 세미나에서 어떤 발언을 했는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북한 대표단의 발언 내용을 정리한 보고서가 입수돼 북한 측 입장을 파악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문)누가 이 보고서를 작성했습니까?

답)이 보고서는 미국의 원로 한반도 전문가인 도널드 자고리아 전미외교정책협의회 동북아 프로젝트 소장이 작성했습니다. 자고리아 박사가 몸 담고 있는 단체는 리근 국장을 미국에 초청해 지난 달 30일 뉴욕에서 북한 문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는데요. 보고서는 토론회에 참석했던 자고리아 박사가 북한 대표단의 발언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모두 15개 항목으로 돼 있습니다.

문)15개 항목이면 상당히 많은 양인데요. 먼저 참석자와 토론회 분위기를 전해주시죠.

답)북한에서는 리근 국장 일행이 참석했구요. 미국 쪽에서는 토마스 허바드 등 3명의 전직 주한 미국대사를 포함해 8명의 전직 관리들이 참석했습니다. 또 미 의회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2명의 보좌관과 많은 민간 전문가들이 참석했습니다. 자고리아 박사는 토론회가 전반적으로 솔직하고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말했습니다.

문)가장 궁금한 것은 리근 국장이 비핵화 문제에 대해 뭐라고 했느냐 하는 것인데요.

답)리근 국장은 비핵화 문제에 대해 여전히 모호한 입장을 취했습니다. 한반도 비핵화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고 말하면서도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핵 억지력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또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등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가 구축되기 전까지는 핵무기를 포기할 수 없다는 말도 했다고 합니다.

문) 6자회담에 대해서는 뭐라고 했습니까?

답) 6자회담에 대해서는 다소 진일보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북한 대표단은 “미국과의 양자대화를 선호하지만 6자회담에도 열려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6자회담 틀 안에서 미-북 양자회담이 필요하다’는 말도 했다고 합니다.

문)핵 보유국 지위 문제도 나왔죠?

답) 네, 북한 대표단은 북한이 핵 보유국이지만 미국에게 자신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문)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을 밝혔습니까?

답)북한 대표단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가 해제되기를 바라지만 이것이 미-북 대화의 전제 조건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또 북측은 ‘더 강력한 제재가 취해질 경우 북한도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북한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자고리아 박사는 ‘제재가 그리 고통스럽지 않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고 해석했습니다.

문)북측은 또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구요?

답)그렇습니다. 리근 국장 일행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미-북 관계가 개선되는 조짐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언제라도 미국과 관계가 개선될 준비가 돼 있다’는 말을 했다며 미-북 고위급 회담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북측은 미국과 전략적 이해 관계를 위한 ‘공동의 기반’을 모색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특히 미-북 관계가 개선되면 주한미군 주둔을 용인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고 합니다.

문)북한이 일괄타결 방안에도 관심을 보였다면서요?

답)네, 보고서에 따르면 토론회에 참석한 한 미국인이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 북한 등6개국 간의 관계 정상화, 대북 안전보장 등 일괄타결안을 설명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북한 대표단은 ‘좋은 방안’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한 참석자는 ‘북한이 일괄타결 방안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보고서는 전했습니다.

문)북한은 미국의 대북 경제 투자에도 관심을 보였다지요?

답)그렇습니다. 북측은 핵 문제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북 투자와 민간 학술, 문화 교류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특히 북한 대표단은 평양에는 ‘교육을 잘 받은 양질의 인력이 풍부’하다며 대북 투자가 유망하다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북한은 또 한국, 일본, 미국과의 경제관계 개선에 큰 관심을 보였는데요. 이에 대해 자고리아 박사는 북한이 내심 중국에 대한 과도한 경제적 의존에 우려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습니다.

문)남북 관계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을 보였습니까?

답)북한 대표단은 지난 8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예로 북측은 개성공단이 잘 돌아가고 있으며 최근에 이뤄진 남북 적십자 회담을 꼽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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