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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비판적인 러시아 역사교과서 널리 사용될 듯’


러시아 정부가 북한 체제를 비판적으로 기술한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를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러시아에서 이처럼 북한에 비판적인 교과서가 나온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평가되고 있는데요, 이연철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러시아 교육과학부가 지난 9월 시작된 새 학기부터 사용을 승인한 역사교과서에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국의 `연합뉴스’가 28일 보도했습니다.

이 교과서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교과서 전문 출판사인 ‘프로스네셰니에’가 한국의 고등학교 3학년에 해당하는 11학년생의 2009년도 새 학기용으로 만든 것으로, 모스크바 국립대학 역사교수 3명이 공동으로 저술했습니다.

러시아에서 이 같은 역사교과서가 나온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우드로 윌슨 센터의 제임스 퍼슨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지난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러시아에서 북한과 러시아 관계를 연구했던 퍼슨 연구원은 당시 많은 러시아 역사 교과서를 살펴 봤지만 북한에 대해 비판적인 것은 없었다면서, 심지어는 일부 저명한 학자들 마저 한국보다 북한의 정통성을 인정했었다고 말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승인된 교과서는 북한과 관련, 전체주의적 공산주의 정권이 유지되고 있고 조선노동당이 국가를 지도하고 있으며, 경제는 완전히 국가에 의해 통제된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에는 정치적 자유가 없고 대중매체는 엄격한 검열을 받고 있는 가운데, 2천3백만 명의 주민을 가진 북한은 이념적으로 외부와 완전히 격리된 채 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북한주민에게 김일성 주석은 살아 있는 신과 같은 존재였으며, 후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기존의 질서를 신성불가침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교과서는 북한 핵 문제와 주변국들에 대한 북한의 태도도 자세히 언급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 자신들이 한국과 미국으로부터 공격 위협을 받고 있다고 주민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핵 프로그램 중단 대가로 끊임없이 경제적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러시아 역사교과서의 이 같은 기술에 대해, 우드로 윌슨 센터의 퍼슨 연구원은 최근 들어 러시아 역사학계의 분위기가 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역사학도 진전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역사학자들이 북한의 문제들을 정확하게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모든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얼마든지 북한에 대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북한 역사를 감추거나 미화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퍼슨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퍼슨 연구원은 그러나 러시아 역사 교과서가 북한 체제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다른 견해를 보였습니다.

교과서는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사실만을 전달하고 있으며, 다만 북한의 역사를 미화하지 않고 있어 달라 보인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러시아 정부가 이 같은 역사교과서를 승인했어도 북한과 러시아 관계는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퍼슨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러시아 지도부의 인식은 과거와 달라지지 않았으며, 러시아는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요청하면 계속 북한을 지원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한편 퍼슨 연구원은 러시아의 많은 학생들이 이번에 새로 승인된 러시아 역사교과서를 이용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러시아에서는 출판업이 수지 맞는 사업이 아니어서 교과서를 출판하는 회사는 소수에 불과하며, 따라서 많은 학생들이 이 교과서를 사용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퍼슨 연구원은 한국, 중국과 외교적 문제로까지 비화되는 일본의 일부 역사교과서가 실제로는 불과 한 두 개 학교에서 사용되는 데 그치는 것과는 전적으로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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