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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 ‘북한 정상회담 추진은 대남 유화책의 일환’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남북한 당국 간 비밀접촉설이 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입니다. 북한은 이미 이명박 한국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초청했고, 한국 청와대 역시 북한 측과의 비밀접촉을 부인하지 않고 있는데요. 남북정상회담 추진의 배경과 전망을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남북한 고위급 인사가 최근 싱가포르에서 만나 정상회담에 대해 논의했다는 '남북 물밑접촉설'이 기정사실화 하고 있습니다.

한국 청와대는 언론들의 잇따른 접촉설 보도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부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최측근인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과 한국 측 고위급 인사 간에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물밑접촉은 지난 2000년과 2007년의 1, 2차 남북정상회담을 떠올리게 합니다.

지난 2000년 당시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은 그 해 3월 최측근인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을 싱가포르와 베이징에 보내 북한의 송호경 아시아태평양위원회 부위원장과 접촉하도록 했습니다. 그로부터 석 달 뒤 김대중 대통령은 평양에서 김정일 위원장과 역사적인 첫 남북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2007년 10월에 이뤄진 2차 남북정상회담도 한국의 김만복 국정원장이 비밀리에 베이징과 평양을 방문해 김양건 통전부장과 접촉한 결과라고 안찬일 서강대 교수는 말했습니다.

"김만복 씨가 주로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베이징에서는 초창기에 한 두 번 있었고 나머지는 평양에 직접 왔다 갔다 하면서 성사시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과거 열린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현재 논의되고 있는 남북정상회담은 3가지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우선 앞서의 두 차례 정상회담은 한국이 주도적으로 추진했지만 이번에는 북한이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의 보좌관을 지낸 폴 챔벌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북한이 대남 유화책의 일환으로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 차이점은 핵 문제입니다. 1차 정상회담은 핵 문제가 없었고, 2차 정상회담 당시는 북한이 6자회담에 참여해 국제적으로 핵 문제가 논의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이 두 차례나 핵실험을 실시한 데다 6자회담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정상회담에서 핵 문제가 논의돼야 한다는 한국 측의 입장은 당연한 것이라고 폴 챔벌린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과거 노무현 대통령 정부 시절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을 지낸 박선원 씨는 핵 문제가 남북정상회담의 의제가 되더라도 큰 진전을 이루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10.4 정상선언에도 제4항에 '남과 북은 한반도 핵 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 9.19 공동선언이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공동 노력을 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있는데, 사안의 성격상 이 정도 이상의 진전을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세 번째 차이점은 한국 내 정치 상황입니다. 지난 10년 간 집권했던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과 정상회담을 상당히 중시했습니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은 '만남을 위한 만남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계기가 마련된다면 몰라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사진을 찍는 '전시용 정상회담'을 할 생각은 없다는 얘기입니다. 청와대는 또 이번에는 김정일 위원장이 한국으로 와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조야는 정상회담을 위한 남북 간 물밑접촉에 대해 아직 이렇다 할 만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폴 챔벌린 연구원은 오바마 행정부가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북한의 의도와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한국 언론들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일부 신중론도 없지 않지만 대체로 긍정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습니다. 언론들은 그러면서 남북정상회담은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진돼야 하며, 핵 문제 해결과 남북한 상호 공동발전을 위한 목적이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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