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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평양과기대 창립 멤버- 말콤 길리스 전 라이스대학 총장


내년 봄 개교 예정인 평양과학기술대학 (PUST, Pyongyang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은 아시아 지역에서 명성 있는 과학기술 대학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고 말콤 길리스 전 라이스대학교 총장이 밝혔습니다. 길리스 전 총장은 평양과기대 창립 멤버 4인 중 한 사람으로, 개교 후 북한에서 직접 가르칠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인터뷰에 유미정 기자입니다.

문) 길리스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박사님께서는 평양과기대 창립 멤버 4분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인이 아니신데요, 이 사업에 어떤 계기로 참가하시게 됐습니까?

답)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 IMF 위기 때였습니다. 당시 김대중 한국 대통령 당선자로부터 도움 요청이 있었습니다. 저는 김 당선자를 오랫동안 존경해 온 터여서 무상으로라도 돕겠다고 나섰습니다. IMF와 세계은행, 그리고 뉴욕의 대형 은행들에 전화를 걸어 한국경제는 파탄 난 것이 아니라 유동성이 부족한 상태임을 설득했습니다. 그 해 크리스마스 연휴를 그렇게 전화에 매달려 보냈죠. 이후 김 당선자는 대통령 취임식에도 저를 초청했구요, 그렇게 해서 한국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리고 한반도에 어떻게 평화롭고 질서정연한 통일을 이룰 수 있을까도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러던 중 김진경 총장 일행이 저를 방문했습니다. 평양 과기대에 대한 비전을 듣고 저도 적극 참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문) 평양 과기대 창립 멤버로서 어떤 활동을 하셨습니까?

답) 먼저 김 총장의 도움 요청을 받은 뒤에 미 국무부에 미국인으로서 북한의 교육사업에 개입할 수 있는지를 문의했습니다. 국무부에서는 인도적 사업이므로 적극적으로 도와 주어도 무관하다고 했습니다. 이후 다양한 많은 행사들을 했습니다. 한번은 라이스대학이 있는 이 곳 텍사스 휴스턴에서 기금 모금 행사를 열기도 했는데요, 하루 밤에 60만 달러를 모았습니다. 3년 전에는 평양을 방문해 북한 측 관계자들과 대학 캠퍼스 건설 문제 등 여러 가지 계획들을 논의하고 돌아왔습니다.

문) 박사님께서는 독일과 베트남에서도 사립대학 설립을 도왔다고 들었는데요? 분단을 경험했거나 현재 분단돼 있는 나라들에 관심이 크신 것 같습니다.

답) 그렇게 된 것은 우연의 일치입니다. 하지만 한가지 공통요소가 있기는 하지요. 미국이 독일, 베트남, 북한 세 나라의 전쟁에 간여했다는 것입니다. 일단 전쟁에 참전했었다면, 화해를 위해서도 모든 일을 다해야 한다는 게 제 신념입니다.

독일 브레멘에 지난 2002년 개교한 야콥스대학교(Jacobs University Bremen)는 라이스대학의 모델을 따른 사립대학으로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7년 남짓 지났는데 지금 유럽 내 학사과정 교육을 선도하는 기관이라는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베트남에도 새로운 그룹이라는 뜻의 ‘탄 타오( Tan Tao)’ 대학이 내년 9월에 개교할 예정으로 있습니다.

문) 지금까지 평양과기대와 관련한 활동을 하시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습니까?

답) 기금 모금을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해야 했습니다. 학교 캠퍼스 공사에 많은 자금이 소요됐지요. 벽돌 등을 모두 중국에서 들여와야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 정부에서 군인들을 건설 현장에 파견해 도움을 주었고, 평양이 내다 보이는 좋은 위치의 땅을 내주기도 했습니다. 그 같은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사업이었습니다.

문) 북한은 학생들에게 미국과 제국주의를 적대시하는 교육을 하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미국인으로서 북한의 교육에 깊이 간여하게 되면서 불편한 마음은 없었는지요?

답) 아닙니다. 전혀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는 곳에는 어디를 막론하고 갈 것입니다. 제가 그 곳에 가는 이유는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고, 모든 사람들은 그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북한 측에 21세기는 나노 기술, 바이오 기술, 그리고 정보기술 등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는 세기이며, 여기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나라들은 크게 뒤처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준비를 위해서는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미래 세대를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이번 사업에 큰 열정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 북한의 경제가 아주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고등 교육 보다 더 투자가 절실한 분야가 많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답) 북한에는 산적한 문제가 많습니다. 하지만 북한 사람들에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구를 갖도록 하자는 것이 저희 취지입니다. 작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교육이야 말로 북한의 산적한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는 도구라고 믿고 있습니다. 아주 할 일이 많습니다. 하지만 어디에서인가 출발점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문) 북한 학생들의 교육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답) 과학과 기술분야 만큼은 상당히 뛰어난 것 같습니다. 군사 분야를 보십시오. 누군가 물리와 화학 만큼은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아주 가난하지만 문자해독률은 아주 높습니다. 인도 등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지요.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아주 훌륭한 기반을 갖추었다고 생각합니다.

문) 평양과기대에 대해 박사님은 어떤 비전을 갖고 있습니까?

답) 저의 비전은 결코 제한되지 않습니다. 평양과기대가 브레멘의 야콥스대학교처럼 아시아에서 명성을 얻기를 원합니다. 근시안적 비전으로는 아무 것도 성취가 불가능합니다. 앞으로 라이스대학을 포함해 미국, 호주 등지의 대학과 평양과기대의 교류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미국 동부 대학 가운데도 관심을 보이는 학교들이 있습니다.

문) 현재 평양과기대 교수진 구성은 어떻게 진행 중입니까?

답) 평양과기대에서 가르치기 위해 좋은 직장을 그만 둔 한국계 미국인들이 다수 있습니다. 또 미국 내 한국계 미국인 뿐만 아니라 한국, 네덜란드, 독일, 영국 등지에서 도움을 주고 싶다는 아주 사명감 있고 헌신적인 많은 자원자들의 전자우편을 받고 있습니다. 저도 학기가 시작되면 평양과기대에서 몇 가지 세미나를 맡아 가르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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