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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안변 평야 멸종위기 두루미 월동지 조성 노력’


북한의 동해안, 안변 평야를 멸종위기에 직면한 두루미의 안전한 월동지로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라고 생태보존 운동을 벌이는 미국의 한 비영리단체 관계자가 밝혔습니다. ‘국제 두루미재단 (International Crane Foundation)’의 공동 창립자인 조지 아키발드 박사를 유미정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키 5피트에 몸무게 30파운드. 두루미는 하늘을 나는 새 가운데 가장 크고 무거운 생물입니다. 하얀 몸통에 검은 부리를 한, 다리가 길어서 아름다운 새, 두루미는 광활한 러시아와 중국 대륙이 꽁꽁 얼어붙는 엄동설한이면 겨울을 나기 위해 떼를 지어 한반도를 찾아옵니다.

지난 36년 동안 두루미 보존을 위해 전세계 오지를 마다 않고 방문했던 ‘국제 두루미재단’의 공동 창립자, 조지 아키발드 박사는 두루미가 아주 특별한 새라고 말합니다.

두루미는 거대할 뿐만 아니라, 고고한 자태로 춤을 추며, 또 소리까지 독특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매력 있는 새라는 것입니다.

어린시절 캐나다에서 성장하면서 두루미를 보고 그 아름다움에 매료된 아키발드 박사는 후에 두루미의 진화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국제 두루미재단’을 창립해 두루미의 생태 보존을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현재 두루미 수는 전세계적으로 3천여 마리에 불과하며, 총 15종 가운데 11종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특히 중국 대륙이 경제 개발로 인한 공해로 몸살을 앓으면서, 두루미의 서식지가 크게 위협 받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남북한을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DMZ)가 두루미의 ‘우연한 피난처(accident refuge)’가 되고 있다고 아키발드 박사는 말합니다.

북한의 동해안에 위치한 원산 부근 안변 평야에서 겨울을 나던 두루미들이 지난 1990년 중반 이래 북한의 식량난이 가중되자 비무장지대의 철원 분지로 월동지를 옮기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옛 소련으로부터의 무상 비료 지원이 중단되고 흉작이 계속되면서 식량난이 가중되자 배고픈 주민들이 땅에 떨어진 쌀 낱알 하나까지도 거둬가면서, 두루미들 역시 먹이를 찾아 새로운 월동지를 찾아 나서야 했다는 설명입니다.

그렇게 해서 찾은 곳이 반세기 이상 사람의 흔적이 닿지 않은 오염되지 않은 땅, 비무장지대였습니다. 이후 이 곳에서 겨울을 나는 두루미의 수가 총 1천여 마리에 이르게 됐다고 아키발드 박사는 말합니다.

11월 무렵 이 곳을 찾는 두루미들은 인근 철원 지역의 추수가 끝난 논에서 먹이를 풍부하게 찾을 수 있고, 한국 정부 역시 두루미들의 먹이 공급을 위해 지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사냥이 금지되고, 사람의 출입이 통제되는 것 역시 이 지역을 천혜의 안식처가 되도록 하고 있다고 아키발드 박사는 말합니다.

아키발드 박사는 남북한이 통일돼 비무장지대에 공장이 들어서는 등 개발이 이뤄질 경우, 두루미들이 다시 북한의 안변으로 돌아가 겨울을 안전하게 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북한 측과 협력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국제 두루미재단’ 은 지난 해 북한을 방문해 안변 지역 농부들에게 유기농법을 전수했고, 중국으로부터 쌀 도정기기를 구입해 주었으며, 5~6천 그루의 과일 나무도 구입해 배급했습니다. 농업 생산량을 증대해 주민들 뿐아니라 서식하는 두루미들에게까지도 식량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아키발드 박사는 북한 측에서는 박우일 자연보호연맹위원장이 협조하고 있으며, 북한과 오랜 협의를 거쳐 프로그램을 함께 개발해 왔다며, 그들의 협조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키발드 박사는 하지만 북한에서 두루미의 생태보존 운동을 추진하는 데 가장 큰 도전은 역시 재정적 어려움이라고 호소했습니다.

아키발드 박사는 안변 지역에 심어진 과일나무에서 앞으로 3년이면 열매가 영글 것이라며, 두루미들이 안변으로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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